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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nameisanger Oct 30. 2022

개로 길러진 아이 19

아동학대 소설

물론 방해요소가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어머니는 물론 서준의 성적이 올라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서준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전교 10위권이 되었는데, 그쯤 되면 드라마틱한 상향곡선을 그리는 묵힌 주식에 관심을 가질 만도 하지만 그녀는 조선 시대 선비처럼 절개를 지키고자 했다. 물론 강준 때문이었다. 강준은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와 맞춤과외와 성적향상 클리닉 덕에 인서울 탑10 하나에 진학했다. 이후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상대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나 큰아들의 진학 성공을 자랑했다. 맥락도 없었다. 이런 식이었다. 


맞아요! 거기 카페 알바생이 정말 친절하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우리 강준이는 공부 열심히 하라고도 안 하고 건강하게만 커라 그렇게 자유롭게 놔뒀는데 혼자 공부하더니 A대를 갔잖아요. 학원 한 번을 안 가고 알아서 공부하더니 A대를 알아서 딱 붙어서 오는 거 보니까 그 카페 알바생도 혹시 A대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A대는 아무나 가는 게 아니잖아요. 그쵸. 원래 뛰어난 애들은 그냥 내버려둬도 높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걱정할 필요가 없죠.


듣다 보면 푸훗, 웃음이 새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집안의 자랑이자 가보이자 미래인 형의 고등학교 3학년 초입의 성적은 전교에서 그리 높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후반에 서준은 그의 성적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머니에게는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내 사랑하는 자식의 자랑스러운 성공을 무로 회귀시키는 아이. 그런 못마땅함이 담긴 시선으로 서준의 성적표를 한참 바라보기를 몇 달 지속하더니, 이윽고 방침을 바꿨다.


네가 감히 형을 무시해?


무시는 변주가 잘 되는 항목이다. 보고 곧바로 인사를 안 해도 무시, 배꼽 인사가 아니라 목례를 해도 무시, 배꼽인사를 하면 목소리가 건성이라 무시, 형이 시키는 걸 그대로 이행을 해도 제대로 안 했으니까 무시, 형을 잠깐 쳐다보면 노려본다고 무시. 그녀는 창조적인 방법으로 무시라는 결론을 잘도 이끌어냈다. 그래서 실컷 때린 다음에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아버지의 퇴근 만을 기다렸다. 아버지가 때리는 게 더 시원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버지가 여덟 시쯤 흥얼거리며 현관에 나타나면 이제 그에게 2차적으로 맞을 차례였다. 


서준은 맞으면서도 괜찮았다. 나에게는 계획이 있으니까. 이 모든 인간들에게 복수할 생각이었다. 물론 주된 복수의 대상은 진석과 수아였지만, 이 가족도 복수의 대상에 들어갔다. 전국 1위를 하는 사람들은 인터뷰를 한다. 전 영역 만점을 받으면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한다.  그때 까발릴 생각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강준에 대해. 그리고 수아와 진석에 대해서. 6시간만 자고 공부했어요,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어요, 기본에 충실했어요가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가 매일 매일 벽에 깨부술 듯이 머리를 박아대고, 잠 못자게 괴롭히는 와중에 독기로 공부했어요, 사귀던 애를 거짓말로 빼앗아가는 놈한테 성적으로 복수하려고 공부했어요, 라고 대답할 생각이었다.


난 괜찮아. 설마 너희들이 수능 못 보게 하지는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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