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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nameisanger Oct 30. 2022

개로 길러진 아이17

아동학대 소설

혹시 내가 뭘 안 사줘서 그런 건가?


서준은 옆자리의 김진석에게 물었는데, 진석이 자신이 말을 붙일 때마다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말, 비난조의 말투, 날카로운 눈빛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다가오지 말라는 싸인이다. 새들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부드럽게 깃털을 골라 주는 게 아니라 부리로 마구 쪼아댄다면 곁을 주기 싫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준은 그런 일반적인 사회적 소통 방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죽일듯이 화를 내고, 뭔가를 부수고, 귀 아프게 소리치고, 칼을 들고, 폭력을 가하고, 욕설을 퍼붓고, 모욕을 가하는 것이 양육자와의 주된 소통 방식이었다 보니, 그렇지 않은 것은 전부 일반적인 소통이라고 착각했다. 즉, 서준은 진석과 아는 사이이며 어느 정도는 친하다고 혼자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였다. 백수아에 대해 상담을 하고자 운을 뗀 것은. 


진석은 그래도 대꾸는 해 주었다. 


당연한 거 아냐? 그 정도로 정성을 보였는데 제대로 선물 하나 안 갖다준다는 게 말이 되냐. 그걸 어떻게 모르고 살 수 있냐? 
아, 그렇구나. 그러면 뭘 사면 돼?
글쎄다. 그런 건 본인에게 물어보던가.
아니 사실 요즘 사이가 그리 좋진 않아. 걔 기분이 상한 거 같아. 요즘 안 오잖아.
아, 그러고 보니까 교실에 안 오네. 꼬박꼬박 나타나서 대단해 보였는데. 너 걔네 교실 찾아간 적은 있냐?
없는데.
하….어디서부터 지적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


진석은 그렇게 몇 번 달갑지 않은 상담을 받아 주다가 서준의 자신에 대한 착각과 백수아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고, 그리고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야, 원래 이런 건 본인이 가서 풀려고 하면 잘 안 돼. 내가 가서 뭣 때문에 화가 난 건지 알아봐 줄게.
그래도 돼겠어?
믿고 맡겨. 너와 나 사인데.


진석은 백수아에게 가서 왜 기분이 상했는지, 뭐가 문제였는지를 알아봐 주기로 했다. 그러면 서준은 그 점에 대해서 사과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진석은 하루, 이틀, 일주일 간 백수아와 만났다. 십 분이 삼십 분, 한 시간이 되고 더 자주 만나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교정에서 이야기하고, 학교 뒷편의 한적한 공간에서 걷고 있기도 했다. 서준은 진석에게 잘 되어가고 있느냐, 혹시 수아가 뭣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려줬느냐 라고 물었지만 진석은 그렇다, 그런데 너한테 얘기하기는 좀 어렵고 내가 나름대로 설득하고 있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 하지만 백수아는 너에게 돌아올 거다 라고 말했다.


진석아, 혹시 아직도 멀었어?


친구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줬는데 이자를 세 달째 못 받아 위기감을 느낀 채권자처럼 서준은 그날 다시 한 번 물었다. 진석이 설득해 주겠다고 말한 지 2주가 지나 있었다. 진석은 이쪽을 바라보더니 얼굴 근육을 전혀 움직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르자, 그는 서준에게 대답하는 기색도 없이 뭘 꺼내기 위해 사물함 쪽으로 갔다. 다음 쉬는 시간에 말을 붙이자 그는 갑자기 맞은 편의 진희에게 야, 잠깐만, 이라면서 말을 붙이면서 서준의 곁을 떠났다. 그런 식이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철저히 무시하는 게 이상하다 싶었다. 그리고 나서 갑갑해진 서준은 몰래 수아네 반으로 찾아갔고, 수아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 

둘이 사귄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과가 도출되기 위해 자신이 지대한 공로를 세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뭣 때문에 수아가 화가 난 것 같은데, 라는 진석의 질문에 아는 대로 답했다. 그 중에는 수아의 음악 취향도 껴 있었고, 수아에게 다가간 진석은 그런 정보를 십분 활용하여 우연히 만난 소울메이트를 완벽히 연기해 낸 것이었다. 그 와중에 서준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끼워 팔았던 모양이다. 예를 들면, 사과하고 싶어한다가 아니고 아직도 본인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믿고 있는 모양이야, 나 서준이가 너에 대한 욕을 상당히 했다 등. 고민상담을 하며 들은 정보들이 있으니 믹스하기가 오죽 쉬웠을까. 그렇게 그는 수아에게 서준을 적으로 재창조하고, 다시 수아의 편을 드는 방식으로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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