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오즈 Mar 19. 2022

지루한 대기, 신나는 면접

고등학교 15 | 추위가 긴장을 이겼다

    - 면접 어땠어? 잘 봤어?


    토요일에 면접을 보고선 곧바로 돌아온 학교에서 선생님은 내게 면접 후기를 물었다. 




    그 면접은 예상과는 처음부터 많이 달랐다. 학교는 수시 안내 팸플릿 사진보다 더 멋들어졌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으나 면접 대기실에 들어서기까지 내 몸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렸다. 곁에는 부모님이 아닌 언니가 있었고, 그리고 주변에는 물웅덩이와 천둥소리로 가득했다.


    천둥을 피하기 위해 예상시간보다 무려 2시간이나 일찍 입장한 면접 대기실 안은 학생들의 웅얼거림과 면접 관리자의 하품 소리로 가득했다.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를 5번 살펴보다 질려버린 나는 언젠가부터 그 떨림이 멎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몸이 떨리던 게 면접이 긴장되서가 아니라, 매우 낮은 기온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선 피식 웃었다. 추위가 긴장을 이겼다.


    주변을 보니 떨림이 가득한 얼굴들이 만연했다. 딱 봐도 학교에서 예쁨 많이 받은 것 같은 모범생들로 가득했다. 나는 좀 일찍 오면 이 사람들이랑 대화도 하고 그럴 줄 알았건만. 아쉬울 따름이었다.


    지정되어있던 면접시간까지 30분이 남은 시점.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면접에 나는 일분이라도 빨리 면접을 보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했다. 이름을 부르기 전에 차례를 살피고선 재빨리 이동 좌석으로 이동했다. 주변에서는 '뭐야, 면접 포기했어?'라는 표정이 보였지만 나는 면접관과 대화가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다.


    면접 질문은 준비했던 대로 제시되었다. 답변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준비하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클 것 같아서 예상 질문만 대략 50문제를 뽑아둔 덕분이었다. 뭐, 다 했던 내용이니까 물어보는 것에 답변하는 건 진짜 면접관이 궁금한 사항에 대해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언어유희까지 하며 첫 면접을 마무리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학교 정문 밖을 걸어 나왔다.




    - 쌤, 면접 생각보다 괜찮던데요? 저 언어유희했는데 좀 오반가요?


    질문과 답변 그리고 언어유희까지 줄줄이 늘어놓자 궁금함으로 가득하던 선생님의 표정은 점차 익살스럽게 일그러졌고, 옆에서 나의 모의 면접을 도와주신 선생님께서는 몰래 엿들으시다가 그만 풉 하고 웃으셨다. '좀, 아니었나?' 싶었지만 이미 끝난 마당에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나온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합격만을 바라볼 시간은 없었다. 다시 수능 준비 태세에 돌입해야 했다. 





이전 15화 당연한 존재, 당면한 선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