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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Dec 15. 2021

머리 줄까? 꼬리 줄까?

손님이 없네~~

"엄마, 간식 없어요?"


"뭐야? 밥 먹고 1시간도 안되었는데..."


"그것밖에 안되었나? 

배가 또 고픈걸... 헤헤헤"


" 엄마, 저도요  맛있는 거? 해 주세요"


큰아들 초등학교 6학년,

작은아들 4학년쯤 되었을 때이다. 

통통한 귀요미 몸매를 자랑하다가 

어느새 뚱뚱보 대열에 줄을 섰다.

삐뽀삐뽀 사이렌을 불어도 

멈추지 않는 식욕으로 

우리 집은 먹방 놀이터였다.


날씬하다 못해 마른 몸매였던

나도 두 아들과 함께 풍선처럼 

조금씩 조금씩 몸무게가 불어났다.

게다가 남편까지... 

우리는 뒤뚱뒤뚱 

오리가족으로 변신했었다. 

문전성시 주방과 냉장고는

 바쁘다 바빠 ~


그때 그 시절 나는

요리왕 선발대회라도

나가야 할 듯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돌아서면 밥 달라, 간식 달라, 야식까지...

두 아들의 전담 요리사에, 선생님에, 

간호사에 소꿉놀이 친구까지...

3년쯤 전업주부로 살면서

신나게 뒷바라지를 했었다.




호떡도 함께 만들고, 

주로 핫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때마다 앞치마를 두르고 두건을 쓰고

깔깔 웃던 아들들이 생각난다. 

피자도 만들고, 주스도 만들고 

소꿉놀이라며 내가 딸이 되고, 

아들들이 엄마나 아빠가 되는 

역할놀이도  하며 참 많이도 웃었다.  


두 아들의 식성은 좋은 편이라

편식도 없었다. 

이맘때 귤 한 박스는 부족할 정도였다.

마트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대량 구매와 박스 구매는 기본이었고,

소형 마트를 옮겨 놓은 집이라면 너무 했나?? 

ㅎㅎ 그때가 봄날이었다.

둘째 아들은 슈퍼 사장님이 꿈이었다.


토요일 주말 ,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계란, 핫케이크 가루, 도넛 가루, 

팥(비수기라 3킬로 대용량), 깡통 따개, 

우유,... 재료비 2만 원이 넘었다.

 붕어빵 아니고,  금붕어 빵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붕어빵의 신세계

겉바삭 속 촉촉 달달함을

따라잡을 기세였다.



먼저, 계란 두 개를 깨트려 휘젓는다.

거기에 우유 반 컵 정도 붓고 

다시 휘젓는다.

핫케이크 가루 500그램을 붓는다.

물로 반죽의 농도를 맞춘다.

반죽이 약간 흐를 정도

거품기로 휘젓어 놓았다. 


대용량 팥 깡통이 문제였다.

힘 있게 누르고 돌려 따개로 

뚜껑을 겨우 오픈했다.

에고 손목이야! 

'앗, 팥이다. '한입 떠서 맛을 본다.

 '음~달콤하다.' 

'난 역시 팥쥐 엄마라니까(팥을 좋아해서)'


준비해 놓은 붕어빵 틀 기계는

동생네 집에서 우리 집으로 시집왔다.

먼지를 털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와플판과 도넛판도 따라왔다. 

붕어빵 틀 사서 딱 두 번 쓰고

창고행 되었다는 붕어빵 기계를 

내가 부활시켰다.




슬슬 시작해 볼까?

붕어빵 정도야 ㅎㅎ

김 바르는 솔로 식용유를

듬뿍 발라준다. 번들번들하게 

숟가락을 이용하여 반죽을 틀에 옮겼다.


그위에 팥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반죽으로 팥을 덮었다.

붕어빵에 붕어 진짜 안 들어간다.

달콤한 팥소만 들어간다.

길거리 음식을 기다릴 때

보는 광경처럼 나는

붕어빵 장사가 되었다.

줄을 서시오.


뚜껑을 덮고 기다리는 시간

빨간불이 들어오고

또 기다림

초록불이 들어온다.

조금씩 새어 나오는 빵 냄새

다시 불이 꺼지고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세상에나 붕어빵이

살짝 부풀어 올라있다.

나의 첫 작품

2021년 12월 11일 붕어빵


그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게

붕어를 구출하려 했으나

붕어빵은  두도 막이 난 상태로 

틀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오잉? 

이맛이 아니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길가 붕어빵 맛이 아니다.

고급진 핫케이크가 팥을

품은 맛

어색한 맛이다.

붕어빵 가게 오픈하자마자

첫 작품 후 폐업을 할 뻔

그럴 내가 아니다.

두 번째 작품 와플


두 번째 도전 와플 

모양 틀에 반죽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뚜껑을 덮고 기다림

이번엔 와아~ 제대로다.

기름칠을 듬뿍한 덕분에

떼어내기도 수월했다.

모양도 색도 그럭저럭 괜찮다. ㅎㅎ


접시에 옮겨두고 

내친김에 도넛 모양까지 도전했다.

그리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으나

날씨가 춥고 주말이라

콜을 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손님이 없으니 장사 놀이는

영 ~재미가 없다.

세 번째 작품 도넛 모양


어느새 도넛 모양도 완성되었다.

접시에 올려 인증샷을 찍고

내입 속으로 하나 둘..

따끈따끈 폭신한 맛이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은데

기분이 안 난다.

붕어빵 파는 곳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많아야 먹을 맛이 난다.


종이봉투에 2천 원 이면 

나 혼자 충분한데... 

공들여 만든 금 붕어빵이 맛없다.

머리 줄까? 꼬리 줄까?

반으로 갈라 먹는 

붕어빵 맛이 제일 좋았다.

누가 뭐라 해도

배불리 많이 먹으려는

욕심 말고

한 개를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 

그게 바로 인생의 찐 맛인 것을...



주말인데 아들도 춥다고 안 내려오고 

동생네도 조용하다.

혼자서 붕어빵과 와플, 도넛을 

몇 개 먹고 나머지는 냉동실로

붕어빵은 냉동실에서 

동태처럼 얼어가고 있다. 

내 마음도 얼었다.


가족이 빙 둘러앉아 밥을 먹고

붕어빵을 나눠먹고 

화기애애했던 그때 그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 엄마 또, 또 또"괴롭히며

힘들게 나를 일으켰던 때

그때가 좋았다.


북적북적 시끌시끌

코 시국이 오기 전의 일상이 그립다.

갑자기 붕어빵 먹다가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신나게 먹방을 즐기던 두 아들들은

1등급 받고 현역으로 전역했다.

180센티의 우월한 키를 자랑한다.

하마터면 더 클 뻔했다. ㅎㅎ

이제는 내가 아들을 찾는다.

" 아들아, 이거 어찌하는 거야?"

아들들 말이 없다. 


' 우야꼬?? 붕어빵집 오픈하기 전 

손님을 먼저 불러놓고 구워야겠다.'


이틀 후 저녁, 갑자기 나타난 

동생네 부부를 위해

붕어빵을 구웠다. 

똑같은 재료인데

정말 정말 맛이 좋았다. ㅎㅎ

4개나 먹었다.

 

이러다 낚시꾼 되는 거 

아닌지?? ㅎㅎ 맛이 갈수록 진화한다.

붕어빵은 틀에서 빼내는 게 기술이다.

2개는 이쁜 조카들을 위해 

포장 배달되었다.

폐업 신고 대신 주문 제작하기로...


붕어빵 기계 들고 베트남 가야겠다.

단골손님(남편)을 잡기 위해... 한판 더

한판더 주문을 너무 할까 봐 겁난다. ㅎㅎ

 

**참고**

겨울 간식 붕어빵~ 사드세요. 뒷정리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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