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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06. 2022

빠라 바라 밤~그녀들이 나타났다.

어디에?

본격적으로 베트남 하노이는 평일 낮 기온이

35도를 넘어섰다. 여름의 나라 정말 뜨겁다.

가마솥 열기로 푹푹 찐다.

길바닥에 계란 프라이가 익을 정도다. ㅎㅎ


이렇게 더운 날 이곳에서는 긴팔에 긴 옷을

입고 뭐 하는 걸까요? 더울수록 입는다?

더울수록 벗는다? 더울수록 입는다고

딩동댕 정답입니다.


가끔 천둥을 동반한 소나기가 한차례 퍼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쨍하다. 벳남의

하늘은 나 만큼이나 변덕쟁이다.

같은 공간 다른 모습을 하루에 다 볼 수 있다.

쨍한모습&비온모습

베트남 타이빈 빈컴센터 뒤편 우리 집 앞에

그녀들이  나타났다. 짜잔~~

두둥 무슨 일일까? 궁금하다 궁금해.


 수상하다 수상해


아오종랑(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타거나

뜨거운 태양을 피할 때 주로 입는다)


수상하다 수상해 그녀들의 복장과 뒤태로

봐서는 뭘 하러 왔는지? 아직 모르겠다.

그녀들이 평일 대낮에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궁금해졌다.


노트북 가방을 멘 파란 복장의 녀가 보스다.

사업 초창기부터 우리와 손을 잡고 함께한

의리의 MD 최고다.


하노이 명문대 출신이다.

나름 프라이드가 강한 워킹 맘이다.

회사 창립부터 지금까지 잔뼈가 굵은 직원으로

회사 안팎 주름을 잡는다. 그녀는 처음엔 말이 없고

조용했다. 그러나 6년 차 베테랑이 되고 나니

목소리가 커지고 말도 엄청 많아졌다.


벳남 여자들은 대부분 체중이 가볍고 날씬하다.

늘 예외는 있는 법 그녀의 몸매는 통통 튄다.

가운데 파란 복장의 그녀는 넘버 원이다.




사진을 찍어 준다 했더니 뒤태 미인들이라며

돌아서서 사진 찍기를 원했다.ㅎㅎ

왼쪽에서 첫 번째 그녀는 통역사다.


한국살이 9년 차

한국 회사를 다니다 고국(베트남)으로

돌아온 1등급 통역사다. 그녀의 이름은 와잉이다.


사진을 확인하더니 앞모습으로 찍겠다며

다시 돌아섰다. 역시나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바뀌는 벳남 여자들 ㅎㅎ


눈이 예쁘고 날씬하다. 한국말도 잘한다.

코코넛 푸딩을 좋아하는

울회사 대표 1등 미녀가 바로 넘버 투다.



아이 둘을 낳고 회계담당 미녀가

퇴직한 후 새로 입사한 그녀는 어느새

2년 차 회계담당 워킹맘이다.


회사의 돈돈돈을 책임지는 여자.

큰돈부터 작은 돈까지

규모 있게 회계정리를 하며

야무진 살림꾼  마잉 이다.


눈치가 빨라서 손님이 오면 차 대접

과일 대접을 위해 칼질도 쓱쓱 잘한다.

오토바이를 정말 잘 탄다.


결혼을 하고 회사일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에 쏙 든다.

그녀가 바로 넘버 쓰리다.




왜? 그녀들이 마녀삼총사가 되어 나타난 걸까?

악당을 잡으러 가는 날이라고 한다.

뭐라고? 대낮에? 이 더위에

아오종랑을 걸치고 출동준비를 하고 있다.


의류회사를 운영하는 남편의 여직원들이다.

만들어 놓은 옷만 가져가고

입금을 하지 않고

차일피일 약속을 어기며

전화도 안 받고 잠수를  사장님을

만나 단판을 지으러 가는 중이란다.


첫 번째 각서를 받고 기다렸다. 그러나 각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2차 각서를 받기 위해 악당의 소굴을 찾아

마녀삼총사가 몰래 쳐들어 가기로


  싸움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정말

피하고 싶었지만 남편의 건강이 아직 회복 중이라 스트레스에 취약하니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다녀올 각이었고

속상해서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속 사정을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악당 소굴을 따라가는 일은 처음이라 두려웠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차에 올라탔다.


어디쯤 갔을까?


내 배꼽시계가 눈치 없이

꼬르륵꼬르륵 알람 소리를 세차게

울리는 게 아닌가?


남편은 롯데리아 앞에 차를 세웠다.

싸우려면 배를 채우고 가자며

햄버거에 콜라를 하나씩 먹기로 했다.


휴~~ 얼마나 다행인지...

빛의 속도로 햄버거를 먹었다.

트림도 하기 전에 다시 출발했다.




드디어 악당의 소굴을 찾았다. 돈이 거짓말을

하는 거지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는 말 맘에 안 든다.


공장 안 뜰에 자몽나무가 탐스럽게 열려있다.

이 상황에 싸울 준비는 안 하고

아기 머리통만 한 자몽 나무에 눈길을  빼앗겼다.


이거라도 따갈까? 뿌리채로 뽑아가고 싶었다.


곰처럼 커다란 사냥개 여러 마리가 공장 입구에서

왈왈 짖고 있었다. 아이고 무서워라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개들은 묶여 있었고

칸막이도 되었지만 난 너무 무서웠다.

녀 삼총사들은 참말로 씩씩하다.

그 안으로 처벅처벅 들어갔다.


남편도 용감하다. 이판사판 공사판인 건가?

나만 았다. 뭐 첩보영화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닌데 그저 돈을 받아내야 하는

조폭영화처럼 쫄깃쫄깃 한 이 느낌

뭔가 큰일이 생길 것만 같은데...,


잠시 후


떼 지어 몰려간 녀 삼총사들의 활약과

남편의 차분한 대처로 두 번째 각서를 받고

한차례 먹구름을 몰고 온 폭풍우는 사라졌다.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친필 사인을 받았다.

조용히 악당의 눈매며 진심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을 했다.


레이저 빔처럼 강한 눈빛 발사를 보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만큼 나쁜 인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했다.


그저 야속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악당 소굴을 빠져나왔다.



남인들에게

'한국인은 참 좋은 사람들이야'

그런 말을 들으며 살았다.

함부로 언행을 하지 않았다.

가족처럼 잘 대해줬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가족처럼 정이 들었다.

같은 여자로서 워킹맘으로

살았던 나의 30대 40대가

오버랩되어 녀 삼총사를

잘 챙겼다.


타국살이는 힘들었지만  녀 삼총사의

활약이 컸음을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벳남 타이빈에는 녀 삼총사가 살고 있다.


그들이  입는 이 옷은 햇빛을 가려주고

행여 부상을 막기 위한 오토바이 패션이다.

자크를 열면 예쁜 옷들이 변신을 준비 중이다.

모자까지 완벽한 가림 의상이 볼수록

난 사랑스럽다.


자몽 나무가 뜰안에 가득했던

공장 사장님이 다시는

각서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돈과의 약속을 지켜 신용을 쌓아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싶다.


약속을 잘 지키며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더더 많아지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녀 삼총사가

출현하지 않아도 되게 말이다.


악당의 소굴이 아니라 정의의 이름으로

위풍 당 한 멋진 사장님이 이번엔

꼭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6월엔

어떤 약속이라도 잘 지키는 날들이 되길...

넘버 원 투 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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