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 솥단지
오늘 점심 뭐 먹을까?
음 ~ 음~ 음
싱가포르?
오케요~ 좋아요
오래간만에 누룽지 먹으러? 갑시다.
메뉴판을 보고 손가락으로 톡톡!!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고갯짓으로
음식을 시키는 스킬이 늘고 있습니다.
(해외살이 8년 차~)
그 외에 수수볶음, 샐러드 콜라까지
완벽하게 시켰답니다.
참 잘했어요~(부끄럽지도 않습니다)
거친 뚝배기를 대나무 그릇이 곱게 감싸고
그 안에 밥과 고기, 버섯이 한 동네 되어
무쇠솥단지 밥 위에 올려져 짠~나타났고
킁킁 흠흠 콧평수가 바로 마중 나갔습니다.
오호라 ~~
차려진 밥상엔 김치와 뚝배기뿐... 쩝쩝
비주얼은 몹시 오래된듯한 뚝배기에
좀 아쉬운 느낌 입니다만 비비고 나니
맛은 생각보다 좋았답니다.
밥보다 좋았던 건 바로 바싹한 누룽지
직원들과 오래간만에 수다타임~
벳남어 반. 한국어 반. 영어. 중국어까지
언어들이 한 공간에 총 출동한 상태에서
블라블라 블라... 다들 누룽지밥을 먹느라
정신없었는데 믿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솥밥은 먹는 내내 따스함을 전했고...
누룽지는 정말 예술 홀라당 뒤집어서
바싹바싹 입안으로 접수한 지 3초 만에
누룽지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역시 누룽지 맛은 무쇠 뚝배기가 최고!
너도나도 오물오물 맛나게
누룽지를 먹고 나니 뚝배기 속은 비어져
바닥이 은빛으로 반짝반짝거렸습니다.
어머낫! 누가 다 먹은 건가?
눈 큰 외국인들도 초롱초롱한 한국인도
눈이 예쁜 벳남인들도... 모두가 좋아하는
누룽지였다는 사실? 반백년을 살고서야
누룽지의 제 맛을 알게 된 이곳은 하노이
북부 타이빈 이랍니다.
흙으로 만든 뚝배기가 아니고요
쇠로 달구어진 뚝배기에 누룽지 솥밥에
반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식당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싱가포르~이었습니다
난 울 엄마표 누룽지가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엄마표 누룽지는 동그랗고
허름해진 프라이팬에 찬밥을 펼쳐서 노릇하게
앞뒤로 구운 후 흰 설탕 솔솔 뿌렸던
달콤한 누룽지였답니다.
돌아서면 허기지고 배고팠던 시절
누룽지는 유일한 군것질이었고 엄마의
사랑이 묻어나는 간식이었답니다.
해외살이는 늘 그리움과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삽니다.
입맛 없고 아플 때 누룽지를 보드랍게
끓여 오징어 젓갈에 한 그릇 먹고 나면
힘이 솟아났는데 말입니다 (개인차)
그 외에도 누룽지 백숙, 누룽지탕이
추운 겨울 뜨끈한 보양식으로 기억됩니다.
타국땅에서 뜬금없이 누룽지를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싱가포르에서 누룽지를
진짜 이렇게 먹는지? 궁금합니다
주말에 누룽지 요리 어떠신가요?
감기 바이러스 면역성에 밥심이 최고!!
구수한 누룽지의 따스함 바삭함을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