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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퉁퉁증 Sep 02. 2022

일본에서 중국분이 만들어준 짜장면, 나만 비벼먹더라

한국인은 비벼야 제맛

비벼, 비벼 비벼!




일본에 살 때 H상이 중국식 짜장면을 먹으러 오라고 초대해주셨다. H상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 아들은 우리 오빠와 동갑, 둘째 아들은 나와 동갑이었다. 실제로 우리 엄마보다는 젊지만 엄마뻘인 셈이다. 그런 H상은 종종 일본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주기도 하셨고 집에 초대를 해주기도 하셨다. 밖에서 외식도 자주 했고 한국에서 만나기도 했다. TMI로는 소지섭과 한국 드라마 열렬팬.


H상의 남편은 중국분이신데 대학 때 일본으로 유학을 오셔서 결혼을 하고 일본에 그대로 살고 계셨다. 하지만 과연 중국 남자답게 집에서도 자주 요리를 하신다고 했는데 그날이 바로 짜장면을 만들어주신 날이다. 그 자리에는 H상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함께 알고 지낸 I상도 계셨다. 집에는 나와 동갑인 둘째 아들도 있었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간식도 나눠먹고 이런저런 한국 얘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 짜장면이 완성되어 식탁에 모여 앉았다. 간짜장 스타일로 소스가 큰 그릇에 담겨 있고 각자의 그릇에 면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먹을 만큼 짜장 소스를 덜어갔는데..


그리고 나는 곧 깨달았다. 나만 한국에서 짜장면 먹듯이 다 비벼버렸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의 그릇을 힐끗 보니 마치 카레를 먹듯이 먹을 부분만 살짝 비벼서 먹고 있었다. 나도 기본적으로 비벼먹는 걸 선호하진 않는다. 비빔밥이나 쫄면처럼 당연히 비벼서 먹는 음식을 제외하곤 모든 재료를 비벼서 음식이 뒤섞이는 걸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김치찌개 국물을 밥에 부어 비벼먹거나 강된장에 밥을 비벼먹는 것,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팥빙수를 비비는 것, 내가 먹는 스타일이 아니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나도 오밤중에 갖은 반찬 때려 넣고 양푼에 밥을 비벼먹냐고 일본 지인들에게 몇 번 질문을 받았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음식을 비벼먹는 이미지가 큰가 보다.


일본 음식은 눈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서빙된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면서 먹는다. 카레를 먹을 때도 숟가락을 뜰 부분만 살짝 비비는 정도. 덮밥도 내용물과 밥을 비비는 게 아니라 그 상태 그대로 떠먹는 정도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본 음식 중에서 비비는 음식은 낫또에 간장을 넣고 휘휘 돌리는 정도인 것 같다. 비빈다기 보다는 낫또에 실이 생길 때까지 돌리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데 보기에 예쁘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맛있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가이세키 요리는 먹기에도 아까운 아름다운 음식이 나오는데 맛은 그저 그렇다. 저렴한 가이세키도, 고급 가이세키도 대단히 맛있어서 자꾸 떠오르는 그런 맛은 아니다. 맛있다고 하기도 뭐하고 맛없다고 하기도 뭐한 그런 맛이다.

어느 봄, 교토에서 먹었던 벚꽃을 담은 가이세키

음식을 먹을 때 다르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는 꼭 앞접시를 사용한다는 점인데, 일본 사람들은 그것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다. 여러 가지 반찬이 나오면 일단 반찬을 자기 앞접시에 덜어온다. 그리고 먹는다. 메인 요리도 아니고 반찬 정도는 어차피 입에 바로 들어갈 거 앞접시를 거치지 않고 먹어도 될 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리고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도 일본에서는 밥에 녹차를 부어먹는 오차즈케 정도인 것 같다. 며칠 전 점심에도 회사 동료가 국물에 밥을 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뚝배기를 받침에 기울여 국물까지 완뚝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한국과 일본, 그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는 게 재미있다. 그것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니까.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한 가지는 짜장면은 비벼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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