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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만에 도착한 도서 택배

에궁 시골집이라 미안해

by 가을웅덩이

집 안 분위기가 칙칙하다. 도대체 언제 주문했는데 아직 책이 안 온단 말인가? 배송정보를 보니 이미 출발은 했는데 중간 지점에서 이틀동안 머물고 있는 것이다. 동동거리는 아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폰만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맘 같아선 당장 달려가 책을 찾아오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답답하다.

산골 시골마을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도서 택배가 며칠씩 걸려 도착하고 있다. 북클럽에서 읽을 책을 주문해도 전에는 하루가 지나면 도착했는데 요즈음은 3~4일은 지나야 도착하고 있다. 새로나온 문제를 풀고 싶은 아들은 조바심이 나서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덩달아 나도 마음이 무겁고 해서 집 밖으로 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돌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눈치없이 봄햇살 받은 꽃들은 얼마나 예쁘게 피어 있는지 하늘은 또 얼마나 파랗게 웃고 있는지 얼굴을 찌푸릴 수가 없다. 공기는 또 얼마나 신선한지 1급수에 사는 물고기처럼 상큼하다. 시골이라 불편한 것도 있지만 맑은 공기와 철마다 피는 여러가지의 꽃들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기쁨이다. 싱그러운 기운 듬뿍 받고 집으로 와 보니 아들은 지쳤는지 잠이 들었다.


월요일에 주문한 책이 금요일 저녁에야 도착했다, 기다리다 포기했는지 아들은 택배를 뜯어보지도 않고 다른 공부에 심취해 있다. 나도 아무말 없이 택배를 책상 위에 얹어두고 저녁을 준비한다. 아들도 조금씩 시골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아쉬운 면은 내려놓고 자연을 통해 얻는 기쁨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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