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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웅덩이 Oct 19. 2024

소방벨의 오작동

삶 속에서 울렸던 오작동 벨을 떠 올려봅니다

때릉 때릉 때릉 

소방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 번씩 울리기는 해도 곧 멈추기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데 벨소리가 진정되지 않는다. 이방 저 방에서 모두 나와 행정실로 향했다. 담당과장이 쉬는 날이라 이 기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서 직원들이 허둥거리고 있었다. 소방벨 오작동이라고 했다.  벨이 울리는 내내 환자들과 병동 직원들이 얼마나 가슴이 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병동에 방송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걱정을 던지자 복지과 샘이 방송을 시작한다. 경비 아저씨가 오셔서 소방벨을 진정시키는 동안 한 사람의 부재가 얼마나 큰지 깨닫는다. 


삶 속에서 울렸던 오작동 벨을 떠 올려 본다. 유독 무덥던 올해 여름이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의 서울 모임을 다녀온 후 심하게 아팠다. 어지럽기도 했지만 갑작스러운 복통에 더 놀랐다. 3년 전에 수술대에 누워야 했던 담석통과 너무 닮은 통증이라 당황했다. 가까운 내과에 들러서 주사와 수액으로 진정하고 나서야 걱정할 통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미 담낭을 제거했기에 담석통이 다시 올리가 없기 때문이다.


3년 전 11월이었다. 피아노 학원 발표회를 앞두고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그전에도 복통으로 한 번씩 응급실을 간 적이 있었기에 단순한 체증으로 생각했다. 검사를 한 후에 담석통임을 알게 되었다. 담석통은 견디기 힘든 통증 중의 하나다. 명치를 내리누르듯 숨 쉬기 힘들 정도의 갑갑함이 통증과 함께 찾아온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통증은 더 심해졌다. 결국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대학병원이라 1월 중순은 되어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날짜를 정하고 집으로 왔는데 2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다시 통증이 왔다. 주말이라 택시를 타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30분 정도 걸리는 동안 통증과 싸우느라 온몸이 땀에 젖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웅크리며 담석통이라고 외쳤고 곧바로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담관에 있는 담석을 제거하는 시술과 담낭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을 차례로 받은 후 5일 만에 퇴원을 했다. 그 이후로는 복통과도 완전히 결별했다. 


소방벨의 오작동처럼 인체도 오작동을 한다. 담석통으로 놀랬던 뇌가 단순한 복통을 그 통증으로 오인하게 된 것이다. 담낭이 없는 데도 말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삶의 구석에 하나씩은 오작동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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