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유미 윰글 Mar 23. 2024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해요

저도 얘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 제가 제일 힘들어요


우리 반 아이가 결석을 했다.


지난주부터 이틀을 빼고 다 결석이다. 처음에는 아파서 결석이었다. 하지만, 이틀 후부터는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런저런 걱정에 전화를 걸었다.

"00 이가 많이 아픈가요?"
"딱히 아픈 건 아니고요. 그냥 학교에 가는 게 좀 그런가 봐요."

"무슨 말씀이시죠?"
"글쎄, 잘 모르겠어요. 아파 보이지는 않는데...."

"어머니, 00가 아프지 않다면 학교에는 보내주셔야 합니다."
"안 보내는 게 아니고요. 애가 컨디션이 안 좋다는데 보내라고 하시면 어떡합니까. 저도 보내고 싶어요. 제가 제일 힘들어요."

"아프면 학교에 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아프지 않으면 보내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나는 아이가 아프지 않다면 다른 힘든 점이 있는지 걱정스러워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이 엄마는 다짜고짜 소리를 지른다.

"어머니, 저는 아이의 상태를 여쭤보려고 전화를 드린 겁니다."
"코로나 검사를 여러 번 받았잖아요. 도대체 몇 번인지 모르겠어요. 아이 참. 4번 그런 일이 있었으니, 검사는 8번이잖아요.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요."


3주 정도 전에 우리 반에 확진자가 생겼다. 그래서, 우리 반 전체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엄마는 말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왜 소리를 지르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코로나 검사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받는 것이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제시하는 대로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이의 엄마는 그 상황에 화를 내고 있었다.

"어머니, 통화 중에 죄송한데요. 이제 수업을 시작해야 해서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언제 전화를 드릴까요?"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요. 더 통화를 해야 됩니까."


5분 후 나는 문자를 보냈다.

"00 이를 잘 돌봐주세요."


곧이어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라고 말하던 엄마가 나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00이랑 얘기를 잘해주세요. 이런 위험한 상황에도 용감하게 다녀달라고. 맘이 많이 약해서 그런지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네요. 몇 마디 하면 눈물이 나고... 감성이 풍부해져서 그런지 그러면 콧물로 영향으로 가지고 하니.."

"토성에 10일 격리 이후로 서구에 확진자가 너무 많아서 학원도 안 가고 있어요. 거진 제가 1시 30분에 학교에 하교 픽업하러 가요. 선생님. 학교만 가요. 선생님께서 잘 얘기해 주세요. 하음이랑요."


휴.



"어머니, 저는 아이를 도와주려고 전화를 드린 겁니다."



오후 2:25


나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하고 있었어?"
"게임하다 공부하다, 게임하다 공부하다 그랬어요."

"아, 그랬구나. 혼자 있으니 심심하지 않아?"
"괜찮아요."

"그랬구나. 우리 00이 어디 아파?"
"아니요. 안 아파요."

"그래. 선생님은 아픈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왜 오늘 학교에 나오지 않았을까?"


나는 아이와 말을 이어갔다.

"00아, 아프지 않으면 학교는 나와야 해."
"공부가 너무 싫어요."

"그렇구나. 공부는 하기가 싫은 거란다. 누구나 그래."
"공부랑 손절할 거예요."

"에고. 그러면 안돼. 학교와 공부는 해야 한단다. 학교는 오기 싫다고 오지 않는 곳이 아니야. 내일은 학교에서 꼭 보자."
"..."

"내일 보는 거야."
"네."


오늘의 대화는 이걸로 끝이 났다.




아이에게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를 물어보세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면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 이유를 아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아이의 말을 듣다 보면 그 이유가 아주 미미한 것이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에게는 절박한 이유일 수 있어요. 아이의 이야기 끝나면 이렇게 말해주세요.


"넌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


아이게 부모님의 생각을 주입하지 마시고, 아이의 의견을 들어주세요. 분명히 자기가 하고 싶은 방법이 있을 거예요. 충분히 들어주어야 합니다. 울면 충분히 울도록 해주시고요. 하지만, 분명한 말로 조리 있게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어쩌면 부모님들이 볼 때는 별 것 아닌 것을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무조건 야단부터 치지 마시고요.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고 나면, 냉정을 찾고 현명한 방법을 스스로 말할 거예요.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세요.



담임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셔요


위와 같이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담임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셔요.


아이는 부모님보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은 잘 들을 거예요. 부모님에게 하듯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담임선생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보세요. 그러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어른의 눈으로만 보고 아이를 윽박지르지 말아 주세요."



이전 08화 진단평가를 친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