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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윰글 Mar 14. 2024

진단평가를 친 날

평가가 주는 배움

진단평가 답안지


진단평가가 있는 날이다.


평소에는 교실로 바로 가지만 오늘은 인쇄실을 먼저 갔다가 연구실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줄 평가지를 반별로 배분해야 해서다. 시험지는 사전에 노출되면 절대 안 되니까 시험 치는 당일 아침에 이렇게 나눈다.

아침부터 바짝 긴장을 하고 등교한 아이들. 어제와 달리 시험지와 답안지를 한껏 안고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더니 영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


"우와~~~"

"왜, 기분들이 안 좋아?"


"네~~~~"

"그래도 오늘은 수업을 안 해서 좋잖아?"


"그래도 시험을 치는 건 너무 안 좋아요."

"어차피 치러야 하는 시험인데 그냥 좋게 보자."


"힝~~~"


한껏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기분을 받아주고 싶어 그냥저냥 대꾸를 몇 마디 했다. 아침부터 시험을 치르려고 하니 오늘 아침 아이들의 기분은 좀 꿀꿀했을까. 또,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또 얼마나 무거웠을까. 하지만 세상살이는 크고 작은 시험의 연속이다. 이 아이들은 오늘 치르게 되는 시험으로 2024년 올 한 해 그들에게 '부진아'라는 타이틀(?)을 다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그건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학부모와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큰 족쇄나 낙인처럼 느껴질 것이다. 사실 지나고 보면 뭐 그리 중요하지 않은데 말이다. 그렇지만 내 앞에 앉는 이 아이들에게는 이런 나의 생각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까. 그리고, 그 말을 꺼낼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아이들이 시험이라는 제도를 우습게 알 것이고, 그러한 태도는 그들에게 '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은 모두 정리하세요."


5교시 동안 시험은 진행된다. 무려 다섯 과목의 시험을 치를 동안 긴장과 풀어짐을 반복해야 하는 아이들. 나도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수없이 이 과정을 반복했다. 때로는 투덜거리기도 하고 "이런 시험이 무슨 소용이냐?"라는 말로 화를 낸 적도 있다. 그렇지만 시험을 피할 수는 없었고 받아들였다. 아니 그래야 했다. 시험은 늘 있었던 하나의 관문이었고, 나의 노력을 증명시켜 주는 하나의 도구였다. 시험이 아니라면 난 무엇으로 그 당시의 나를 보여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앉은 이 아이들도 나와 같은 과정을 겪어가며 성장을 얻겠지. 또한,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것이고, 그것으로 또 오늘 하루 배움을 얻게 된다.


이렇게 학교는 모든 공간과 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배움이라는 선물을 제공한다. 이 자리에 내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 묵직하고 좋다.


"이제 시험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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