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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윰글 Feb 17. 2024

우리 학년만 반의 순서가 거꾸로????

어제는 교실의 짐을 새로운 반으로 옮기려고 예전 교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가 쓰던 반으로 올 선생님의 짐이 아닌 다른 분의 짐이 들어오고 있었다.


"왜 우리 반으로 짐을 옮기세요? 여기는 3반인데요?"

"여기가 1반이에요."

"어, 아닐 텐데요."


눈을 들어서 교실의 반 표시판을 봤다. 순간 나의 눈을 의심했다. 정말 반의 순서가 전교의 다른 반과 달랐다. 한 마디로 '거꾸로' 되어 있었다. 다른 학년은 교실을 바라봤을 적에 왼쪽에서부터 1반-2반으로 가는데, 우리 학년만 거꾸로 3반-2반-1반의 순서로 가는 것이다.


"올해는 이렇게 반을 배치하는 걸로 바뀌었어요?"

"아니요. 우리 학년만 그런 거예요."


"어머, 왜요?"

"그냥 그렇게 되었어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대답하는 부장님을 얼굴을 보면서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이유를 묻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 질문을 멈췄다. 원래 내가 쓰던 교실로 들어와야 하는 분은 연세가 지긋한 선배님이고 작년 우리 학년의 학년부장님이시다. 올해 교감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분이기도 해서, 부장직을 내려놓으며 담임만 맡기도 하셨다. 우리 학교는 1반이 학년부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본인은 그 교실을 비우고 내가 쓰던 3반 교실로 이동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2주 전부터 짐을 조금씩 정리했고, 일찌감치 교실을 비워드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교실의 순서가 바뀌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그 이유를 아는 데에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재밌는 상황에 대한 이유는 이러했다. 2학년의 신발장의 위치가 있는 쪽부터 1반을 해야 한다고 본인이 주장을 하셨다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이유가 된다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더구나 이번에 학년부장을 맡게 되는 후배는 내가 쓰던 교실을 쓰게 되면 본관과 거리가 멀어져서 일로 인해서 오가기가 불편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억지 이유를 들어서까지 반의 순서를 이 한 학년만 거꾸로 하자고 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지 않을까.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나 욕심만을 부린다면 그 조직은 균형을 잃게 될 것이다. 특히, 어느 정도의 경력을 지닌 소히 '어른'들이 그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후배는 배울 점을 잃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온라인 소통 시대에 후배는 선배를 그냥 존경하지 않는다. 배울 점 또는 따를 이유를 그들에게서 충분히 느껴야 마음을 연다. 만일 내가 그러한 이유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 이 학교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후퇴할 것이다. 앞선 선배처럼 본인의 얄팍한 안일함만을 위해서 비논리적인 이유를 들어 여러 명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자신의 당당함을 주장하는 행동을 보면서 또다시 내가 이 교직에서 나아가야 할 언행의 방향을 재정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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