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Oct 19. 2021

틈 9화

아운과 훤은 서로가 궁금하다.

“그림 그리는 거.”


“나도. 동아리 방에서 같이 그리던 거 생각나. 그리고 사실 나, 신입생 환영회 때 네가 좀 궁금했었어. 난 제일 조용한 사람이 제일 궁금하더라.”


“나도 너... 궁금했어. 미대생이라기에 얼마나 그리는지 보자는 마음도 있었고....... 넌 좀 귀엽게 생겼잖아.”


훤은 몸을 돌려 아운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예뻤다. 아운의 가느다란 목선을 타고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연필로 그려 놓은  같았다.


“내가? 뭐야...


아운은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훤은 그 순간 아운에게 다가가 키스하고 싶어졌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 보면 색연필이 스르륵 빠져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그럼, 한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후 목선에 입을 맞추고, 볼을 타고 올라가 감긴 눈에 아주 가볍게 입맞춤을 한 후 그녀의 입술에 강렬한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아운도 훤의 마음을 알아챘다. 그녀는 남자들이 키스하고 싶을 때 짓는 표정을 알았다. 시선은 입술에 머물되 눈은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기도, 무언가 급한 일이 있는 데 참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그 특유의 표정이 귀여웠다. 보통의 아운이라면 먼저 다가갈 텐데 훤에게 연인이 있었다. 오히려 그 사실을 잊은 건 훤이었다.


“키스하고 싶어.”


훤이 말했다. 아운도 훤과 키스하고 싶었다. 그리고 키스하려면 피해야 하는 말들도 알았다. 아운은 훤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운의 손가락이 훤의 머리칼 사이를 헤집고 지나갈 때, 훤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운에게 키스했다. 둘은 상상만 하던 서로의 촉감에 강렬히 빠져들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서로의 입술, 숨결에 실린 와인 향, 그리고 몸을 감싸는 재즈가 둘을 도덕이나 낮의 의무로부터 멀리 데려왔다. 둘 사이엔 이제 어제도 내일도 없이 지금만 존재했다. 지금이 둘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될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림: tae-hope https://www.instagram.com/barista_painter/

이전 29화 틈 8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