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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혼밥을 하는 이유

직장생활에 대하여

by sheak Jul 08. 2024

 2024년 이제 현재의 직장에서 생활을 한지가 어느덧 정직원으로 20년, 기간제 교사까지 포함하면 21년이 흘렀다. 21년이면 강산이 2번 바뀐 시간이며 전체 직장생활에서 2/3 가량이 지난 시점이라 볼 수 있다. 나름 직장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성향이라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개인의 취향보다는 전체 조직의 방향을 중시하는 경향이 조금이라도 컸지만, 2010년을 즈음하여 전체 조직의 방향보다는 개인의 취향이 더 큰 힘을 발휘하여 직장 생활이 시나브로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저녁에 남아 야근을 하면서 저녁을 먹는 패턴도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직장의 유형에 따라 그 시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고 조직의 단합을 위한 강압이 약해지는 현상은 모든 직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직장생활도 다 먹고살고자 하는 일인데, 이런 변화를 식사상황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010년 전의 모습

 2003년 대학에서 배운 모든 것을 군시절 모두 까막고 전역을 하고 이곳에서 기간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군대물도 덜 빠지고, 아직 직장생활에 문외한이라 개인의 취향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선배들을 따라 무언가를 배워야 했고, 선배들이 하자고 하면 일단 하는 것이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회식을 하자면 해야 했고, 야근하면서 저녁을 먹으러 가자면 가야 했다. 그것이 맘도 편하고 좋았다. 저녁 값도 대부분 선배들이 계산해서 돈도 들지 않았다. 가끔 꼬장을 부리는 선배들도 있었지만, 교사집단만큼 선비들이 많은 집단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인간적인 대우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군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하고 남을 배려하는 문화에 재빠르게 동화되어 갔다. 그 시절엔 야근을 하면서 혼밥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요즘 밈처럼 남자들은 재육볶음으로 통일하는 것처럼 메뉴를 고르는 기회조차도 잘 없었다. 야근을 하는 날 저녁시간이 되면, 후배들이 뭘 먹을지 조사하고 시키면 주변 식당에서 총알같이 배달이 오고 저녁식사를 했다. 배민이나 요기요 같은 어플이 없던 시절이라 식당에서 직접 배달을 해 왔고, 교무실에는 주변 식당의 쿠폰들이 수백 개씩 쌓여 있었다. 쿠폰이 쌓이면 또 쿠폰을 쓰기 위해 여럿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식사 중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야근 후 저녁 9시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런 삶이 불과 15년 전 즈음이었다. 


2010년 이후의 모습

 2010년이 되면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MZ세대 교사들의 등장으로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세대구분적으로 MZ세대는 글로벌 세대이며 인터넷세대, 이전 세대보다 더 적은 자녀를 갖는 세대로 정의되지만, 교직사회에서 MZ세대는 구습을 경험하지 못한 교사세대였다. 과거 학습지로 대표되는 출판업자들의 로비와 촌지 문화를 한 번 도 겪지 않았고 조직의 강압적인 운영이나, 오늘날 갑질에 해당하는 불합리함을 일상적으로 겪지 않은 세대였다. 이러한 모습이 직장생활에도 나타나 조직을 중심으로 생활하면서 개성을 표출했던 전 세대와는 달리 조직의 방향이라도 불합리하다 생각하면 따르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 이러한 특징이 과거 출판사 로비나 촌지 문화가 사라지면서 회식이라는 이름의 술자리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선후배 교사들이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이 줄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비공식적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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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와 함께 컵라면, 전자렌지에 돌려 햇반과 함께, 동료들과 떡볶이 시켜 비빔라면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서도 과거에는 같이 시켜 나눠 먹는 분위기에서 각자 친한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삼삼오오 밖에 나가서 먹거나, 인근 식당에서 시켜서 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거나 하는 등 여러 모습으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삼삼오오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 주로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내 인생에서 고3 담임을 했던 3년 동안이 내가 먹은 라면의 절반을 먹었던 시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기 일쑤였다. 이렇듯 야근으로 저녁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2024년의 모습

 2024년 야근 시 저녁식사는 삼삼오오, 학생 저녁급식에서 해결, 혼밥으로 정의되고 있다. 삼삼오오는 역사가 더 흘러도 변하지 않는 형태의 저녁식사 모습이다. 특히, 학교에서는 매년 학년이 바뀌고 교무실을 쓰는 장소가 변하는 경우가 많고, 공립학교의 경우 4년마다 학교를 옮겨야 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친해져야 하는 부담 존재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매년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학년초에 만들고 그들과 식사와 차 한잔의 시간 등을 같이 보내며 혼자라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삼삼오오의 경우 점심급식뿐 아니라 저녁 식사까지 같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슷한 경우로 업부부서에서 야근을 할 경우에는 부서별로 모여 저녁식사를 하기도 한다. 삼삼오오 이외의 경우 자율학습 감독 같은 공식적 야근자는 주로 학생 저녁급식에 매식비를 지원하여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나처럼 혼자 저녁을 해결한다. 내가 스쿠터를 산 이유도 혼자 식사를 해결할 상황이 많아서 더 많은 식당으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구매했다고 해도 거짓은 아닐 듯하다. 오늘도 야근인데, 뭘 먹을까 고민이다. 1시간 안에 이동 및 식사가 가능한 장소가 여러 군데 저장해 뒀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돼지국밥이나 수육정식을 먹고 올까 생각 중이다. 

혼자 있을 때 재미있고 행복한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혼을 해도 완전한 행복을 갖지 못한다.  

 20대부터 위와 같은 생각을 해왔다. 혼자일 때도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 둘일 때 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듯이, 혼밥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자는 같이 식사를 할 때 더 즐거운 식사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혼밥을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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