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대하여
쓰시마 하면 우린 뭘 떠올릴까? 독도문제로 불거진 한일관계에서 한국과 더 가까운 쓰시마는 대한민국의 땅이다라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쓰시마는 '덕혜옹주', '최익현'과 관련된 역사적 아픔과 함께 한국인들이 가장 쉽고 빠르게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부산사람들은 당일치기로 면세 여행을 하기도 하니 말이다.
동경 129°, 북위 34°에 위치한 쓰시마는 후쿠오카와 138㎞떨어져 있지만, 부산과는 불과 49.5㎞로 맑은 날에는 쓰시마 서해안에서 거제도 및 부산의 모습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쓰시마는 남북이 긴 신장형의 섬으로 남북이 82㎞, 동서의 길이가 18㎞로 북쪽으로 부산, 남쪽으로 규슈와 연해있다. 섬 전체가 산림지역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히노끼(편백나무)와 스기(삼나무)로 조림되어 있다. 본래는 하나의 섬이었으나 인공운하(만제키세토 운하)에 의해 두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으며 총 107개의 섬 중 5개의 유인도를 가지고 있다. 낚시여행을 비롯하여 전체 관광객 중 90% 이상이 한국인으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3차 산업(관광산업)의 비중이 높고, 한국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어디를 가나 한글 안내간판을 만날 수 있다.
나의 쓰시마 여행을 3회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처음이 자전거를 타고 일주한 라이딩 여행, 다음이 대학 선후배들과 함께한 답사여행, 마지막이 연수를 통해 다녀간 1박 2일의 짧은 연수였다. 네 번째는 가족과 함께 여름을 보낼 계획이었으나, 계획한 해의 '한일관계 악화'와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 이상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국경의 섬 라이딩(2007년)
여름휴가는 다가오고, 사랑하는 여인은 아직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여름휴가를 고민하다가 아직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한 친구 녀석에게 자전거 라이딩을 하자고 말을 꺼냈고, 이미 거제도 라이딩을 같이 한지라 흔쾌히 동의를 얻었다. 쓰시마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섬으로 도로만 따라 줄곧 달려도 82km이고, 해안에 위치한 관광지라도 두어 곳 들르면 100km가 넘어가는 곳이다. 갔던 곳을 되돌아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쓰시마는 일주만 하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라이딩을 해서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여기서부터 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아래부터는 당시 써 놓았던 글을 그대로 옮긴다.
쓰시마에 대한 기본정보를 가지고 계획된 대구~쓰시마 일주 자전거 라이딩은 사전에 충분한 준비보다는 자전거 라이딩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된 것으로 각 지역의 이름난 다양한 유적이나, 자연환경을 관찰하기보다는 길을 따라 달리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계획되었다. 또한 제주도 자전거 라이딩과, 울릉도와 독도답사에 이어 이번 자전거 라이딩은 대구를 출발하여 부산에 도착하여 1박을 하고 쓰시마에서 2박을 하면서 섬을 일주하는 코스로 정해졌다. 집에서 부산역까지가 160㎞, 도착지인 이즈하라에서 히타카츠까지 섬을 관통하는 382번 국도의 길이가 82㎞이므로 관광지를 들를 경우 쓰시마에서의 주행거리도 150㎞정도가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자전거는 기차에 싣지 못하고, 고속버스에 싣고 가서 부산항까지 이동하기에도 시간이 충분치 않아 직접 타고 가기로 하였다.
1일 차 : 부산항으로 출발
2007년 8월 8일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출발 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라 출발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여름철의 비라는 것이 예상할 수 없을뿐더러 더위를 식혀준다는 측면에서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출발을 강행하기로 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드디어 아침이 밝고 챙겨놓은 짐을 자전거에 싣고 서구청에서 동료를 만나 07시 30분 부산으로 출발하였다. 경산에서 엔화로 환전을 하고 도로정보가 담긴 지도를 사서 어느 도로를 이용하여 갈 것인지 논의한 끝에 25번 국도를 따라 밀양까지 도착한 후 58번 국도를 따라 김해를 거쳐 부산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여름방학기간이라 자전거를 오랫동안 타지 못해 가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게다가 경산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국도 상에 오르막이 많아 더욱 고생하였다. 국도는 좌우로 경부선과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를 사이로 이어져 있었다.
국도는 자전거가 다니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다. 제주도와 같이 자전거 도로가 완벽히 갖춰져 있어 안전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갓길을 표시한 선 안쪽으로 안전에 유의하며 달려야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다.
경산에서 청도로 들어서면서 포도와 복숭아를 파는 농민들이 길가에 자주 눈에 띄었다. 여름의 뙤약볕을 구름이 가려줘 자전거 라이딩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게다가 포도와 복숭아를 파는 도로변을 지날 때면 달콤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했다. 햇볕의 따가움은 없었으나, 비 온 뒤 높은 습도와 온도에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스포츠 음료를 사서 마시며 도로변 경찰서에서 세수를 하고 몸을 식히며 자전거를 달려 점심때가 되어서야 밀양에 도착하였다.
밀양은 영화 ‘밀양’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영화와 밀양의 곳곳을 연결한 다양한 광고간판 및 펼침막을 볼 수 있었다. 밀양시를 벗어날 즈음 자전거를 멈추고 가장 더운 14시에서 15시 사이를 피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잘 갖춰진 식당에 있으니 그냥 누워 자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식사와 휴식을 통해 힘을 얻어 58번 국도를 따라 삼랑진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이번 부산까지의 자전거 라이딩에서 가장 난코스의 오르막(40분)을 만나 사람의 진을 쭉쭉 빼앗아 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몸소 느끼며 삼랑진까지 편안하게 도착했다. 하지만 문제는 벌써 17시가 되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비해 시간이 적다는 것을 알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해까지 꾸준히 달렸으나 김해를 벗어날 때 벌써 해는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김해와 부산 간 도로는 가로등이 있어 안전에 유의하며 부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목표지역인 부산항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구포교를 지나 사상구의 모텔에서 잠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도착 후 샤워를 하고 늦은 저녁을 야참으로 해결하고 속도계를 보니 총 이동거리가 140㎞였다. 내일 부산역까지의 거리가 20㎞이니까 대구에서 총 160㎞를 이동한 것이 된다. 첫날부터, 목적지인 쓰시마에 도착하기 전부터 체력이 너무 떨어진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것은 내일 아침에 일어나 보면 몸이 먼저 말해줄 것이라 여기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하지만, 밤새 몸에 열이 올라 뒤척이며 보내야만 했다.
2일 차 : 쓰시마를 향해
아침도 먹지 못하고 07시에 일어나 부산항으로 향했다. 10시 30분 출발이라 발권과 수속을 위해서는 1시간 30분가량 일찍 도착해야 했다. 20㎞의 거리지만 도심을 통과하는 도로라 신호등과 오르막이 많아서 9시가 조금 늦어 도착했다. 발권을 하고 자전거를 2층 출국심사장으로 옮긴 후 대기했으나, 법무부 전산망이 다운되어 11시가 넘어 출발하였다. 자전거는 쓰시마를 운행하는 씨플라워Ⅱ의 후미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배에 올랐다. 씨플라워Ⅱ는 쓰시마를 독점 운행하는 대아고속 해운(http://www.daea.com)의 여객선으로 계절에 따라 운행 횟수와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꼭 확인을 해야 한다. 쓰시마의 남동쪽 이즈하라와 북동쪽 히타카츠로 운행을 하며 이즈하라는 2시간 10분, 히타카츠는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배안에는 간단한 매점과 면세점이 위치하여 짧은 운행시간이지만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늦게 출발한 배는 14시가 되어서 이즈하라 항에 도착하였다. 부산의 흐린 날씨와는 달리 쓰시마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더불어 태양도 강렬하게 내리쬐었다. 아침도 변변히 먹지 못해 도시락 전문점에 들러 도시락을 먹고 첫날밤을 묵을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이즈하라의 호텔급만 예약이 가능해 예약하지 않고 직접 찾아 나서 쓰시마 관광협회 근처의 여관으로 숙소를 정했다.(1박 조식 5000엔/1인)
이즈하라 시내 관광은 내일 라이딩 출발할 때 하기로 하고 짐을 풀어놓고 저녁시간까지 이즈하라마치의 다른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해안가에 도로가 있어 경사가 완만하리라 판단하고 자전거를 달렸지만, 해안절벽이 발달한 쓰시마에서는 해안도로는 찾아보기 힘들고 주로 산과 산 사이를 연결해 만든 산악도로가 많았다. 특히, 382번 국도와 달리 초기에 건설된 도로들은 경사가 급해 자전거로 이동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즈하라 항에서 7㎞ 떨어진 오우라(尾浦)를 둘러보고 돌아오기로 하고 오우라에 들렀다.
도로에서 1.9㎞떨어진 내리막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라이딩을 하면서 국도를 벗어날 때는 항상 돌아올 길까지 생각해 두고 이동을 해야 한다. 보통 오르막 2㎞를 자전거를 끌고 오르는 데는 30~40분이 소요된다. 석양이 깔릴 즈음 오우라에 도착하니 호박돌 크기의 해변에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었다. 크기 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방파제로 파도를 막고 있어 흡사 수영장과 같이 잔잔했다. 올여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시마 오우라에서 해수욕을 간단하게 즐겼다. 해수욕을 마치고 이즈하라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해결한 먹을거리를 슈퍼마켓에서 구입했다. 일본 본토도 그렇지만, 쓰시마의 슈퍼마켓도 다양한 물품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고, 그 크기 역시 인구에 비해 다소 크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이불이 깔려 있고 정리가 되어 있었다. 슈퍼마켓에서 준비한 음식을 차려놓고 숙소에 딸려있는 대중탕을 이용하여 몸을 식힌 후 방 안에서 간단한 식사를 했다. 각종 회와 삼각김밥을 구입해 먹었고,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대마도 토속주인 쓰시마 시라타케산의 샘물로 만들었다는 쓰시마 유일의 정종인 시라카케(白嶽)를 마셨다. 내일의 라이딩 계획을 세우는 동안 이즈하라에서의 주행한 거리를 살펴보니 25㎞에 불과했다. 피로가 누적될수록 이동거리가 짧아진다는 것을 감안해서 내일의 주행거리도 무리하게 잡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밤에는 이즈하라 시내를 둘러보며 친구 녀석과 술도 한잔 기울였다. 술자리가 오래되어 1시간 넘어 잠이 들었다. 라이딩 여행 중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음날 알 수 있었다.
3일 차 : 히타카츠 향해
아침은 숙소인 여관급의 호텔 마루야의 다다미가 깔린 식당에서 먹었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므로 밥과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시루를 두 공기씩 먹고 이즈하라 주변의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아침 일찍이었지만, 벌써 히타카츠에서 내려온 라이딩 여행객 두 명을 만날 수 있었다.
쓰시마 하면, 우리는 주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숨 쉬는 곳으로 알고 있고 그에 따른 우리나라의 유적지도 간혹 있지만, 우리가 찾아본 유적지는 참으로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숙소 뒤편 반쇼인으로 가는 언덕길에 위치한 이 씨 왕조/소우케 결혼봉축기념비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기념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하고, 백제의 비구니가 전했다고 전해지는 슈젠지(修善寺)의 최익현선생기념비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선생의 비석은 1986년에야 한․일 양국의 유지들이 세운 것이다. 이런 역사를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이즈하라를 벗어났다.
이즈하라를 벗어나 국도 382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히타카츠가 나타난다. 거리는 대략 80㎞이므로 하루 40㎞씩 달리면 도착하지만 라이딩을 하면서 해변에 위치한 역사 유적이나 관광지를 들를 경우 대개 10㎞가 추가된다. 따라서 우리는 국도 382번 상에 위치한 관광지나 주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관광지만을 들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만세키 다리와 와타즈미 신사, 이국이 보이는 전망대를 선택했다. 그리고 잠은 가미아가타마치에 위치한 세타에서 미도리소 민숙(民宿)을 이용하기로 했다.
국도 382번 도로는 대부분이 2차선 도로로 건설되어 있으며, 산악지역의 굽은 도로에서는 1차선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곳곳에 터널이 건설되어 있는데 터널은 보통 산 정상의 8부능선상에 위치해 있어 터널을 통과하면 내리막이 나타나게 되어있다. 더운 여름이었음에도 산지가 대부분이고 높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도로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어 한낮의 태양고도가 높은 시간이 아니면 쉽게 그늘을 찾아볼 수 있다.
터널에는 위의 그림과 같이 자전거나 보행자가 다닐 수 있도록 작은 턱 위에 길이 만들어져 있다. 대부분의 터널이 자전거 및 보행용 도로가 있으며 최근에 건설된 터널일 수로 그 폭이 넓은데 터널마다 위치가 다소 다르기 때문에 안전한 자전거 라이딩을 위해서는 사전에 확인을 해서 진입을 하고 후미등을 켜고 선글라스를 벗고 통과해야 한다.
두 시간을 달려 첫 번째 목적지인 만세키 다리에 도착했다. 1900년 일본 해군이 함대의 통로로써 인공적으로 굴삭한 해협에 세워진 다리로 지금의 다리는 1996년 세 번째 건설된 다리로 인공수로의 전체 길이 210m, 폭 10m이다. 이 해협은 과거 일본 해군의 군함 출입이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둘로 나뉜 섬을 연결시켜주는 주요 교통 요지가 되었다. 만세키 다리를 지나 점심으로 정식을 먹고 두 번째 목적지인 와타즈미 신사로 향했다.
와타즈미 신사(和多都美神社)는 천신과 해신은 모신 해궁으로 일본 신사 입구를 나타내는 의식적인 관문인 신사문(토리이:鳥井)이 5개인데 2개는 만조(滿潮) 시 바닷물에 잠겨 특이한 풍경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한국에서 온 단체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는데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많은 곳을 볼 수 있어 관광을 목적으로 한다면 자전거 라이딩보다는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고 편안하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에어컨 나오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에 편안함이 묻어났으나, 우리들의 얼굴은 더위와 갈증에 지쳐 피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더 가까이에서 자연을 느끼고, 자연의 냄새를 맡고, 귀로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면 지나왔던 길들을 떠올리니 자전거 라이딩의 맛과 멋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와타즈미 신사를 뒤로하고 늦은 출발을 한 우리는 숙소가 있는 세타에 늦게 도착하고 더불어 숙소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해 헤매다가 어두워졌다. 일본어가 안 되어 회화책을 뒤적이며 묻는 것 까지는 성공했으나 듣기가 안 되어 다시 한번 헤매다가 친절한 동네가게 아저씨가 직접 차를 몰아 안내해줘서 해가진 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아 저녁은 그네들이 먹던 저녁에 국수를 말아서 먹고 피로가 누적되어 내일의 계획도 뒤로 하고 잠을 청했다.(1박 2식 5000엔/1인)
4일 차 : 쓰시마에서 마지막 날, 그 이후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아침식사를 하고 통하지 않는 언어로 작별의 인사를 구한 후, 어제의 고마움을 준 아저씨네 슈퍼에서 음료수를 한잔씩 하고 남아있는 30㎞의 거리를 달렸다. 4일째 자전거 라이딩이라 체력이 금세 떨어졌다. 한 시간여를 달려 이국이 보이는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그 경사가 이번 라이딩에서 최고를 자랑할 만큼 길고 높게 이어졌다. 한국전망대를 갈려고 했으나, 너무 잘 알려진 곳이라 이국이 보이는 전망대로 향했고, 40분의 오르막을 자전거를 끌고 오른 후에야 전망대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전의 맑은 날씨가 흐려져 부산을 또렷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육안으로도 부산의 윤곽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아간에는 부산의 야경도 관찰 가능하고 불꽃놀이를 하면 그것 역시 관찰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르막을 40분이나 올랐으니 이제 갈길은 편안한 내리막이라는 생각으로 길을 출발했다.
급경사에 도로의 굴곡도 심해 조심할 것을 얘기하며 내려갔는데 모자가 날아가 잠시 자전거를 멈췄다. 그때 앞에서 가던 동료의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들렸고 모자를 주우러 가는 동안 큰 사고가 난 것이 아니가 걱정했지만, 뒤이어 차가 올라오고 있어서 큰 사고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내려갔다. 하지만, 이게 무슨 날벼락 인가? 자전거는 넘어져 있고, 동료의 무릎과 정강이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급하게 휴지로 상처를 닦고 연고를 바른 후 천천히 내리막을 내려와 다음 마을에서 100엔 샾에 들러 과산화수소수와 반창고, 붕대를 구입해서 치료를 했다. 귀국하는 마지막 날 사고가 발생해서 깔끔한 마무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상처에 대한 걱정이 교차하면서 이후의 일정은 단순화시켜 목적지인 히타카츠에 도착했다. 배 시간은 17시 40분이었지만 아직 3시간의 여유가 남아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이즈하라와 같이 큰 도시가 아니고 일요일이라 문을 연 식당이 보이질 않았다. 빵과 음료수로 간단히 해결한 후 출발 2시간 전이 되자 귀국을 준비하는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쉬움도 남지만 귀국을 한다는 생각에 피곤한 몸도 견딜 만했다.
발권을 하고 출발 1시간을 남겨뒀을 때쯤 담당 직원이 복사된 A4용지를 돌렸다. 아무 생각 없이 종이를 받아 든 나는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알아채고 절망에 빠졌다. 부산에서의 파랑이 심해 배가 회항을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내일의 배는 이곳이 아닌 이즈하라에서 출발한다는 말에 어이를 상실해 버렸다. ‘어떻게 하나?, 자전거를 타고 10시간을 밤새 달려 이즈하라로 돌아가야 하나?’ 상상하기 싫은 생각이 물밀듯 밀려왔다. 자전거를 타고 이즈하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게 생각되어 우리는 이즈하라로 가는 버스에 무작정 타기로 하고 버스를 물색했다. 다행히 대아호텔로 가는 버스가 있어 2시간 40분을 버스로 달려 이틀 동안 자전거로 달린 길을 되돌아 갔다. 계획에도 없던 대아호텔에서의 1박이 시작되었고, 마지막 날이라 있는 힘을 다 쏟았던 우리에게는 더 이상의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시간도 늦고 다친 동료를 데리고 다시 시내로 갈 수도 없고 해서 혼자 편의점에 가서 라면과 먹을거리를 사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5일 차 : 귀국 작전
아침을 먹고 9시부터 발권이 시작되니, 혹시나 표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찍 이즈하라항으로 가기로 하고 방 안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여왔다. ‘부산 쪽의 날씨로 인해 이즈하라로 오는 배가 히타카츠 항으로 들어올 예정이니 9시 20분까지 로비로 나오시기 바랍니다’라는 프런트의 안내원의 목소리,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다시 그것으로 가야만 하는 것인가?.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생각은 미리 접고 버스를 알아보니, 호텔 버스는 만석이라 관광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하며 1인당 1000엔이 든다고 했다. 지금 몸상태로야 5000엔인들 못주겠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돈을 지불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다시 3시간의 버스를 타고 히타카츠에 도착했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는데 들리는 소식은 오늘도 확실히 출발할지도 모르고 내일의 일기는 더욱 좋지 않다고 한다. 맘 굳게 먹고 발권을 하는데 귀국 인원이 많아서 자리가 부족하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최악의 상황, 다시 이곳에서 이틀을 보낼 상상을 하니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다행히도 12시가 되니 부산에서 씨플라워Ⅱ호가 도착했고, 13시가 되어 출국 수속이 시작되었다.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히더라도 출발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리고 출국 수속을 마치고 모자란 좌석은 가이드들이 배를 타지 못하고 배는 13시 30분이 되어서 출발했다. 그리고 2시간 만에 부산항에 도착 이번 쓰시마 자전거 라이딩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전거를 대구로 보내는 일……. 항구 직원에게 물어 항구 입구에서 우측으로 가면 고가도로가 나오는데 그쪽에 화물회사가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대당 2만 원에 대구로 자전거를 보내고 늦은 점심을 먹은 뒤 기차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이로써, 작전에 버금가는 귀국 작전을 무사히 마치고 자전거와 함께하여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벼운 마음도 계획 수정이란 난제를 만나 무겁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