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이란

여행에 대하여

by sheak


“여행은 인간을 외로움에서 해방시킨다. 원래부터 혼자임을 깨닫게 한다.”


‘카카오 톡’이라는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의 줄임말)에서 나의 개인 상태를 나타내는 글이다. 나는 항상 여행 중이고 여행에서 삶을 배우고 있다. 여행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행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관광, 휴가의 의미는 여행과 어떻게 다른지 wikipedia에서 검색해보았다.


여행 : [명사]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자기 거주지를 떠나 객지(客地)에 나다니는 일.
관광 : [명사]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
휴가 : [명사] 학교, 회사, 군대 등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을 말한다. 프랑스어의 바캉스가 어원이다.

일상을 벗어남을 공통적인 목적으로 하는 여행, 관광, 휴가의 용어에서 나는 여행이라는 단어에 익숙하고 이를 즐겨 쓴다. 관광은 다른 지역을 보고 즐기기 위해 떠난다는 느낌이 강하고, 휴가는 일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의 뜻에서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떠남’의 향기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떠남’이 여행에서 갖는 의미는 안정을 떠나 불안정으로,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규범에서 자유로의 심리적․물리적 이동을 의미한다. 즉, 낯선 곳에서의 불안정한 상태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 여행이라 생각한다. 낯선 곳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면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더 자세히 알게 되는 것이다. 청년도 그렇다고 중년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을 살아온 나의 인생의 궤적을 되밟아 가면 ‘떠남’은 일상에서 쓰러진 나를 추스르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성찰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루어져 왔다.


# 1. 백수 시절 배낭여행

군대를 전역하고 2002년의 여름은 나에게 최초의 백수 시절을 선사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군대라는 폐쇄적인 사회를 벗어나 맞이한 자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방종과 나태의 시간으로 그해 여름을 보내고 3개월의 기간 동안 ○○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겨울이 찾아올 즈음 다시 백수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무작정 중국에 있다는 메신저 소식을 전해온 군대 후배 녀석을 찾아 베이징으로 향하게 되었다. 진짜 배낭 하나 메고 ‘떠남’이 유일한 계획이었던 시기였다. 이 최초의 ‘떠남’으로 베이징을 거쳐 장가계, 난닝의 남부지방을 거쳐 국제열차를 타고 베트남으로 넘어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베트남 종주한 후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서 짧은 여정을 거쳐 씨엠립의 웅장한 앙코르 사원들, 그리고 태국 열대의 바다에서 짧은 휴식에 이르기까지 한 달 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한 달이 넘는 이 여행은 계획되지 않았고 준비되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자료를 준비하고 이동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안겨준 여행이었다. 내 인생의 최초의 배낭여행이 나에게 준 가장 큰 깨달음은 떠난다고 맘먹는 것이 여행의 반이라고 생각한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누구나 여행을 원하고 계획하고 준비하지만, 실제로 떠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나를 돌아보고 왜 여행을 하는지 깨닫는 다면 누구나 처음 맘먹은 그 열정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여행을 하는 데 있어 준비해야 할 것은 외국어 실력, 철저한 준비, 현지의 정확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떠남으로써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새로움에 대한 겸허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나와 다름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여행을 가장 풍요롭게 한다. 외국어 실력, 사전 준비 등은 부차적인 것이다.

여행1.jpg 최초의 배낭여행(좌측 : 공안과 함께, 우측 : 장가계 사기꾼과 함께) 2002년

# 2. 일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행

우리는 어느 정도 하루하루를 동일한 패턴으로 살아간다. 시간의 길이를 늘려보면 일주일의 생활이 반복되고, 한 달의 생활이 반복되고, 계절, 1년의 시간 속에서 많은 것들의 반복을 경험한다. 반복은 익숙함으로 다가오고 때로는 익숙함이 지루함으로 바뀌기도 한다. 21세기 어느 해(정확한 년도는 밝힐 수도 없고 잘 기억도 안남) 나의 일상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모든 일이 일상화되면 아픔에서 빠져나오기도 쉽지만 그때 나에게 찾아온 일상의 변화는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 실연의 아픔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12월을 거짓말 조금 보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 근처 학교 운동장을 돌면서 노력을 했으나 건강한 체력만 남기고 실패를 하고 말았다. 그때 나에게 찾아온 것이 자전거 여행이었다.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던 자전거가 너무 안쓰러워 그를 데리고 제주도 일주를 계획했다. 처음엔 5명 정도가 동참의사를 밝혔으나 결국엔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혼자 제주도를 향했다. 대구에서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부산 종합터미널에 내려 자전거를 타고 부산항에 도착, 배에 자전거를 싣고 새벽에 제주항에 도착하여 5박(선상 2일 포함) 6일간의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한라산 등반을 위해 성판악으로 향했다가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폭설로 입산이 금지되어 버스가 끊긴 길을 6시간 동안 걸었던 기억, 철저히 혼자가 되어 나를 돌아보았던 기억, 매일매일 내 몸과 에너지를 이용해서 이동을 하는 뿌듯함과 그 뒤에 밀려오는 피곤함. 여행은 일상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이런 것들이 나를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이후에도 자전거를 이용한 여행은 경남, 쓰시마 섬 등지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100km 이내에 사는 친구들 만나러 가는데 자전거를 이용하곤 한다.


여행2.jpg 좌측 : 쓰시마 라이딩, 가운데 : 일본 가는 배에서 만난 서울 청년과, 우측 : 제주도 등산




# 3. 다른 지역에서 다른 나를 만나다.

나의 첫 일본 여행은 일본의 경주라고 할 수 있는 오사카, 나라, 교토 지역을 선택했다. 이 여행 역시 4명이 계획된 여행이었으나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결국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어 의사소통도 안 되고 동행도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계획대로 홀로 일본 땅을 밟았다. 새로움에 대한 불안정함 속에서 내가 가진 모든 촉수가 생존을 위해 작용하면서 자연스레 여행이 시작되고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해가면서 어느덧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몇 해 전에는 처음 배낭여행을 했던 일부 구간에 새로운 구간을 추가하여 홀로 여행을 했다. 다시 찾은 베트남의 호찌민, 캄보디아의 프놈펜, 너무 개발되어 다른 지역인 줄 알았던 씨엠립, 그리고 타이의 해변 모두 그때와 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처음에는 두 명이서 20대 후반에 최초의 배낭여행으로 찾은 지역이지만, 그때는 30대 중반을 지나면서 두 번째 찾는 혼자만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동행이 있을 때 밤늦게까지 다양한 볼거리 음식을 찾아 헤매던 모습을 떠나 초저녁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한 달 동안 보낸 것도 지금 돌이켜보면 나를 새롭게 하는 과정이었다.

이렇듯, 일상의 공간을 떠나 이루어지는 여행은 일상과는 다른 나를 만나게 해 준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힐링 여행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여행이 되기도 한다. 내 속에 감춰진 강인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의 단점을 스스로 발견하기도 한다. 새로운 나를 만나고 내가 새로워지는 계기가 된다.


여행3.jpg 좌측:신라의 달밤 걷기, 중간:앙코르와트, 우측:칭다오


# 4. 내가 주장하는 여행 Tip

1.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멀리 가려고 하지 말고 가까운 곳부터 찾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로 나가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다. 어디를 가든 내가 무엇을 느끼고 경험했는지가 중요하지 어느 지역을 몇 번 다녀왔는가가 중요하진 않다.


2. 계획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라. 여행은 계획을 세우는 순간 전체 준비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이다. 패키지여행이나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장소와 경험할 것을 선정하는데 참여하고 준비하면 더 큰 경험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준비는 오히려 여행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준비에 너무 많은 열정을 쏟지 말고 열정은 여행지에서 직접 체험을 통해 쏟아붓는 것이 좋다.


3. 여행지에서는 현지 문화와 생활을 반영한 음식, 숙박, 체험 활동을 하자. 그 지역의 의식주는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반영한다. 이러한 체험은 여행을 통해 타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호주 사람이 한국에 여행을 와서 지역별 아웃백 스테이크에서만 밥을 먹고 여행하고 오면 과연 그것이 한국을 제대로 아는 것일까? 음식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겠다면, 왜 그러한 음식 문화가 나타났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4. 여행을 통해 도전의식을 길러라. 도전하고 쓰러져라. 쓰러지고 또 쓰러져라. 하지만, 항상 일어나라. 어느덧 불쑥 성장해 있는 본인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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