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루틴(Routine)

일상에 대하여

by sheak

최근에 루틴이란 말이 방송에서나 일상 대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신조어를 잘 모르는 나이도 되었거니와, 알고 있는 단어도 깜빡깜빡 생각이 안나는 이 마당에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루틴(Routine)이라는 단어도 자주 듣고 그 용례를 대략적으로 알고 받아들이고 있었지, 내가 실제 생활에서 쓰는 단어는 아니었다.

루틴의 단어 뜻은 '일상', '틀에 박힌 일'이라는 일반적인 뜻과 연극에서는 '틀에 박힌 연기'로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스포츠에서는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동작이나 절차'를 의미한다. 단어의 뜻으로만 볼 때 반복되는 일이나 일상의 뜻이 강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따라서 루틴이란 어떻게 절차를 만들고 실천하는가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 혹은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내가 루틴을 떠올린 것은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담배를 연신 '뻑뻑'피워대는 녀석이 있길래, '넌 집사람이 담배 피우는 것도 모르는데 집에서는 어떻게 피우냐?'라고 물었던 것에서 시작된다. 그 녀석의 답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쓰레기를 버리러 가지!'였다. 담배만 피우러 밖에 나갔다 오는 행위를 눈치 보여 못하는 2020년의 어느 남편을 보면서 20세기 수업을 하다가 필기를 시켜놓고 창문가로 다가가 담배를 피우던 선생님, 가족들과 식사를 마치고 밥상머리 앞에서 담배를 태우시던 외삼촌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굳이 쓰레기를 버리면서 까지 담배를 피우러 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마다 니코틴 중독의 수준은 다른 것 아니겠는가? 그 친구도 처음엔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 담배를 피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담배를 피우기 위해 꽉 차지도 않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얼마 되지 않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하는 모습이 선하다. 물론 그 녀석의 와이프는 그 녀석이 쓰레기 버리러 가면서 담배 피우는 것도 다 알 것이다. 그저, 그 노력이 가상해서 모른 체 하고 있을 뿐.

나도 담배를 피웠다 끊었다를 반복하면서 살고 있지만, 담배 루틴을 쓰레기 분리수거와 연관 짓고 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가깝고도 한적한 곳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담배 한 대 물고 오는 것이었다. 차를 타고 가면 눈치 보이고, 달려서 가기엔 너무 멀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전거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어느 서원이었다. 자전거에 있는 작은 가방에는 담배와 라이터가 있고 30분 라이딩 후 담배를 두 대 피우고 집으로 복귀한다. 이것이 루틴일까 의아해하기도 하지만, 집에서 담배 생각날 땐 난 항상 이 서원을 향해 달리는 심리적(인지적) 루틴이 자리를 잡았다. 이것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빈도는 아직 미흡하여 행동적 루틴으로 자리 잡진 않았지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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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각자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 소주 마시고 물 한잔 마시는 사람, 중요한 순간에 코 만지고 냄새 맡는 친구 녀석, 아침에 차를 타고 어떻게 출근했는지 기억이 안나는 것 역시 아침 출근이 루틴이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루틴은 각자가 무의식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본인을 떠올릴 수 있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루틴을 하나씩 만들어 보면 어떻까?


ps. 이 글을 배우자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놈의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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