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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Oct 08. 2024

교통이 불편해 가기 힘든 수코타이

두 아들과 배낭여행 다시 쓰기-수코타이

1일 차: 수코타이 입성

  5시간을 꽉 채워 달려 버스는 수코타이 히스토리 파크(올드 시티)에 도착했다. 9:30에 출발해서 14:30이 좀 덜 되어 도착했다. 여기를 지나치면 수코타이 시내로 진입하여 13km를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졸지 말고 잘 내려야 한다. 여행객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하차를 했다. 수코타이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청명한 하늘과 적당한 더위, 그리고 내리자마자 보이는 여러 건축물들이 수코타이의 번영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려서 숙소까지 거리를 찍어보니 1.4km로 나왔다. 걷기에는 애들 때문에 애매하고 차를 타기도 애매해서 걷다가 식당이 나오면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하고 배낭을 메고 걸었다. 중간 지점에 있는 고급져 보이는 식당에 무작정 들어가 늦은 점심을 시켰는데, 음식의 질과 맛이 상당했다. 지금도 수코타이를 가면 처음으로 찾아갈 음식점이다. 아쉬운 점은 친절함이 좀 못하다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각자 메뉴를 하나씩 시켜 늦은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숙소까지는 아직 700m를 배낭을 메고 더 걸어가야 한다. 

가격은 메뉴당 150바트 정도인데,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 둘째는 플레이팅에 나온 채소까지 흡입

 점심을 먹고 남은 700m를 걸어 리조트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이번 배낭여행 중 가장 비싼 숙소라 나름 기대를 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숙소였다. 목재를 기본으로 실내를 장식하고 조금 걸어야 하지만 작은 수영장도 딸려 있어 아이들이 한낮의 더위를 식히기에도 충분했다. 게다가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어 아침 식사를 여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리조트라 그런지 수건으로 코끼리를 만들어 놓은 모습까지 첫인상은 합격이었다. 오토바이 렌트가 24시간 단위가 아니라 낮동안만 가능해서 따로 오토바이 렌트를 하러 돌아다닌 것을 제외하면...

점심을 먹고 걸어도 한 낮의 700m를 베낭 메고 걷는건 힘들다. 도착 후 휴식.

 짐을 풀고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쉬도록 하고, 나는 오토바이를 빌리러 다시 걸어왔던 길을 느리게 뛰면서 올드타운 중심가로 향했다. 구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오토바이 렌털샵을 찾아 오래된 오토바이를 빌리고, 이틀 뒤에 떠나는 아유타야행 버스를 예매했다. 24시간이면 내일 오후+다음날 오전에 반납을 하면 되어 24시간 300밧인데, 36시간 500밧에 렌트를 했다. 버스 티켓도 아유타야 일정이 1박이라 이틀 뒤 아침 일찍 8:15에 출발하는 것으로 예매했다. 티켓 예매를 하면서 티켓 파는 아저씨로부터 오늘 랑캄행 대왕 행사가 밤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러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까지 수영장에서 놀고 아이들을 챙겨 수코타이 역사공원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다. 밤에는 역사공원을 개방하지 않는데, 타이밍을 잘 맞춰 입장료도 무료에 밤의 수코타이 유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우연히 갖게 되었다. 밤의 수코타이는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랑캄행 왕(출처: 위키피디아 편집)

람캄행(태국어: รามคำแหง, 영어: Ram Khamhaeng, 1239년 ~ 1317년)은 태국의 왕조인 수코타이 왕조의 제3대 왕이다. 부왕 시 인트라티의 아들로 형인 반 므앙 왕이 서거하자 즉위하였다. 그의 재위기간 동안 수코타이는 문화적, 물질적으로 가장 큰 번영을 누렸다고 전해진다. 람캄행은 태국어를 표기하기에 알맞은 타이 문자를 독자적으로 고안하였는데, 실제는 현재 캄보디아아 왕조인 크메르 문자를 바탕으로 태국 문자를 창제했다고 한다. 


원래 역사공원의 운영시간은 06:30-19:30까지인데, 우리가 나왔을 땐 벌써 18:00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랑캄행 왕을 기념하는 축제가 계속 이어져 시간을 연장해서 21:00까지 개방을 하고 역사공원 내에 다양한 야시장이 들어서고, 람캄행 대왕 관련 행사들도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들도 다양한 먹거리를 사서 야시장 뒤편에 마련된 자리에서 저녁을 먹었다.

행사장 가기 전 사원 앞에서 단체 사진(좌), 행사장을 돌아다니는 코끼리와 함께(가운데), 야시장 저녁식사(우)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을 비롯하여 타이의 다양한 간식거리와 팟타이 같은 음식을 현지에서 구매하여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제일 맛나게 먹은 것은 35밧 주고 구매한 다양한 과일 주스였다. 랑캄행 왕 동상 앞에서는 코끼리가 주민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동물원에 갇힌 코끼리가 아니라 주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코끼리를 볼 수 있는 건 태국만의 특징이 아닐까?

야시장이 열린 역사 공원에서 밤이 되도록 돌아다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둘째는 제일 좋은 숙소에 이틀밖에 못 잔다고 아쉬워했지만, 배낭여행은 한 달 살기가 아니니 이해하거라. 내일은 아침 일출을 보러 가야 해서 모두 일찍 잠들었다. 내일은 과연 몇 명이 일출 투어에 참여할지 기대된다.


2일 차: 우연히 타이밍이 맞은 람캄행 대왕 축제

 오늘은 수코타이 2일 차다. 한 일주일 일정으로 천천히 감상하며 보내야 할 일정을 36시간 정도만에 마무리해야 되니 바쁘긴 하다. 어제 계획에 따라 일출을 보기 위해 왓 싸판 힌으로 향하기로 하고 아이들을 깨웠다. 둘째는 자고 싶다고 해서 혼자 남겨두고 첫째를 태워 사원으로 향했다. 새벽이라 조용한 도로를 달려 10여분 뒤 사원에 도착했다. 100m 정도 높이의 박은 언덕 위에 지어진 사원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역사공원 외곽지역 주요 사원은 따로 100밧의 입장료를 통합하여 징수하는데, 새벽 일출 시간엔 표를 받는 사람이 없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하니 툭툭을 타고 온 외국인 가족과 커플이 있었다. 일출을 감상하며 아들에게 태어나서 일출을 몇 번 봤냐고 하니 처음이란다. 일출을 보러 간 적이 한 번도 없음을 자각했다. 

조금 만 오르면 사원이 나타난다. 잠시 후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명상에 잠겼다.


왓 사판 힌에서: 수코타이 일출과 일출을 촬영하는 첫째

일출을 감상하고 오토바이를 달려 숙소로 돌아왔다.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둘째가 마중을 나왔다. 혼자 남아 있으니 심심하기도 두렵기도 하였을 것이다. 이러면서 또 하나씩 배우는 게 여행 아니겠나 생각을 했다. 다 같이 조식을 먹고 더워지기 전에 역사공원 외곽지역을 돌기로 했다. 대략적인 오늘의 루트는 외곽 사원중 제일 가 보고 싶었던 왓 씨춤을 시작으로 주변 지역을 오전 중으로 들러볼 계획으로 9:00쯤 출발을 했다. 오토바이가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시간이 없다면 왓 씨춤이라도 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번에 돌았던 외곽사원은 아침 일출을 봤던 왓 사판 힌을 비롯해서 왓 씨춤-왓 프라파이 루앙-왓 쌍카-왓 매쫀-저수지-왓망콘-왓 체투폰이었다. 이 중 표를 검사하는 곳은 왓 씨춤과 왓 프라파이 루앙뿐이었다. 아침에 일출을 감상한 왓 사판힌을 합치면 3개 정도의 사원인 듯하다.

잠이 덜 깼나? 표정들이... 왓 시춤의 아름다운 모습

왓 프라파이 루앙 유적은 넓은 면적의 유적이었지만 많이 파괴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왓 씨춤에서 발권한 표로 입장이 가능하다. 오토바이 출입은 따로 20밧, 자전거 출입은 10밧을 내야 하고 9세 이하는 무료다. 둘째는 만으로 9세여서 무료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곳은 그나마 넓은 사원에 그늘이 없어 오후에 오면 더위로 인해 감상이 힘들 듯하니 오전에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앙코르 와트가 12세기 건설된 건축물들이 많은데, 수코타이가 13세기부터 융성했으니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왓 프라파이 루앙, 앙코르 와트의 건축 양식과 유사한 듯 한 느낌이었다.
왓 프라파이 루앙

이후 상체만 있는 특이한 왓 쌍카왓을 거쳐 큰 길가에 위치한 왓 매쫀으로 끝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가려다 시간이 남아 수코타이 댐으로 표시된 저수지로 갔다가 사원 두 곳을 더 들렀다. 이쯤 되니 애들은 사원보다 저수지에 방목되어 풀을 뜯는 소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이 사원이 저 사원 같고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겠나?

사원 건축용 벽돌을 굽던 가마터와 소구경하고 돌아오는 아이들
오전 마지막 사원(왓 체투폰)

 마지막 사원을 나오니 12:00가 되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평점 좋은 식당으로 달렸다. 도착하니 일하시는 분이 예약이 다 되어 있어 3-40분 뒤에나 음식이 나올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야외에 에어컨이 없어서 더위에 기다리기 힘들어 가게를 나와 메인 도로 쪽에 도착해서 사람이 가장 많은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했다. 식당을 고르기 어려울 땐 사람이 제일 많은 곳으로 들어가면 실패하지 않는다. 이것은 만국 공통의 진리 같이 느껴졌다. 이곳 도 역시 에어컨 없는 가게로 태국 국내 관광객이 많았다. 더위를 시원한 초록색 환타로 해소하고 각자 메뉴 하나씩을 시켜 먹고 숙소로 들어가 좀 쉬기로 하였다.

둘째의 치킨 커리(좌), 첫째의 치킨 그린 커리(가운데), 나의 치킨 볶음밥(우)

 메뉴를 시킬 땐 항상 본인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 부모가 시켰는데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모든 짜증을 다 받아줘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메뉴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아닌, 아이들 메뉴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무난한 메뉴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결국 둘째가 시킨 치킨 커리에 채소가 많아 나의 볶음밥을 주고 내가 둘째가 시킨 음식을 먹었다. 이렇게 맛나게 잘 먹고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놀고 나는 한 시간 잠을 잤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다니면 체력이 달린다. 취침 후 일어나 간단하게 숙소 주변 3km를 뛰었다. 배낭여행은 가끔씩 체력관리를 해 줘야 텐션이 유지된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수코타이 역사공원 안을 달리는 것도 좋은 경험일 듯하다. 아침 일찍 가면 표를 안 끊고도 입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 확인하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부지런하지는 않다. 

 뙤약볕을 피해 휴식을 취한 뒤 오후 4:30이 되어 역사공원 안쪽의 메인 유적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토바이를 타고 매표소에 들러 자전거 입장권 3매를 구입하고 자전거를 2시간 동안 3대를 빌려서 역사공원으로 들어갔다. 축제기간이라 입장료는 무료다. 오토바이는 들어갈 수 없지만, 차량은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편안한 오토바이를 두고 기어도 없는 자전거를 타고 메인 유적만 보기로 하고 페달을 밟았다. 먼저 입구를 지나면 왼쪽으로 보이는 역사공원 내 최고 인기 사원인 왓 마하탓을 시작으로 남쪽에 위치한 왓 씨싸와이를 거쳐, 중앙 해자 사이에 위치한 왓 싸씨를 둘러보았다. 다른 유적들도 있었지만 자전거 대여시간의 부족과 축제로 인한 인파로 인해 입구 쪽 사원은 둘러보기 힘들었다. 숙소에서 24시간 단위 자전거를 렌트하여 여유롭게 돌아보길 권한다. 또한 시간이 된다면 낮과 일몰 시간에 걸쳐 2회 관람하는 것도 추천한다. 입장료가 부담된다면 오후 4시쯤 입장해서 낮의 사원을 감상하고 오후 6시쯤 시작되는 일몰과 함께 다시 한번 감상하면 될 듯하다.

일몰 시간의 유적는 낮과 다른 느낌을 준다.
석양과 조화를 이룬 유적들

 2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관람 후,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시 야시장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역사공원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와 비슷하게 먹거리를 먹고 야시장 구경을 하고 숙소로 20:00쯤 도착했다. 오늘은 어제 보다 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듯했다. 운 좋게 맞이한 수코타이의 행사의 이틀째 밤이 지나가고 있어 아쉬움이 컸다. 수코타이는 도착부터 모든 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연속이었다. 

석양이 지고 어둠이 찾아오는 개와 늑대의 시간은 오묘하다.

 내일은 아침 08:15 버스를 타고 아유타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짐도 미리 싸 놓았다. 아침 조식을 먹고 가방만 들고 출발할 수 있게 정리하고 아이들을 재웠다. 조용해진 밤하늘을 풍경삼아 경성 클리처 마지막 회를 시청하며 창 비어 한 병을 마시고 수코타이의 마지막 밤을 홀로 추억했다.


3일 차: 방콕은 너무 멀어 아유타야로 향하다.

 처음 방문한 수코타이는 마치 20년 전 앙코르 와트의 도시 씨엠립을 보는 듯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짧은 2박 3일의 일정이었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알차게 보냈다. 수코타이 왕조를 뒤이은 아유타야 왕조의 도시인 프라나콘시아유타야(줄여서 아유타야) 이동을 하는데, 수코타이 역사공원 출발 편은 아침 8:15 편이 아니면 저녁에 있어 아침 출발을 선택했다. 오토바이를 아침 8시에 반납하기로 되어있어 아이들과 짐을 2회에 걸쳐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오토바이를 반납하고 뛰어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많이 바쁜 일정의 소화였다. 기름이 빌릴 때만큼 없어서 100밧을 더 주고 반납을 완료했다. 깐깐한 아주머니 같으니라고...

굿 바이 수코타이

 아유타야까지는 6시간이 소요되고 방콕까지는 7시간이 소요된다. 수코타이 공항은 역사공원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고 항공편이 많지 않아 여행객들이 주로 버스를 이용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접근성이 좋지 않아 외국 관광객 비율이 적다. 아유타야 & 방콕행 버스에도 우리를 제외하면 외국인 커플 한 쌍이 전부였다. 8:30이 다 되어 출발한 버스는 수코타이 신시가지 버스터미널 도착을 시작으로 중간중간 많은 곳을 정차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티켓을 끊으면 점심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쿠폰도 주는데 이를 이용하여 휴게소에서 30밧짜리 국수나 매점에서 30밧 가격의 음료나 과자를 먹을 수 있다. 기내식처럼 물과 과자, 음료도 나눠 주는데 퀄리티는 좋지 않다.

일명 999버스(좌), 현지인 처럼 휴게소 국수를 먹는 둘째(가운데), 버스 서비스 물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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