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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Oct 15. 2024

걸어서 방콕 속으로

두 아들과 배낭여행 다시 쓰기-방콕

1일 차: 2023년 여행자가 가장 많이 찾은 도시 방콕(by MasterCard)

 아유타야에서 탑승한 기차는 2시간을 달려 타이의 수도 방콕에 도착했다. 2박 3일의 방콕 일정이 시작되는 순강이었다. 15밧짜리 3등석 기차는 나름의 운치와 편안함으로 오후의 나릇 한 공기와 함께 낮잠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동남아 배낭여행에서 빠지지 않고 들르는 도시지만, 두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방콕은 도시철도와 지하철, 버스 등의 교통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고 교통체증으로 유명하니 오토바이 렌트 없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여행을 하기로 했다. 

차창은 열려있어 뜨뜻한 바람이 세차게 들어온다. & 방콕 도착

 민주기념탑 주변 숙소로 잡았는데 룸 컨디션이 이번 여행 중 가장 좋다. 애들은 호텔 같다며 숙소를 맘에 들어했다. 오후 3시, 이 뙤약볕에 나가는 건 무리다. 애들에게 샤워를 하고 씻으라고 하고 나는 오늘의 일정을 세팅했다. 오토바이도 없어 이제 이틀 동안 대중교통수단을 사용하거나 걸어서 여행을 해야 한다. 오토바이가 있으면 바퀴 굴러가는 대로 여기저기 들를 수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좀 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쉬고 놀 동안 나는 이동 동선과 교통편을 확인하고, 18:00가 되어 해 질 녘에 숙소를 나섰다. 일단 방콕 여행자 거리인 카오산과 람부뜨리를 걸어서 구경하고 계획했던 식당을 가려했으나 휴무일이었다. 급하게 차선책으로 카오산과 숙소 사이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작은 수로 옆에 있는 식당에 에어컨도 없었지만 주변 게스트하우스 배낭여행객들을 중심으로 손님이 가득했다. 오늘날 상업화의 물결이 휩쓸고 있는 카오산보다 나는 이곳이 더 맘에 들었다. 마치 20년 전 카오산 로드처럼 활기차지만 조용한 분위기가 맴도는 것이 그때를 추억하며 맥주 한 잔 마시기 좋은 장소라 생각했다. 

운하 옆 노천 식당과 다리위에서 배경 삼아 한 컷
메뉴 선정이 어려운 둘째는 오믈렛으로 항상 안전함을 노린다.

 100밧 정도의 저녁 메뉴를 하나씩 시키고 맥주도 한 병 시켰다. 아직 아이들은 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이까지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부모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나이도 지났다. 애매한 나이라 이번 여행이 더 힘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시간을 보내고 나도 맥주 3병을 마시며 방콕의 밤을 즐겼다. 숙소와 600m밖에 떨어지지 않아 복귀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오늘 저녁식사 장소는 예상치 못한 곳이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나중에 방콕에 다시 오더라도 꼭 찾고 싶을 만큼 맘에 든 장소였다. 아유타야에서 이동하면서 쌓인 피로를 맛난 저녁으로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일 차: 걸어서 방콕 속으로

 생각해 보니 나도 방콕을 다섯 번째 왔지만, 어디를 꼭 가야 한다거나 꼭 보고 싶은 곳들이 따로 없었다. 그냥 올 때마다 위치와 시간에 맞춰 돌아다니길 반복했을 뿐이었다. 남들이 다 간다는 왕궁이나 왓포사원, 새로 생긴 초고층 건물과 대형 쇼핑몰은 왠지 나의 맘을 끌지 못했다. 그래도 방콕의 랜드 마크 중 하나 정도는 방문해야 할 거 같아 왕궁을 지나 강 건너 왓 아룬(새벽 사원)과 벽화거리를 중심으로 뚜벅이 여행을 계획했다. 조식은 2인만 제공되었지만, 아이들이 먹지 않고 남긴 채소를 위주로 건강식 아침을 먹고 걸어서 왕궁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1.2km가 떨어져 있어 그냥 걷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걷다 보면 또 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이 방콕 아닌가?

우연히 들른 사원에선 행사가 있고, 수로를 배경으로 한 컷

 왕궁은 입장료가 500밧인데 경복궁도 안 가본 아이들을 데리고 남의 나라 왕궁을 저 돈 주고 보는 게 아까워 왕궁 주변을 돌며 관광을 했다. 왕궁은 특히 오후에는 뙤약볕에 지치기 쉬워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이 나은데, 우리는 왕궁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왕궁 투어는 생략했다. 오늘은 어제 보다 덜 더워서 그런지 아침 햇볕이 세지 않아 돌아다닐 만했다.

왕궁 맡은 편 공원의 연리지와 왓포 사원을 배경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왕궁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다. 국방부 앞에 전시해 놓은 무기라든지, 샤란룸 궁전, 라마 4세 동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재미있게 구경을 하며 왓 아룬 사원을 가기 위한 선착장으로 갔다. 왕궁 앞 선착장에서 왓 아룬 사원까지는 한 정류장인데, 요금은 인당 16밧으로 한 정류장이든 10 정류장이든 가격은 같다. 오렌지 색 배를 타고 강 건너 왓 아룬으로 넘어갔다. 선착장에서 나오면 바로 티켓을 구매하는 곳이 나온다. 100밧에 물 한 개씩 제공하는데, 태국은 이런 거 제공하지 말고 요금이나 좀 낮췄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왓 아룬은 낮보다는 밤이 사원 안 보다는 강 건너에서 보는 것을 사람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낮에 사원 안도 봐야 밤에 건너편에서 사원 전체를 보는 느낌과 비교할 수 있지 아니할까 생각했다.

도로쪽 입구에서 한 컷, 식사하러 나가서 입구 에서 한 컷

 왓 아룬 사원은 배를 타기보다 육지 쪽으로 많이 찾아오는 거 같았다. 사원 내부를 둘러보고 점심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가서 반대편 입구에 있는 현지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사원을 입장할 때, 손등에 도장을 찍어주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오는 것이 가능하였고 선착장에 도착해서 배를 탈 수 있었다. 어느 선착장에서 오는 배를 타야 하는지 헷갈렸지만, 다행히 문제없이 배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점심으로 시킨 돼지고기 볶음 덮밥, 수상버스 위에서 한 컷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시안 티크를 가기 위해 Si phraya 선착장에 내렸지만, 우리는 벽화거리를 둘러보고 차이나 타운을 거쳐 숙소로 돌아오는 계획이었다. 낮의 더위로 인해 실내 카페에서 좀 쉬다가 이동을 하기로 했다. 벽화거리 주변은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상권으로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가 있었고, 생긴 게 왠지 비쌀 거 같았지만 거의 점심 밥값의 2배가 나오는 수준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여행은 중간중간 휴식시간을 넣고 체력을 회복하는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원한 곳에 앉아 음료도 마시고, 인터넷도 쓰고 편안하게 앉아 쉬고, 나는 여행기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a coffee roaster by library라는 카페에서 휴식

 여기서 쉬다가 숙소 방향에 위치한 벽화 거리를 둘러보고 차이나 타운을 거쳐서 걷기로 했다. 먼저 자동차 부품공장이 있는 골목을 벽화로 장식한 Talat Noi 골목을 따라 걸었다. 골목이라 햇볕이 들지 않아 더위를 어느 정도 낮춰주었다.

Si phraya선착장에 위치한 벽화
Talat Noi의 시작 & 오른쪽 표시만 따라가면 된다.

 벽화 마을은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진 골목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그림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더위 때문인지 크게 좋아하진 않았다. 벽화 마을을 지나 차이나 타운으로 향했다. 벽화거리에서 차이나 타운까지 거리는 800m로 애들은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골목과 그늘을 따라 걸었지만 정오가 다가오자 기온은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차이나 타운은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해 낮에는 볼 것이 많지 않았다. 차이나 타운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위치한 Ong Ang walking Street를 거쳐 숙소로 계속 걷기로 했다. 거리가 택시를 타기에는 또 애매한 거리여서 중간에 간식을 먹고 쉬어가며 걸음을 옮겼다.

아빠는 조식을 못 먹어 팟타이 & 아이들은 스무디

 더위에 지쳐 이동하는 중간에 실내 에어컨이 설치된 카페에 들어가 팟타이와 음료를 시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음료 단가가 많이 높았다. 길거리에서 사서 마시면 4-50밧이면 충분했지만,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 카페는 보통 100밧 정도의 가격이었다. 비싼 카페지만 더운 방콕 뚜벅이 여행에는 꼭 필요하니 그 정도의 지출은 감수해야 한다. 카페를 나와 워킹스트리트의 벽화를 마지막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Ong Ang walking Street의 벽화(낮에는 벽화 말고 아무것도 없다. )

 숙소에 도착해 보니 12,000보를 걸었다고 나왔다. 첫째는 14,000보가 나왔고, 둘째는 16,000보가 나왔다. 보폭이 짧으면 만보기 숫자도 많이 올라가는 것을 파악하는 방콕의 뚜벅이 여행이었다. 더위의 끝을 달리는 오후 4시, 더운 시간 동안 숙소에서 샤워하고 쉬다가 어제 갔던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방콕의 마지막 밤이라 애들의 짜증을 더 잘 받아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숙소애 돌아와 숙소 앞에서 맥주 한 병을 마시며 방콕 일정을 마무리한다. 내일 오전에 간단히 주변을 돌고 공항으로 가면 태국의 2주간 여행은 마무리다. 아이들이 태국에서 좋은 시간을 가졌기를 바란다.

식당 앞 수로와 맥주 & 숙소 앞 맥주


3일 차: 아듀 타일랜드

 1월 10일 푸껫으로 입국을 했으니 정확히 2주 동안 푸깻-치앙라이-치앙마이-수코타이-아유타야-방콕을 거쳐 태국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여행을 했다. 혼자 여행이면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일정을 짜지 않았을 것이다. 핑계를 대자면 아이들의 뛰어난 체력회복 능력과 한 장소에 대한 빠른 지루함이 그 이유라 하겠다. 다음 목적지는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다. 비행시간은 1:20으로 짧지만, 나름 국제 이동이고 방콕의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시간 계획울 꼼꼼히 세워야 했다. 일단 오전 2시간 일정을 위해 인근 사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이름도 어려운 ‘왓 라차낫다람 워라위한(로하 쁘라삿)을 방문했다. 08:30 개방시간에 맞춰 갔는데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이후엔 높은 사원 꼭대기에서 나름의 전망을 확보해 주는 ‘푸카오텅(왓싸껫)’을 들렀다. 요즘 웬만한 사원들은 입장료가 100밧이다. 사원은 굳이 여러 곳을 방문할 필요는 없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배낭여행에서 사원은 핵심적인 곳만 둘러보는 것이 낫다. 이쯤 되면 이 사원이 저 사원 같고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처움 들렀던 로하 쁘라삿 & 두 번째 사원에서 바라 본 첫 번째 사원

두 번째 방문한 사원은 일명 골든 마운틴이라 불리는데, 역사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진 않았다. 아침부터 다양한 국적의 단체 관광객들이 찾는 걸 보니 왕궁과 엮어 관광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아침 관광을 간략히 하고, 왕도마뱀을 보고 체크아웃!

 대략 100m를 계단으로 올라야 해서 땀이 좀 낫지만 현대적으로 운영되는 사원으로 사원 내부는 에어컨이 가동 중이어서 돌아다닐만했다. 특히, 화장실은 방콕의 상위 1% 정도로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짧은 오전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운하에서 큰 애가 보고 싶은 왕도마뱀을 발견해 사진에 남겼다. 방콕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 편히 방콕을 떠날 수 있게 해 줘서 왕도마뱀에게 고마운 마음이 샘솟았다. 체크 아웃을 하고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가게로 했다. 그나마 가까운 돈므앙 공항이라 버스비(150밧)나 택시비(261밧)나 별 차이가 없었다. 택시 어플은 가장 적은 비용을 제시한 인드라이브가 당첨되었다. 방콕의 교통 체증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20여분이 지나서야 택시가 도착했지만, 우린 숙소 로비에서 카드놀이 및 기념 촬영을 하면서 의미 있게 시간을 보냈다.

비까지 내려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잠시 걱정이 밀려왔다.

택시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돈므앙 공항에 도착했다. 수완나품 공항처럼 복잡하지 않고, 액스레이 검사에서 개 퇴치기가 뭐냐고 물어본 것을 제외하면 출국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점심을 먹지 못해 면세 구역에서 메뉴를 살펴보는데 기본 가격이 300밧을 넘겼다. 애들은 KFC에서 세트 메뉴를 시켜주고 가지고 있던 밧을 탈탈 털어 계산을 했다. 아이들은 남겨두고 나는 라운지로 가서 올해 10번의 무료 라운지 기회 중 1회를 사용했다.

밥 만 먹고 후딱 나온 라운지 & 탑승을 기다린는 아이들

 원래 출발 시가뉴보다 30분이 연착되었지만, 에어아시아는 문자도 보내주고 나름 노력을 하는 항공사처럼 인식되었다. 날씨가 흐려 난기류가 많이 발생한 듯 기체가 많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예상 시각에 비행기는 맑은 날씨의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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