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

단팥 붕어빵과 크림 붕어빵

by 새벽종 종Mu

오늘은 붕어빵을 사 먹어야지.


수유역 근처 오패산터널 쪽 마을버스길 담벼락에 맛있는 붕어빵집이 있다.

통영, 백석 시인의 시비 옆에 바다아이가 논다

아주머니 혼자서 붕어빵을 굽는데, 인근 상가에 소문났는지 젊은이들이 곧잘 걸음을 멈추고 몇 봉지씩 사가는 걸 본다. 나는 지갑에 잔돈이 있을 때 천 원어치, 잔돈이 없으면 군침만 삼키며 지나오는 곳이다.( *핸드폰을 사용한 지불이 가능한 시대라지만 아직 나는. )


단팥으로 천 원어치 주세요.

오늘은 현금이 있다.

배가 고프기도 했다. ㅡ눈 한쪽을 수술하고 오느라 점심도 거른 터. 그리고 무엇보다 별 탈 없이 수술을 마치고 귀가하는 걸 자축하고 싶었다.


따끈따끈한 붕어빵, 식으면 아깝지. 게다가, 마스크를 벗고 길을 걸으며 먹으면 누군가가 표정을 찡그릴지도... 왜 마스크 벗었냐고.

그래서 수레 옆에 서서 먹기로 했다.

역시 맛있다.



붕어빵을 굽고 있는 여사님께 그런 얘기로 말문을 텄다. 여사님과 주거니 받거니 말하는 재미가 있었다.


붕어빵 수레를 거쳐가는 손님 중에도 '진상' 고객이 있다고.

외상 되냐고 가져가선 안 갚아 버린다던지.

핸드폰 결제하는 것처럼 시늉했지만 알고 보면 지불을 안 했다던지.

어떤 사람은 방금 틀에서 막 꺼낸 붕어빵인 걸 보고서도, 꼭 새로 만든 걸로 달라 우긴다고도 했다.

가장 특별한 손님이라면, 지난겨울에 외상을 떼먹고, 이번 겨울에 얼굴의 반을 모자로 가리고 나타나 다시 사러 오는 손님이라고.


어머나, 어머나...

듣다 보면, 추운 겨울 담벼락에 서서 그렇게나 노고하고 돈을 못 받은 여사님을 대신해 내 맘이 더 안타까워지기도 하나, 여사님 왈,

" 그래도 진상 손님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아요. 그런 사람은 어쩌다 하나씩 있으니까... 그리고 오죽하면 그 돈을 떼어먹겠어요... "

나쁜 일도 마음 너그럽게 넘기는 소리에 내심 경탄하였다. 아마도 이렇게 빵을 굽는 세월 동안, 이분은 돈만 벌자 한 게 아니라, 마음공부도 하자 하고 자신을 단련시킨 모양이다.


저는 오늘 눈을 수술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아아, 그래서 안대를 했군요.

네에. 여름에 한쪽 하고, ㅡ백내장요, 오늘 다른 한쪽 하는 건데 이상하게 긴장되더라고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유머가 있어서.... 제가 수술대에 누운 채, 너무 긴장돼요. 그랬더니 뭐랬는지 아세요? 긴장감을 느끼는 건 아직 젊다는 겁니다. 할머니들은 그런 거 조금도 안 느껴요.ㅡ이러는데 우습기도 하고... 사실은 의사 선생님 자신도 할아버지였거던요.


사실 얼굴에 비닐막을 덮어쓴 아래로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을 들려오는데,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할머니라면 전혀 긴장을 안 한다니, 그런 말, 처음 듣는다. 그래도 그 한 마디가 불안하던 내 마음에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이유, 나도 했는데 그 수술할 때 나도 긴장되던데....

붕어빵 여사님의 반박(? )이다.


수술대에 누워, 덮개 아래의 어둠 속에서 두려운 기분에 휩싸여 온몸이 굳어 있는 채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웃었던 순간. ㅡ그 순간을, 이렇게 길에 서서 잘 모르는 사람과 스스럼없이 얘기하노라니, 하루의 무사함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슈크림 앙꼬로 천 원어치 더 샀다.


많이 먹으면 저녁밥은 어떡하려고...?

괜찮아요!


괜찮기는!

저물녘에 포식의 결과ㅡ붕어빵 여사님의

걱정대로 나는, 밤늦게 소화제를 입에 털어 넣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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