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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연하게 Aug 03. 2022

퇴사 후 연락, 지연되는 자유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




분명 7월 말, 퇴사를 했다.


수영과 독서, 글쓰기와 다음 이직할 업종에 관한 공부를 천천히 시작할 예정이었던 내게 전화 한 통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다. 스마트폰에 뜬 번호는 회사에서 온 연락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스쳤지만 인수인계가 미흡했나 싶어 전화를 받았다. 연결이 된 전화 너머로 들리는 건 내가 인수인계를 해주었던 사원이 아니었다.

나와 함께 오랫동안 재직했던 동료였다. 동료는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있잖아, 신입사원이 벌써 도망갔어, 초연 대리가 좀 도와줘."


날벼락같았다. 4년 동안 다녔던 회사에 애사심이 없던 것도 아니라 인수인계를 꼼꼼히 해주었는데 벌써 퇴사를 했다니 숨이 턱 막혔다.


내게 도움을 구하는 동료였던 사람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당장 이번 달 말 퇴사한 사람의 급여부터 상실신고와 취득신고, 소득세 신고와 세금계산서 발행은 물론이고 이번에 이사를 하게 된 회사의 크고 작은 문제까지 터질 듯 몰려들었다. 나는 일단 간단한 문제만 도와줄 수 있다며 동료의 전화를 끊고 노트북을 켰다.

그 전화는 시작일 뿐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씩 나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무시할까? 순간 머릿속에 퇴사했으니 의무가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고 업무를 하지 않더라도 회사는 어떻게든 굴러갈 것이다.


하지만, 계속 울려대는 전화를 받지 않는걸 '노예'생활에 너무나 적합한 인간이었던 내 뇌는 쉽사리 해내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무임금으로 하루 종일, 퇴사 전과 같은 업무를 집에서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수행했다.


역시 4년 동안 한 사람이 맡았던 업무를, 회사의 이전까지 겹친 상태로 인수인계를 해주었던 게 탈이난 모양이었다. '잠시'동안 도와준다고 했지만 '잠시'가 얼마나 지속될까? 다음 주 중으로 회사를 한 번 방문해 사장님과 대화를 한 번 나누어야겠다 마음먹었다. 사장님께도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오는 탓이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아프거나, 심적으로 힘들 때마다 여행비 지원까지 해주시며 유급으로 쉴 수 있게 해 준 배려를 받았던 터라 쉽게 도움을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자유에 대해 창대한 꿈을 가져버렸지 않은가. 4년 동안 친구보다, 가족보다 오랫동안 얼굴을 대면했던 동료들의 곤란한 목소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져 한 숨을 나도 내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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