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주변 사람들과 만나면 '자기 객관화'가 화두로 자주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들 나이를 먹어가면서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각자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구설수를 공유하며, 그게 다 자기 객관화가 안 돼서 그래, 라고 으레 이야기하곤 한다.
상세히 서술하면 특정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서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짧게 요약해 보겠다.
나이차를 고려하지 않고 신입사원에게 관심을 표하다 상처받은 모 선배.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고 착각해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가 인사팀에 불려 간 모 팀장. 젊은 시절 사진을 자랑하고 다니며 본인이 외적으로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모 책임. 매번 술부심(술 잘 먹는다는 자부심)을 부리면서 회식 때마다 제일 먼저 취해 버리는 모 부장.
공통점은 주로 나이가 어느 정도 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친구들과 함께 고민해 봤다. 아직 어려서 그렇지 뭐, 혹은 아직 뭘 몰라서 그렇지 뭐, 라는 관용을 베풀 수 없어서라는 결론이 나왔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의 철없는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 아량을 품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이런 관용은 기대하기 힘들다. 나이에 걸맞게 점잖은 행동과 지혜, 겸손까지 겸비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면, 나이가 찰수록 냉철한 자기 객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로는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맞다. 자기 객관화를 하라는 말이 나이가 많다고 해서 도전을 멈추라는 뜻은 아니다.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등을 구분해 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소크라테스도 말하지 않았는가, 너 자신을 알라고.
누군가에겐 고작 서른일곱인 나이일 테지만 적어도 지금 나와 내 또래 친구들이 느끼는 바는 그렇다.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는 자기 탐구를 놓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