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뜻밖의 문장을 발견했다.
‘골밀도검사결과 골밀도 수치의 저하로 골다공증이 진단됩니다.(T-score:-2.6)’
눈이 휘둥그레졌다. 30대 중반에 출산 경험도 없는 내가 골다공증이라니. 게다가 나는 운동을 게을리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충격을 뒤로한 채 앞으로는 칼슘을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검사 결과를 가볍게 넘기려고 했다. 그런데 검진 결과를 들은 엄마가 나에게 정밀 검사를 권유하셨다. 젊은 나이에 그런 수치가 나왔다는 게 아무래도 찜찜하다고 하셨다. 엄마의 권유가 세 번쯤 이어졌을 때 마지못해 병원을 예약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정형외과였다. 결과가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 한 번 더 골밀도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T-score는 뼈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값이 -2.5 미만일 경우 골다공증이라고 본다. 나 같은 경우는 -3.1까지 떨어진 부위도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골다공증의 원인이 조기폐경일 수 있으니 서둘러 산부인과에 가 보라고 했다. 바로 다음 날 산부인과에 갔지만 검진 결과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후 인터넷에서 골다공증 원인을 여러 차례 검색하다 한 환우 카페에서 내분비내과에 가 보라는 글을 읽고 내분비내과에 방문했다. 다시 검사가 이어졌다. 해당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검사 결과를 보며 프로락틴 수치가 높아 골 형성이 잘 안 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프로락틴 수치가 높은 이유를 찾지 못했다. 주로 뇌하수체에 이상이 있을 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난 MRI 결과도 깨끗했다. 그야말로 원인이 없는 골다공증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타민D를 포함한 약을 처방받았고, 근력 운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권유도 받았다.
골다공증, 이 네 글자가 내 인생에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을 몰랐다. 내가 내 젊음을 너무 맹신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처음 엄마가 병원에 가 보라고 하셨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것도 내가 아직 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도 파릇파릇한 젊은이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여전히 가끔 내 병증의 원인이 뭘까 고민하곤 한다. 20대 때 너무 과음을 해서 그런가, 수면 시간이 예전 같지 않아서 그런가.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만 적어도 내 몸을 더 아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수는 있다. 술을 줄이고 있고, 잠을 푹 자고 있다.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 내가 지인들을 만나면 꼭 하는 말이 있다.
“건강검진은 매년 받아야 해.”와 “건강이 최고야.”라는 말.
우리 모두 건강히 지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