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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이 흐르는 도시 세비야

3화,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 사이의 기억들

by 많코

흥이 흐르는 도시 세비야


마드리드에서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다음 도시 세비야로 넘어왔다. 쇼츠나 릴스에서 지나가는 오사카 사람들은 빵! 하면 윽.. 해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세비야 기차 안에서도 느꼈다. 도시의 분위기가 사람을 만드나? 세비야행 기차 안은 그야말로 흥이 넘쳤다. 제목에도 쓰여있듯 기차에서 받은 도시의 이미지가 흥과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시차적응에 진 나는 기차를 타자마자 기절했다. 잠에 든 나는 발을 툭 건드리는 촉감에 부스스 눈을 떴는데 내 앞에 앉은 닥스훈트 강아지는 맞은편으로 넘어와 쭉뻗은 내 발 앞에 앉아 있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세비야행에 몸을 실을 나는 자유로움에 취했는지 씩 웃고 다시 잠에 들었다. 스페인의 기차문화가 만들어 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마드리드에서 3시간 걸려 세비야에 도착했다. 세비야의 첫인상은 마드리드와 딴판이었다. 고요하달까.. 하지만 중심지에 들어서자 플라멩코의 도시답게 열정 그 자체 흥의 도시였다. 기차역에서 걸어오느라 고생한 엄마와 나는 호텔방에 들어와 쉬다가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어 해지자마자 옷 갈아입고 나왔다. 호텔 앞 광장에 플라멩코 버스킹공연을 하고 있었다. 열정을 다해 공연하는 모습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으로 하는 모습 같아 보여 존경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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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구조물을 보자 세비야에 온 느낌이 확 와닿았다. 근처를 둘러보다가 작은 바에서 맥주 한 잔과 타파스를 먹었다. 엄마랑 나랑 테라스에 앉아 얘기하며 맥주 한잔을 하니 세비야 분위기에 취한 듯했다. 그 자유로운 공기가 사람을 바꿔놓았다. 괜히 흥이 올라왔다. 해가 떨어지자 삼삼오오 사람들이 나와 도란도란 얘기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 옆에 앉은 커플은 아마도 막 사귄 사이로 보였다. 그 둘은 아무도 시계를 보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랑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하며 맥주 한잔을 기울였다. 세비야는 열정이 넘치지만, 전혀 조급해 보이지 않는 도시였다. 나도 괜히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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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잔을 마신 뒤 엄마와 나란히 세비야 골목을 걸었다. 엄마랑 특별한 얘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같이 골목을 걷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걷다가 사람이 북적거리는 피자집이 나왔다. 엄마가 피자 먹자고 했지만 나는 이미 배가 불러 당기지 않았다. '그냥 가자'라고 했지만 엄마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장소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부른 배를 이끌고 피자집에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우리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BAR자리에 앉았다. 배는 부르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기본피자로 주문했다. 피자가 나오고 한입 베어무는 순간 피자 도우가 세상 쫄깃했다. 엄마와 나는 한입 먹는 동시에 짜다를 외쳤다. 그리고 맥주를 한병 더 주문했다. 조금 무리했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인 것 같았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하겠는가 계획에 없던 장소에서 즉흥적인 선택, 그리고 그 순간의 새로운 재미. 세비야의 첫 번째 밤에서의 엄마와의 추억이 하나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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