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3)
어린 왕자는 묻는다
가시는 어디에 쓰는 거예요?
책 속 나는 비행기엔진을 고치느라 바빠서 대충 답하고 만다. 가시는 아무짝에도 쓸 모 없고 꽃들이 공연한 심술을 부리는 것뿐이라고. 그 답이 못마땅했던 어린 왕자는 계속해서 물었고 결국 스스로 답한다. 약하고 순진한 꽃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가 필요한 것이라고.
언제까지나 양보할 수는 없어
나의 불편보다 남의 불편함이 먼저 보이는 사람은 좀처럼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드러내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사실이 내가 힘들어지는 것보다 더 괴롭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참으면 내가 아무 말 안 하면 조용히 편안해질 거라는 생각에 자신의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곤 한다. 그런데 그런 내 안의 불편함이 쌓이면 마음의 병이 되고 몸의 고통이 되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착하다"라는 말로 칭찬하지만 결국은 자신 스스로를 옭아매며 그들의 욕구를 더욱 눌러버리도록 만들고 만다.
그러나 가끔 그들도 뾰족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 적을 공격하고 땅 위를 기어다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듯 누구에게나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가시"는 있다.
더욱 날카롭게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날카로움은 누구에게나 각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아름다운 꽃나무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치명적인 미를 간직한 붉은 장미의 가시가 더욱 날카롭게 보인다. 더 아름답고 더 소중한 것을 지킬 때 더욱 뾰족하게 날을 세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본능일 수도.
나를...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가드다란 가지에 잠시 맺힌 이슬에도
반가운 마음에 가슴이 뛰다가
떠날까 봐 이내 조바심이 들거든요
나를 꺾지 마세요
날카로운 가시에 당신 손이 베이면
흐르는 붉은 피에 나는 더욱 슬퍼질 테니까요.
나를 흔들지 마세요
흐느끼며 스쳐가는 바람소리에도
나도 금방 따라 울고 말 테니까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나를 버리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지켜주세요.)
난 니가 싫어졌어 우리 이만 헤어져
다른 여자가 생겼어 너보다 훨씬 좋은
실망 하지는 마 난 원래 이런 놈이니까
제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
(중략)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떠나가 (제발 가지마)
-God의 <거짓말>
약한 나를 지키는 거짓말
독한 말로 상대를 밀어내지만 그를 향한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무너질 자신이 걱정스러우면서도 상대의 아픔을 먼저 헤아려 거짓말을 하게 되는 그 이면에는 약한 나를 감추려는 안간힘이 보인다. 상대가 떠날 것을 알지만 매달리지 않고 모진 말로 밀어내는 가시돗힌 말이 떠나는 사람의 죄책감을 덜어줄 거라 생각해서일까. 이별의 상처, 외로움의 무게로부터 나를 지켜보려는 몸부림일까.
아름다운 것에는 늘
지켜내고 싶은 찰나의 행복, 오래 보고 싶은 아름다움은 사실은 유한한 것이다. 붙잡아 두고 싶고 더 다가가고 싶지만 그것을 지키려면 약간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물리적 거리, 마음의 거리는 약간의 외로움을 필요로 하지만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안전한 거리다. 나를 헤치려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시는 결국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부터도 얼마간의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고 만다. 서로를 지키는 안전장치, 가시는 그렇게도 처연하다.
한 발짝 떨어져서
조금은 뒷걸음쳐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그 아름다움을,
행복을 더 오래 지킬 수 있지않을까
#샛길독서
#라라크루13기
#3-1
#화요일엔샛길독서
#어린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