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 이즈 본' 편
“그걸 지금 연기라고 하는 거야?”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나는 배우를 꿈꿨다. 우연히 보게 된 청소년드라마.
극 중 남자주인공의 잘생긴 얼굴과 환한 미소는
내 심장을 흔들었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보고 열광하는 소녀 팬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너 잘생겼어! 배우 될 수 있을 것 같아.”
친한 친구의 한마디는 내 맘속 트리거를 당겼다.
“엄마, 나 연기학원 좀 보내주세요. 정말 열심히 할게요.”
난 온 세상 의지를 다 끌어와 부모님 앞에서 무릎 끓고 말했다.
아버지의 불호령을 예상하며 노심초사하던 그 때.
“일단 3개월만 해봐라.”
예상과는 달리 아버지는 쿨하게 연기학원을 끊어줬다.
그 날 난 떨리는 마음에 밤을 꼴딱 새고 말았다.
난 다음 날 설레는 마음으로 연기학원에 방문했다.
간단한 카메라테스트 통과 후 수업에 정식 등록할 수 있었다.
“잘 생겼네...꼭 좋은 배우가 되렴.”
연기선생님의 한 마디는 나의 기분을 하늘 위로 날려버렸다.
벌써 연예인이 된 것만 같았다.
난 그날 이후 부모님을 졸라 최신 유행하는 티셔츠와 바지 몇 벌을 샀다.
연기수업을 시작한지 한 달쯤 지났을까.
교육방송 청소년드라마 출연제안이 들어왔다.
내 역할은 ‘깡패3’
난 선생님의 권유로 드라마 리허설에 참여했다.
긴 원탁테이블을 둘러싸고 수많은 스탭과 연기자들이 앉아있었다.
주연으로 보이는 배우는 테이블 앞 쪽 감독님과 이야기 중이었고,
나를 포함한 단역 배우들은 구석에 몰려 앉아 주변 눈치를 보기 바빴다.
대본 리딩이 시작되고 원탁테이블에 둘러앉은 연기자들이 순서에 맞게 대사를 읽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이 오토바이가 네 오토바이냐? 당장 갖고 꺼져!”
이 드라마 속 내 유일한 대사였다.
난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대본을 리딩했다.
“야! 이걸 연기라고 하는 거야? 재 말고 다른 사람 없어?”
감독님의 한 마디에 현장 분위기는 싸해졌다.
주변 스텝들의 배려로 난 간신히 오케이 사인을 받고 그 위기를 넘어갔다.
촬영 당일.
난 방과 후 대본을 들고 촬영현장으로 향했다.
한 마디 대사를 위해 난 두꺼운 대본집을 통째로 달달 외웠다.
차에서 대기하는 순간에도 난 대본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대기차량에서 7시간을 기다린 끝에 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난 무사히 촬영을 끝냈고, 내 방송분은 그대로 방송을 타고 나갔다.
내 금쪽같은 대사 한 마디는 우리 집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되어 영원히 소장되었다.
지인과 친척들은 우리 가문에 텔런트가 나왔다고 축하해줬다.
입시를 앞 둔 고3,
난 부모님의 설득으로 연기를 잠시 그만두고 평범하게 대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내 배우생활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구독자님 아역배우라고 많이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한텐 정말 소중한 단역이었답니다. ㅠㅠ)
오늘은 영화 <스타 이즈 본>을 소개해보고 싶다.
추락해가는 스타 가수 ‘잭슨’이 무명 가수 ‘앨리’를 발견해 무대에 세우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앨리는 점점 스타가 되고, 잭슨은 알코올 중독과 자존감 문제로 점점 무너진다.
결국 잭슨은 자신이 앨리의 발목을 잡는다고 느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앨리는 그를 향한 마지막 사랑의 노래로 영화가 끝난다.
마지막이 슬프면서 여운이 깊었던 영화인데,
특히 앨리가 스타로 성장해가는 그 여정들이 별빛처럼 머릿속에 선명하다.
레이디 가가는 노래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연기와 외모까지 완벽하더라.
오랜만에 아내와 청룡영화제를 보던 중.
“어머, 저 배우 너무 멋있잖아!”
내 아내는 연예인을 너무, 정말 너무 좋아한다.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도 지금 저 자리에 있을 수도 있는데.”
혼자서 조용히 상상의 나래에 빠져본다.
잘 생긴 배우에 빠져버린 아내.
그 배우처럼 되고 싶었던 나.
우리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