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가장 용감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실패를 하고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혹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 누구에게나 있었을 첫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돌아보면 그립고 행복한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의 노력과 아픔이 있었음을 돌아보는 책이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까지도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몰랐다. 하고 싶은 게 없었다기보다 그 반대였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지만 그 중에 어떤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려서부터 쭉 관심을 가져왔던 예술 분야. 그 중에서도 손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수공예나 미술, 옷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때 옷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궁금해서 집에서 안 입는 티셔츠를 봉제선대로 잘라서 그걸 본으로 두고, 동대문에서 사온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다녔었다. 점차 영역을 넓혀 후드집업, 가방 등을 만들었고, 그때는 자랑스럽게 사용했다. 학교에서 하는 각종 활동에 의상 팀이나 공예동아리에 들어가서 저녁 늦게까지 재봉틀 돌리고 뿌듯함에 가득 차서 구름 위를 걷듯이 집에 들어오곤 했다. 그 외에도 노래와 음악, 농예, 요리 등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스갯소리로 내 꿈을 말하곤 했다. 나는 요일마다 다른 일을 할 거라고.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월요일엔 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다. 직장인도 월요병이 있듯이 학생들이라고 뭐 다를까. 그런 월요일에 새로운 선생님이 와서 특별 수업을 잠깐 진행한다면 그것만으로 월요일이 조금은 특별해지지 않을까? 내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학생들과 가까운 나이일 때 그들의 고민을 듣고 같이 해결해 나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학창 시절 젊은 선생님들이 해주셨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또한 방학마다 쉴 수 있으니 나에게 있을 월요병도 조금은 나아지려나?
화요일은 쉬는 날이다. 뭘 했다고 벌써 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주말에도 일할 계획이기 때문에 주중에 휴무를 선택했다. 내가 굳이 화요일을 쉬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일 싫어하는 요일에 쉬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면 쉬는 날이 싫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화요일에 매번 화가 났던 이유는 어제도 고생했는데 주말이 이렇게나 멀리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요일은 예술 작업을 하는 날이다. 일주일의 중간이며,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여유 있는 날이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나는 수요일에 힐링을 할 예정이다. 해보고 싶었던 유리공예나 도예를 배운다거나, 거리 미술 팀에 참여해 나를 표현해 세상과 나누는 작업을 하고 싶다. 후에 내 작품들이 미술관에 전시되었으면 좋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작업에 임할 것이다.
목요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일이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는 날이 바로 목요일이다. 출근과 퇴근을 명확하게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고, 업무 시간에는 완벽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브랜드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타 브랜드에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어제 예술 활동을 하고 나서 얻은 영감을 모아두었다가 디자인에 녹여 넣고, 그래픽 디자인도 하면서 업체 미팅까지 정말 바쁘게 회사원의 업무를 하는 날이다. 물론 피곤하고 지치겠지만, 그래서 하루만 일하는 거다. 퇴근하는 길에 뿌듯함에 쌓여서 발걸음이 뿌득 뿌득 햐안 눈을 밟는 기분일 것 같다.
금요일에는 음악 작업을 하는 날이다. 평소에 음악과 노래에 관심은 많지만 어째서인지 다가가기에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게 음악이었다. 아마 나만 아는 재능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기분이 좋을 때도 노래를 불렀고, 슬플 때도 노래를 불렀다.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사람 없는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게 내 취미이다. 물론 사람 없는 거리가 거의 없어서 속으로만 부르거나, 잠깐 소리 내서 불렀다 치면 옆으로 자전거가 씽 하고 지나가서 쪽 팔린 경험이 많다. 가끔 살다 보면 머릿속에 가사 말이 떠올라서 핸드폰에 적어 놓거나, 멜로디가 떠올라서 휴대폰에 녹음 해 놓기도 하는데, 언젠가 나는 이걸 모아서 노래를 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금요일에는 작곡을 배우고, 내 노래를 만들고, 불금에 소소하게 공연을 하는 것이 내 소원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편안한 금요일 저녁에 음악을 한다는 게 나는 생각만 해도 벌써 떨린다.
토요일에는 농사를 하고 싶다. 예를 들면 주말농장처럼 내 땅에 농사를 짓고 싶다. 감자와 상추 배추 고추 쑥갓 토마토 가지를 키우며 잠시 자연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 아침햇살 받으며 기분 좋게 깨어나는 게 항상 부러웠기에, 토요일만큼은 누구보다 빠르게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고 싶다. 밖에서는 수확이 쉬운 작물들을 땀 흘리며 가꾸고, 집안에 화분을 놓고 허브와 꽃들을 키우며 실내환경에도 신경을 쓰고 싶다. 하지만 해가 넘어가는 저녁시간에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으므로 그날 수확한 작물을 가지고 요리를 해볼 것이다. 영화 심야식당을 아주 조금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런 분위기의 식당을 열어 놓고 싶다. 혼자 와서도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식당. 나는 혼밥을 하는 날이 요새 부쩍 많아졌는데 식당에 혼자 들어가는 게 아직도 겁이 날 때가 많다. 왜냐하면 다들 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과 함께 와서 먹고 가니까 괜히 눈치가 보이는 거다. 아무쪼록 우리 식당은 그럴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메뉴는 아마 수시로 변경이 되겠지만, 정성이 담긴 한 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내가 직접 요리해서 드리고 싶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밥 굶는 게 얼마나 서러운 일인데.
일요일에는 느즈막이 일어날 거다. 어제 아침부터 열일해서 피곤한 내 몸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풀어주고 내 가게로 출근할 것이다. 내 가게에는 내가 디자인한 옷과 소품들, 그리고 수확한 작물과 내가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가게의 주인장이다. 햇살이 잘 드는 쪽에 창을 내고, 차 향이 은은하게 감싸는 카페를 차리고 싶다. 일요일에 휴식을 즐기기 위해 오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음료를 제조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손님들은 각자 와서 필요한 휴식을 취한다. 차를 마시며 조용히 쉬거나, 나의 갤러리를 구경하며 물건을 구입하거나, 내 음악에 맞춰 머리를 끄덕거린다. 그렇게 6시가 되면 나는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퇴근한다. 일요일은 나에게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