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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Jan 30. 2024

#2 슛! 골인!

쏘피와 루피의 첫 만남


#2-1. 예쁜 사진 찍기?




"이거요? 아니면 이거?"


"아니, 저기 저 가지. 그렇지!

그리고 저쪽 가지도 쳐봐! 그렇지!


땅바닥에는 잘린 나뭇가지들이 수북하게 쌓이고,

수풀 속에서는 작고 낮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쉿! 조용!"


그중 검은 뿔테 안경의 남자가

사람 얼굴만 한 렌즈의 대포 카메라를 들고

입술을 뾰족이 세우며 말한다.


쉿!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정막이 흐른다.



"삐빅삐빅 삐삐삐 삐빅삐빅

삑삑.. 삐삐빅...

삐빅삐빅 삐삐삐 삐리릭 삐릭...

삐삐삐 삐리릭 삐릭"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 드르르륵!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캬야! 구도 좋고!

연출 기가 막히네!'


한 남자가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그리고 카메라의 연속 셔터음만이 선명하다.





하늘빛을 닮은 어린 새들이

둥지 속에서 주둥이 벌리고 엄마를 찾고 있다.

네댓 마리 정도 돼 보이는 녀석들은 배가 고픈지 각개전투를 하듯 제각각 소리를 지르고,

주둥이를 하늘로 크게 벌려본다.



수풀 속에 있을 때에는 어린 새들의 작은 저귐으로 새둥지의 존재를 가늠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모습이 훤히 보인다.

이제 곧 이소를 준비해도 될 정도로 큰 녀석들이

둥지 속에서 투닥거리다가,

서로를 의지하며 어미새를 찾고 있다.

가지치기로 사방이 뚫린 둥지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위태로워 보인다.




어미새는 새끼들을 배불리 해줄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그리고는 한 나뭇가지 주변에서 분주히 무언가를 찾아댄다.


'어?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서 꿀냄새가 나는데?'


어미새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열심히 먹이를 찾기 시작한다.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 드르르륵!

찰칵찰칵찰칵!



꿀냄새를 맡고 다른 녀석들까지 

아무것도 없는 나뭇가지에서

분주히 날갯짓을 하며 두리번거린다.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날카로운 턱선을 갖고 있는 한 남자가 씨익 미소 지으며 말한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나뭇가지에 꿀을 발라놓으면 저렇게 새들이 온다니깐. 크크크큭"


남자는 즐겁다는 듯이 말한다.




"가 아까 주변 나뭇가지들을 다 정리했잖아요.

사진빨 쥑~이네!"


뿔테안경의 남자는

나뭇가지를 정리한 전지가위를 가리키며

한쪽눈을 찡긋한다.





"자, 이제 이동해 볼까요?"


"잠깐만, 기다려봐!"


날카로운 턱선의 남자는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빼들고, 눈빛을 반짝이며 둥지 쪽으로 걷는다.


그리고 순식간에

네댓 마리의 새들 중 유독 하얀 눈썹줄이 있는 녀석을 덥석 움켜쥐고

어두운 상자 속에 밀어 넣는다.



푸드득, 푸드득...

"삐삐빅삐빅 삐삐삐 삐빅삐빅...

삐빅삐빅 삐삐삐 삐리릭..."



그리고는 상자 속으로 커터칼을 쥔 두꺼운 손을 집어넣고는 순간 번쩍인다.



"삑삐빅~ 삑!"

푸드덕푸드덕...

푸득푸득...









#2-2. 쏘피와 루피의 첫 만남



머리꼭대기에서 등까지 옅은 베이지색의 깃털을 갖고 있는 쏘피는 

비행하며 꼬리깃털을 활짝 펼치면

푸른 하늘빛의 꼬리 깃털이 보인다.


그래서 온통 베이지색인 무리 속에서

푸른 꼬리 깃털을 가진 쏘피는 눈에 띄는 존재이다.


그런 쏘피를 친구들 중 몇몇은

무리에서 쏘피를 배척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쏘피의 눈동자는 강해졌고,

꽉 다문 주둥이 결의에 찬 듯 보였다.

그리고 매일 더 빠르게 자유롭게 날기 위해 비행연습을 하였다.




그날도 비행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비닐하우스처럼 보이는 반투명한 곳에서

푸드덕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그곳으로 들어가 보니,

푸른 깃털에 하얀 눈썹줄이 귀여운 녀석이

한쪽 다리가 제법 두꺼운 끈으로 묶여서 버둥거리며,

나뭇가지 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봐! 내가 잘라줄게!"



쏘피는 주둥이로 뾰족한 돌맹이를 물고 와서

줄을 여러 번 내리쳤다. 

그 후 끈을 꽉 물고 힘을 줘서

쉴 새 없이 쪼고 잡아당기니,

다리에 묶여있던 끈이 둑하며 끊어졌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하게 있는 푸른 녀석을 보며

말한다.



"너 이름이 뭐야? "


"나? 난 루..루피야.

여길 어나고 ..싶은데...

이...이..거 때문에 갈 수가 없어."


푸른 깃털의 녀석은 불안함에 더듬거리고

울먹이며 중얼거린다.



쏘피는 중얼거리는 녀석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루피!

따라와! 어서 나가자!"



퍼뜩 정신을 차린 루피는 쏘피를 따라서 부지런히 날개를 움직였다.

하지만 잘린 한쪽 날개 때문에 균형이 맞지 않아서 그런건지? 기우뚱하며, 여기저기 부딪혔다.

그리고는 루피는 울먹이며 쏘피를 쳐다봤다.




"날지 못하겠어.ㅠㅠ  

난 날지 못해.

어...어떡하지?"



울먹이는 루피를 바라보며,

쏘피는 더 큰 소리로 말한다.




"뭘 어떡해! 날지 못하면 뛰면 되는 거야!

뛰지 못하면 걸으면 되는 거고!

이렇게! 이렇게!

천천히!

자! 같이 자!"




쏘피는 날갯짓을 하며, 동시에 콩. 콩, 콩.. 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어서 따라오라는 듯이, 

삐릭삐릭!

소리를 내었다.




루피는 쏘피를 따라서 날갯짓을 하며

콩, 콩, 콩.. 뛰었다.

한번, 두 번, 세 번... 계속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났다.

처음은 버거웠지만, 첫발을 떼보니 제법 속도가 붙는다.

남자가 돌아올 것 같아 불안한 루피는  

쏘피를 따라서 급하게 문으로 향했다.





'아! 얼마 만에 맡아보는 바람결의 풀냄새야!'


문밖으로 나오니 기분 좋은 풀내음이 콧구멍으로 들어온다.

루피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바쁘게 움직여서,

쏘피를 따라 가까운 지푸라기 더미 근처로

내달렸다.

.

.

.

.

.

.




"야! 도망쳤잖아!

내가 문단속 잘하라고 했지?

에잇! 또 한 마리 다시 잡아와서 찍어야겠네!"


턱선이 날카로운 남자는 씩씩 거리며

비닐하우스 문을 퍽 닫아버린다.



남자들의 사나운 목소리를 들으며,

쏘피와 루피는 비닐하우스와 멀어져 갔다.






"잠깐 기다려봐! "


씩씩 거리며 걷는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쏘피는

루피에게 잠깐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루피의 몸을 지푸라기 더미에 숨겨준 후,

남자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리고 남자들의 머리 위를 맴돌더니,

삑삑삐!

짧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따라 하늘을 쳐다보던 남자는

쏘피의 푸른 꼬리깃털을 보고서는,

크게 입을 벌리고 말한다.



"햐아아! 저거 이쁜데?"



바로 그때다!  


쏘피는 응꼬에 끙! 힘을 주었다.


뿌지직!



"헙! 으윽?!"

남자는 입을 급히 다물었지만, 한발 늦었다.




"! 골인! 하하하하하!

삐익~삑! 삑! !" 



신나게 노래하며 날아가는 쏘피를 향해

날카로운 턱선의 남자는 못 먹을 것을 먹었다는 듯이 침을 퉤퉤 뱉으며

한바탕 욕을 쏟아냈다.



"에퉤퉤! 저 망할 놈의 새 새끼!"


.

.

.


지푸라기 더미 속에서 불안해하며,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루피는 

놀란 눈을 껌벅이다가,

풉!

작게 웃는다.


그리고 지푸라기 더미 쪽으로 날아오는

쏘피의 두 날갯짓엔 통쾌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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