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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Dec 30. 2021

젊어지는 학교

홍윤기 수필집 "예순다섯 살의 고교생"_만서 홍윤기

문득,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젊어지는 샘물>이란 제목의 전래 동화가 생각난다. 입학식을 위해 도열한 신입생들을 바라보면서 그랬다.

동화는 안분지족(安分知足), 즉 분수에 맡게 만족할 줄 알라는 교훈을 주기 위한 내용이다. 하지만, 요즘은 웰빙이 대세를 이루고 저마다 건강을 삶의 가치관 중에 제일로 생각하는 추세이니, 젊어지는 샘물을 찾을 수만 있으면 재벌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고, 현대판 노다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싱거운 생각이 든 것은 내 나이 이제 60의 중반을 넘어 서쪽 하늘을 진홍의 노을로 물들이는 황혼 녘에서 무의미하게 흐르는 세월이 아까워 내 평생의 정신세계를 황폐하게 한 배움에의 갈증을 풀어 보겠다고 선택한 학교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세계에 나와 비슷한 이유로 학교를 찾은 나를 닮은 후배들의 비장하고 결의에 찬 모습을 보면서 '아! 그래, 여기가 젊어지는 학교야!'라는 울림이 가슴속에서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젊어지는 학교는 가장 민주적이고 평등한 학교이니, 충분한 배움을 누린 사람들에겐 입학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학창 시절을 잃어버린 만(晩) 학도들에게 주어지는 특혜(?)이니, 어쩌면 조금 늦었지만 나와 오늘 새로 입학한 후배들은 선택받은 행운아임이 틀림없다. 젊어지는 샘물을 찾았다면 누가 알 세라 쉬시 하고 꼭꼭 감춰 두어야 하겠지만 우리가 찾은 젊어지는 학교는 큰 소리로 외쳐 더 많은, 나와 같은 사람을 젊게 만들어 갈 소명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젊어지는 우리 학교를 찾은 후배들에게 더 예쁘게 젊어지라고 내가 몸담은 문학 동아리를 소개한다.


젊어지는 샘물이 물리적인 젊음을 주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면, 우리 학교는 정신을 젊게 해주는 만능이라는 현대 과학도 풀 수 없는 불가사의한 정신세계의 특효약이기도 하다. 그 젊음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 S라인으로 멋지게 만들어 내는 꿈과 낭만을 논하는 열일곱 문학소년 소녀로 만들어 주는 삶의 연금술을 우리 "솔" 문학이 가꾸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 후배님들이 믿어 줄 수 있을까?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CF 중에 <정말 좋은데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하는 구절이 왜 그렇게 마음에 닿는지... 어떻게 우리 "솔"을 그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을까? 동아리 활동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니, 시장에서 세일하듯 난장을 벌리기에는 나름대로 문학도의 자존이 허락하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 학교가 젊어지는 학교라면, 문학동아리 "솔"은 그 젊음을 더욱 내실 있고 보람 있게 해주는 촉매라고 설명할까? 나 홀로 이 아름다운 낭만의 세계를 마음껏 누린다면, 동화가 말하는 안분지족(安分知足)도 모르는 욕심쟁이 영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자랑이라고 생각해도 할 수 없지만, 어제 내가 만난 동아리 출신 졸업 선배들의 대학생활 중에 , 고교시절 "솔"문학에서 활동했던 주옥같은 경험들이 그들의 대학 생활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굳이 인용하지 않는다 해도, 어렵게 선택한 귀중한 고교생활의 새로운 경험을 무의미하게 보내기에는 이 주체할 수 없는 젊음을 어떻게 발산할까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북악산 기슭, 푸른 솔 아래 도도하게 자리 잡고 이 나라 근현대사의 기라성 같은 인물을 배출한 경복의 터전에서 다시 찾은 젊음을 보다 뜻있게 보내려는 젊은 후배들이 자신의 꿈과 낭만을 젊음에 접목하는 기쁨을 찾고 싶다면 주저 없이 "솔"문학 동아리의 열린 문을 힘차게 두드리기 바란다.

그곳에서 그대와 나의 고교시절에 우정을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기를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음이 아름다운 후배들을 기다리며 난 기꺼운 마음으로 문향(文香) 가득한 "솔"문학동아리의 문지기가 되리라.

동아리 홍보를 위해서 문학 동아리 "솔" 회장 홍윤기는 그렇게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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