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곡가 이승규 Sep 23. 2020

Concert '空'

내 삶의 쉼표,,, 예술적 언어로 비우고 채우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참가자들이 스트레칭을 하며 자유롭게 몸을 풀고 있다.

※ 광주매일신문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몇달 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관객의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딱딱한 의자와 갖춰진 복장이 아닌 편안하고 따뜻한 조명 아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관객과 소통 할 수 있는 콘서트를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 길에 기획안 초안을 작성했고, 무용학원에 제안을 했다. 다행히 흔쾌히 수용해 주셨다. 이 콘서트의 제목을 '空' 으로 정했다. 기존 음악회와는 많이 달랐다. 일단 기획목적 자체가 달랐다. 연주자의 연주기량과 난이도 높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 모든 진행은 관객중심으로 기획했다. 입장부터 마지막 나갈 때까지 하나 하나 관객의 눈높이를 맞췄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리기에 15명의 소수의 인원과 예약제로 운영을 했다. 금요일 밤 8시로 공연시간을 선정해 직장인들도 퇴근 후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장의 분위기는 신발을 벗어서 관람을 하고 조명은 백열등과 LED 촛불로 꾸며서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연장에 입장해서 와인과 차를 마실 수 있게 했으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좌식의자와 이불담요를 제공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용학원 원장님의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하게 이완시켰다.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편안한 분위기, 음료, 스트레칭으로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의 짐은 어느새 비워지고 있었다. 



즉흥피아노 연주를 열심히 연주하고 있다 ㅎㅎㅎ

이제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는 4집 음반에 수록될 곡들을 연주했다. 뉴에이지 피아노 스타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 위주로 선곡해 전반적인 분위기를 가볍고 따뜻하게 환기시켰다. 


이 공연의 클라이막스는 뭐니 뭐니 해도 ‘관객을 위한 즉흥곡’이었다. 


공연 전, 관객에게 세 가지 질문을 했다. ‘내 마음을 비워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면’,‘내가 꿈꾸는 것이 있다면’. ‘만일, 내게 이 질문을 한다면 어떤 답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객 15명의 사연을 받았고 추첨을 통해 4명의 사연을 읽어줬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 경험을 알려줬고 모두가 공감했다. 그 사연을 중심으로 즉흥곡을 연주했다. 


곡 제목은 ‘예쁜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을 위한 곡’, ‘남들의 시선과 부담감을 덜어내 줄 수 있는 곡’,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곡’, ‘목표를 위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곡’.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존재했지만 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였으며, 관객 모두의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도 내가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할 이야기였다. 그래서, 즉흥곡을 들으며 모든 관객이 나의 이야기처럼 공감하고 아파하기도 하고 함께 박수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나는 정말 모든 영혼의 힘을 다해 1시간 동안 연주를 했다. 관객은 더 듣고 싶어했고 1시간의 시간이 너무 짧았고 아쉬워했다. 나는 그동안 했었던 수많은 연주보다 더 뜨거웠고 감동 깊은 연주였다. 


참가자들의 사연을 받고 추첨을 통해 소개한 후 즉흥 공연으로 이뤄지는 ‘콘서트 공’(Concert 空) 행사가 마무리된 후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감상평을 남겼다.


관객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포스트잇에 공연소감을 적어달라고 했다. 그 중 한 분이 이런 소감을 남겼다. ‘즉흥공연, 환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지금 이 순간, 감동과 행복감을 느꼈고 감사하게 됩니다. 이런 시간에 있는 나 자신과 살아있음과 삶에 대해서…. 앞으로도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눠 주셨으면 합니다.’ 




예술가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현란한 테크닉과 쇼맨십, 본인의 뛰어남을 알리는 시간이 필요할까. 은 관객이 먼저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에 대해 예술적 언어로 답을 했을 뿐이다. 즉흥곡은 모두 처음 듣는 음악이며 난해할 수도 있는 현대음악처럼 어려운 음악도 존재했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며 감동을 받았다. 그것은 나의 이야기 전에 관객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음악은 단순히 소통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었다. 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음악을 통해 마음의 치유가 가능한가’. 

‘예술가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나의 존재와 가치는 무엇인가.’  


이번 콘서트가 위 질문에 충분한 답을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예술가는 각자의 언어의 세계가 있다. 그 언어를 통해 일상 속에 갇혀있는 관객에게 새로운 눈을 틔워줄 수 있으며 다양한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감동(感動)’이라 말한다. ‘깊이 느껴 마음을 움직인다’ 라는 의미로 굳어있고 경직돼 있는 생각, 우울하고 지쳐있는 생각 등을 예술적 자극을 통해 마음의 회복까지 유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 나의 마음을 비웠다.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살폈다. 음악을 통해 함께 비우게 됐다. 비움을 통해 새 살이 돋아났다.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됐다. 


진정한 ‘空’ 을 이뤘다.
사연을 담은 추첨통










이전 08화 작곡가의 지속가능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