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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곡가 이승규 Sep 23. 2020

Song for you

음악의 언어로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희망

※ 광주매일신문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음악자서전 ‘송 포 유’(Song for you)는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윤혁진 오로지스튜디오 대표와 제작하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다. ‘자서전’(自敍傳)의 의미는 자신의 생애와 활동을 직접 적는다는 뜻이다. 송포유를 시작하기 전, 무대에서 앵콜곡으로 관객에게 선물을 했다. 무작위로 관객을 선정했고 꿈과 희망사항, 현재 어려움을 간단하게 인터뷰를 한 후, 위로와 응원의 차원에서 했던 계기로 지금의 송포유를 만들게 됐다. 송포유의 제작순서는 간단하다. 신청자를 만나 본인에 사연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그 인터뷰에 맞는 음악을 작곡가가 즉흥곡으로 선물해주는 형식이다.  지난 1월 말부터 시작한 송포유 프로젝트는 오로지스튜디오의 영상제작과 대인동에 위치한 ‘광주문화공원 김냇과’의 장소협찬 덕분에 10명의 사연자를 만났다.  머나먼 타국에 딸을 보낸 어머니, 현대무용가로 활동하고 있는 열정 가득한 청년, 예비 신부를 위한 달콤한 프러포즈, 아름다움과 고뇌를 담기 위해 노력하는 시인, 본인의 신념과 철학을 작품에 표현하려고 애쓰는 미술작가, 돌아가신 교수님을 잊지 못한 제자, 웃음의 씨를 뿌리는 웃음박사님 등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분들이 촬영에 협조해 주셨고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벅찬 감동이 몰려온다.  


박동채 청년을 위해 즉흥곡을 연주하는 장면


송포유 프로젝를 진행하면서 작곡의 원칙을 갖고 사연자를 만난다. 

첫째, 작곡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 
둘째, 정해진 것도 없으며 정할 필요도 없다. 
셋째, 창작의 중요한 시작점으로 인식한다. 
넷째, 사연자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결합한다. 

사연자의 이야기와 음악으로 말하는 내 이야기가 더해져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키게 됐다. ‘즉흥곡’(Impromptu)의 사전적 뜻은 ‘그때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곡한 악곡’이라는 의미가 있다. ‘Prompt’는 라틴어의 어원으로 ‘준비돼 있음’을 의미하며, ‘Im’이라는 부정사가 붙으면‘Impromptu’, 즉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뜻한다. 서양음악에서는 즉흥곡(Impromptu)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남긴 작곡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슈베르트의 네 개의 즉흥곡 D.899, 쇼팽의 즉흥환상곡이 있으며, 베토벤, 슈만, 리스트, 포레, 스크랴빈 등도 즉흥곡을 남겼다. 즉흥곡의 매력은 정제되지 않고 계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의외성, 감정의 기복을 가지고 다양한 면들을 보여주는 서정성,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의 집약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작곡가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즉흥곡이라는 형식을 통해 거짓이 없이 표출되는 것이다.  



‘송포유’ 프로젝트를 하며 사연자의 삶의 의미와 예술의 연관성을 고민하게 된다. 진정 예술의 가치는 어디에 있으며, 또 무엇을 위해 작곡을 하는가? 매번 나 자신에게 되묻는 질문이다. 즉흥곡으로 연주함에도 불구하고 왜 감동을 받는 것일까?

그 답을 몇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 번째, ‘언어’다. ‘아름답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아프다. 슬프다’ 등 우리가 쓰는 많은 단어들이 존재한다. 그 언어를 음악을 표현하다.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한 단어를 생각해보면 감성적이면서 로맨틱한 분위기가 가장 먼저 든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곡가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그렇다. 1888년 여름, 에드워드 엘가와 앨리스 로버츠는 결혼을 앞두고 약혼을 기념으로 아내에게 선물한 피아노곡이었다. 이후, 관현악곡과 바이올린과 첼로 곡 등으로 편곡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작곡가 엘가는 ‘사랑의 인사’의 음악적 언어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했고, 그 곡을 듣는 관객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작곡가 엘가보다 더 큰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본다. 

두 번째, ‘초월’이다. 국가와 법이 최대한의 시스템을 이뤄졌다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이상향일 뿐이다. 어느 곳에서나 음지가 있고 소외된 사람이 있으며 뉴스에서는 행복한 일보다는 가슴 아픈 일들이 더 많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서 음악의 역할은 무엇인가. 음악을 듣는 시간이라도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을 음악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장르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그 음악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곽성숙 시인의 ‘송 포 유’ 인터뷰 장면.

세 번째, ‘정화’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음악으로서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통해 정화를 받는다. 송포유에 참여한 다양한 사연자 분들에게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중에서 돌아가신 교수님을 잊지 못한 제자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곧 있을 일본의 유학을 앞두고 교수님을 추모하는 의미로 송포유를 신청했다고 한다. 사연자는 6분의 연주시간동안 눈물을 흘리며 교수님을 그리워했다. 예술가는 희망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며, 행복을 만들어주는 사람이자, 위로의 손길로 안아주는 사람이다. ‘송포유’는 작곡가인 내게 많은 의미를 안겨준다. 대중적으로 다갈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기초로 새롭게 창작하는 즉흥곡. 간단한 두 가지의 공식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향후 온라인 플랫폼 유튜브와 더불어 ‘노 프로그램’(No program)이라는 제목의 오프라인 공연  형태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관객의 사연을 추첨식으로 선정하여 즉흥곡을 연주하며, 공연 중간에는 미술작가와 현대무용가가 함께 즉흥 퍼포먼스로 함께 할 예정이다. 


또한 연주음원들은 실시간으로 녹음해 USB에 담아 퇴장하는 관객에게 선물로 제공할 것이다. 이 뿐 아니라, ‘마이 리틀 텔레비전’ 프로그램처럼 온라인 실시간 채팅과 오프라인 공연을 결합하는 시도도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공연장과 전시장은 문을 닫고 무대의 예술가는 카메라를 통해 온라인으로 관객을 만나는 시대가 됐다. 박수와 환호 대신 실시간 응원 댓글을 통해 피드백을 받으며, 문화적 욕구를 온라인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예상치 못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송포유는 ‘예술적 완성과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전 세계 대중들을 만나는 그 날을 기다려 본다.


(아래 주소에 들어가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klbKWLCmzSa6NtpySGk7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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