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랬는데?

10화

by 김소연



긍정적인 사람은 그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있는데 어쩐지 나는 이 말이 조금 낯설고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나는 부정적이고 조금 꼬여버린 우울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어쩐지 나는 해맑음 보다는 약간의 우울감이 주는 차분함이 좋다. 내 삶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에 한해 결국 나는 나와 비슷한 감정의 사람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활동적인 스포츠를 권한다면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무기력한 내가 한심해 보이고 재미없긴 마찬가지 일 테니 친구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서로 손해 볼 것도 없다. 내 입장에선 어느 한순간에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몇 날 며칠을 누워서 보낼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제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친구를 사귀어볼까 하는 기대를 하는 것은 내겐 불필요한 일이다. 서로 다른 매력에 끌렸다는 연인이 서로에게 점점 지쳐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그렇게 결국 이별하는 것보다 어쩌면 처음부터 혼자인 게 나에게는 더 안정된 일일 거다.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는 건 애초에 자신과 닮은 사람이거나 자신과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거나 둘 중 하나 일 거다. 나와 닮은 사람에 끌렸거나, 나와 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에게 끌렸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세상에 완벽히 같은 사람은 없으니 결국 우리는 상대방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만들려 애쓸 거다. 마치 그런 게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이며 사랑일 거라 말하지만, 과연 그 과정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저 처음 눈길이 갔던 서로 다른 매력으로 놔둘 순 없는 걸까.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보며 무엇이 잘못된 지도 모른 채 우스갯소리로 쓰이겠지만, 이 말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이 말은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리다는 내용이 전제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 틀린 상대방을 고쳐 쓰고 싶은 거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와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 내가 옳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근거 없는 믿음이다. 왜냐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무엇을 내 머릿속에 저장할 때, 사실 그대로가 아닌 감정이 섞인 채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 내게 유리하지 않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라면 사실과 내 기억 간에 오류는 더 크게 생기게 마련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내 감정은 사실일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알면서도 그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도 고쳐 쓰지 못할 뿐 아니라 나 자신도 고쳐 쓰지 못한다.




"상대방은 고쳐 쓸 수 없지만, 스스로는 고쳐 쓸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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