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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_ 모든 건 오해에서 시작된다

by 김소연 Sep 09. 2023



Prologue _ 모든 건 오해에서 시작된다





고양이를 잡아먹는 백발마녀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에는 마녀가 살았다. 고양이를 잡아먹는 마녀였다. 그 마녀는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이상한 실험을 하며 온 동네 고양이들을 잡아먹었다. 마녀의 집 앞을 날 때 나는 비릿한 냄새고양이 냄새가 분명했다.  집 앞을 지나다가 비릿한 냄새에 이끌려 지하실을 보면 마녀는 창을 통해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었고,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은 그 집 앞을 지날 때 마녀와 눈이 마주치고는 겁하고 도망치다. 아이들은 마녀가 아이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했다. 즈음 마녀는 아이들을 향해 자주 빗자루를 휘둘렀고 제는 고양이가 아니라 동네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시작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마녀의 집은 골목 깊숙이 위치한 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썽쟁이 친구들은 꼭 그 집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 그 마녀의 집은 하교할 때 꼭 지나가야 하는 말썽쟁이들의 명소가 되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은 그 집 앞에 가면 위험하다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는데 생님의 말은 아이들을 자극하기 아주 좋았다. 선생님도  마녀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걸 인정했던 거다. 어느 날 한 친구는 상기된 목소리로 코를 벌렁이며 마녀를 처단할 용기 있는 전사를 모집한다며 가만히 있는 친구들을 들쑤셨다. 아이들을 잡아먹는 마녀를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지 않냐며 이상한 망토 같은 걸 주워다가 목에 매곤 웃었던 것도 같다. 그걸 고 있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지었지만 아무도 용기 있게 나서지 않았다.



_ 선생님이 그 집 앞에 가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다가 진짜 잡아먹히면 어쩌려고 그래?



 아이들은 웅성이며 제각기 다른 말들을 뱉어냈다. 고양이가 불쌍하다든지, 무서워서 이사를 가야다든지, 경찰에 신고를 하자든지, 잡아먹히기 싫다며 간혹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다. 이내 아이들은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녀의 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꼭 쥐고 걸었다.



 마녀의 집 앞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마녀 나와라!'며 소리쳤다. 몇몇 겁에 질린 아이들은 골목길 뒤쪽에 숨어 지켜봤다. 어쩐지 집안에서는 기척이 없었고, 아이들은 마녀의 집 창문 기웃거리며 마녀를 찾았다. 처음에 마녀를 잡으러 가자던 망토를 두른 아이는 우리가 올 줄 알고 마녀가 도망쳤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때 골목 끝에서 한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웅성거리는 아이들 앞으로 걸어왔다. 그 마녀였다. 할머니는 말없이 그 집으로 들어가셨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는 말을 잘하지 못하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어눌한 할머니의 말이 마녀의 주문처럼 들렸고, 손에 든 지팡이는 마녀의 빗자루처럼 보였다. 집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는 생선냄새였다.




우리집 고양이 요미우리집 고양이 요미





비릿한 고양이 냄새



 나는 꿈을 자주 꾸는데, 후각 예민해서 꿈에서도 냄새에 관한 꿈이 많다. 양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잠결에 아주 비릿한 냄새가 나는 날엔 영락없이 꿈속에서 험악한 고양이와 사투를 벌였다. 그전까지 나는 실제로 고양이 곁에 간 적이 없었다. 바로 꿈에서 느낀 그 비릿한 냄새 때문이다. 고양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내가 아는 고양이라곤 길에 만나면 도망가기 바쁜 야생고양이와 꿈에서 본 비릿한 냄새가 나는 고양이뿐이었고, 나는 고양이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었다.



 강아지가 대세였던 반려동물시장에서 고양이가 대세가 된 건 최근의 일이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보며 비릿한 냄새가 나는 고양이를 어떻게 키울까 비위도 좋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모든 건 나의 오해였다. 고양이는 무취의 동물이다. 고양이 털에서는 바비인형 냄새가 난다. 아무 경험도 없이 어릴 동네 아이들에게 들었던 '비릿한 고양이 냄새'는 내 머릿속에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있었던 것 같다.

 


 고양이를 키운 지 8년이 되었지만, 목욕을 한 적이 없어서 여태껏 고양이는 냄새가 안나는 동물이라고 생각했. 하지만 그마저도 나의 오해였다. 최근에 우리 집 고양이가 요로결석 수술을 하면서, 냄새가 나는 고양이를 수시로 닦아줬다. 고양이는 원래 냄새가 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루밍을 잘하는 동물이던 거다.



 간혹 나는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처음 본 사람의 첫인상이 별로라는 둥, 눈빛이 별로라는 둥,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꺼내어 제멋대로 떠들어댄다. 하지만 오랜 시간 경험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은 오해를 일으키며 세상에 선을 긋게 한다. 누구라도 스스로 그은 선 밖으로 나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요 근래에는 꿈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도 험악한 고양이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나는 내가 그은 선 하나를 지웠고, 조만간 더 많은 선을 하나씩 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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