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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Oct 13. 2023

우울에 날개가 있다면



우울에 날개가 있다면





눈치보는 아이




_ 저는 사람들 눈치를 많이 봐요. 분위기가 싸할 때 그걸 견디지 못하고 실없는 소리를 해대서 사람들은 제가 되게 밝은 사람인 줄 알요. 사람들이 화가 나있을 때 다 제 탓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화를 내야 할 때 바보같이 웃고 있다가 집에 와서 폭발하는 내가 너무 싫어요. 근데 가끔은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폭발할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너무 두려워요.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 이동욱의 찻집 안에 있는 저승으로 가는 계단은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꿈에서 봐왔던 그 계단과 닮았다. 꿈에서 본 저승사자 나를 그 계단 앞에 세워두고 라가라며 등을 떠다. 계단을 하나  오르다 뒤돌아보면 저승사자는 내게 친절하게 손 흔들며 씨익 웃어 주기까지 한다. 이 계단 끝까지 가면 죽는는 걸 나는 꿈에서도 알고 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죽자 하고 계단을 오르다가 아니야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하고 계단을 내려오기를 반복하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다. 맑게 손을 흔들며 고 있는 저승사자의 눈치를 보느라 꿈에서 깰 때까지 나는 그곳을 벗어나지 못다.








좋은 작가가 되는 방법




 작가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생 날것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녹여낼 수 없다. 어쩌면 그 계단은 정말 저승으로 가는 계단이며 아마 김은숙작가는 꿈속에서 나와 같은 계단에 자주 물렀을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꿈에서 저승사자가 보이지 않아도 그 계단 앞에 자주 서 있다. 죽고 싶은 날엔 언제나 승사자가 안갯속에 숨겨 놓 그 계단을 잘도 찾아냈다. 그 계단을 찾지 못한 언젠가는 그때 저승사자가 손을 흔들어줄때 계단을 끝까지 오르지 못한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좋은 작가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상상력이나 필력뿐 아니라 우울한 과거와 반복되는 시련이 필수 요소다. 지만 처음에 내가 작가가 될 마음을 품었을 때 에세이는 쓰지 않을 거라 했다. 작가의 삶이 글에 묻어난다면, 더욱이 그 장르가 에세이라면 나는 아주 지질한 글을 쓸 수밖에 없을 거라고. 그렇다면 내 글을 읽는 가족들은 아주 불행할 거라고. 가로서의 삶보다 가족들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 내 글로 인해 내 가족들도 저승사자가 숨겨둔 그 계단을 찾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래서 처음 자기 계발 에세이를 는데, 밝은 사람이 아닌 내가 밝고 긍정적인 글을 쓰다 보니 내 글은 자주 달나라로 갔다. 결국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영영 모를 묘한 글에 나는 정체성을 잃고 말았다.






내 우울에 날개가 있다면




 지인들은 내게 자주 의문을 품었다. 내가 작가가 되야겠다고 말했을 때도, 내가 사실은 우울증이 있다고 고백했을 때도 그랬다. 처럼 실없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리가, 말도 잘 못하는 사람이 작가가 될 리가. 그렇게 말하던 그들은 결국 남편이 나를 버리고 영영 떠났다는 소식에는 어쩐지 그럴 줄 알았다며 금세 수긍했다. 나는 지킬 앤 하이드처럼 그들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고, 홀로 있을 때는 분노한 싸이코가 되었다.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이제 나는 꼭꼭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우울을 말하는 건 그걸 치료하려는 의지다. 그러니 나는 우울을 자주 말하며 내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내 우울에 날개가 있다면, 날개 안에 구깃구깃 접어 넣은 우울을 활짝 펴하늘로 날려버릴 거다. 리고선 그 계단 앞에 서서 내 우울에게 잘 가라고 으며 손을 흔들어 줘야지. 우울이 하늘 끝에 닿을 때까지. 그동안 수고 했다고 웃으며 보내줘야지. 에도 불구하고 우울은 화수분처럼 샘솟겠지만, 저승사자가 숨겨놓은 계단을 찾는 일은 더는 없을 거다. 마음 안에서 나는 쾨쾨한 냄새도 더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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