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는 헤라 몰래 자주 뭉게구름을 몰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제우스는 하늘에서 늘 자신을 감시하는 헤라의 눈을 피해 바람을 피울 때마다 커다란 뭉게구름을 한 곳에 불러 자신을 호위하도록 했다. 제우스는 최고의 신이자 기상을 관할하는 신이었는데, 제우스의 이런 행동은 큰 문제였다. 지상에 퍼져 비를 골고루 내려야 할 구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느라 곳곳에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가뭄이 심해 인간들이 고통에 시달렸던 것이다. 헤라는 인간을 사랑했던 사랑의 여신으로 제우스의 이 같은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람을 피우는 것도, 인간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도 막고 싶었다. 헤라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뭉게구름이 땅을 가린 곳을 찾아 지상으로 내려왔다.
제우스는 하늘을 커다란 구름으로 가리고 요정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에코(메아리)라는 요정이 그 장면을 보고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헤라를 맞닥뜨렸다. 자신의 친구가 헤라에게 들키면 큰 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 에코는 제우스와 친구에게 들리게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어머 헤라님! 오늘 유난히 아름다우시네요!" 헤라의 조용히 하라는 손짓도 소용없었다. 결국 제우스는 그 소리를 듣고 도망갔고, 헤라는 화가 났다. 헤라는 에코에게 "평생 남의 말을 따라 하라."는 저주를 내렸다.
어느 날 에코는 숲을 지나다가 평소에 짝사랑하던 나르시스를 만나게 된다. 나르시스는 숲에서 친구들과 사냥 중이었는데, 달아난 사슴을 찾으려 호숫가 근처에 와있었다. 나르시스는 마침 지나가던 에코에게 사슴을 보았냐 물었고, 헤라의 저주에 걸린 에코는 나르시스의 말을 따라 하고 있었다. 나르시스는 에코를 보고 비웃으며 떠나버렸는데, 에코는 큰 충격을 받았고 동굴에 숨게 되었다. 그걸 본 요정 친구들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를 찾아가 에코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부탁했으나, 최고의 여신 헤라의 저주를 풀 수는 없었다. 대신 나르시스에게 저주를 내리는데, 평생 자신만을 사랑하게 하는 저주였다.
나르시스
사슴이 호숫가로 도망치자 사슴을 쫓던 나르시스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반해 호숫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나르시스의 친구들은 안타까워 나르시스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고, 나르시스에게 상처를 받은 에코는 동굴 안에서 그의 친구들을 따라 애타게 나르시스의 이름을 불렀다. 결국 나르시스는 사랑하는 자신을 놓지 못해 호수 옆에서 수선화가 되었고,메아리도 동굴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동굴 안에서 메아리의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비극은 비극을 낳는다. 하나의 비극에서 시작된 연쇄 비극. 헤라의 저주는 참으로 큰 재앙이었다. 신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신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우리 곁에 있다고 하던데, 커다란 뭉게구름을 보면 말조심을 해야 한다.제우스와 헤라가 곁에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