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편파판정으로 당나귀 귀 된 썰 푼다

by 김소연





미다스왕(미이더스의 손)은 판의 피리연주에 심취해 있었다. 미다스왕은 스스로 피리를 만들고 아름답게 연주까지 하는 판을 향해 엄지를 들며 "네 연주가 아폴론의 리라연주보다 훨씬 아름답다."며 치켜세웠다. 평소에도 욕심이 많은 미다스왕은 늘 신에게 제물을 바쳐야 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고, 특히 아폴론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아폴론은 크게 격분했고, 신들을 초대해서 누구의 연주가 훌륭한지 겨뤄보기로 했다. 물론 결과는 당연히 음악의 신인 아폴론이 우세했지만, 미다스왕은 끝끝내 판의 연주가 더 훌륭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미다스왕은 이미 연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판정을 해놓았을 거다. 자신과 친한 자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 생각은 위험했다.




미다스왕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아폴론은 자신을 능멸한 미다스왕에게 벌을 주기로 했다. 아폴론은 감히 신의 연주보다 반인반수인 판의 연주가 훌륭하다고 평가한 너의 귀는 인간의 귀가 아니라 당나귀의 귀가 맞을 거라며 미다스왕의 귀를 잡아당겨 당나귀 귀로 만들었다. 여기에서 가장 입장이 난처했던 건 판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직접 연주를 들어보지 못했으니 신들이 아폴론의 편에서 편파판정을 했는지 미다스왕이 판의 편에서 편파판정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전적으로 내 편을 든다면 조심하자. 언제든 내게 불똥이 튈 수 있으니.



당나귀 귀가 된 미다스왕은 이미 이전에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다가 자신의 딸이 황금으로 변하자 눈문콧물 빼며 소원을 취소해 달라고 빌어 신들의 공분을 샀다. 어쩌면 신중하지 못한 미다스왕의 비극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닐까.



keyword
이전 01화오지라퍼 메아리와 자기애 나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