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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Feb 13. 2024

기본이 젤 어려운 거라고.





 방안을 나서 주방으로 간다. 한 열 걸음 만에 도착할 거리다. 주방 중간에 서서 싱크대를 보다가 식탁을 훑어보다가 약상자에서 비타민 병을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내가 무얼 위해 급하게 이곳으로 걸음을 옮겼는지 생각해 본다. 도무지 생각나질 않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앉아 좀 전에 하던 대로 방안 구석을 응시했다. 생각이 났다. 냉장고에서 장 볼 물건 중에 잊은 물건이 있는지 보려던 거였다. 이번에는 잊지 않기 위해 중얼거리며 잰걸음으로 발을 움직였다. 냉장고를 열고선 한참을 들여다봤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도 기억해 내기 힘들 때가 있다.





 좁은 공간 안에 무언가를 채우려면 그 안의 것들 중 일부를 꺼내야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꺼내어 놓을 것이 없을 만큼 모두 중요한 것이 생각된다든지, 쓸모없는 것이 무언지 인지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걸 넣을 수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어쩌면 너무 많은 걸 놓지 못해서가 아닐까. 이십 대의 추억은 여전한데 어제 일은 쉽게 잊히는 것도 어쩌면. 마음을 비우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나는 미래로 가지 못하고 점점 퇴화되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나는 온라인 마트를 이용한다. 직접 장을 보러 가면 꼭 사야 할 물건은 사지 못한 채 양손으로 들고 오기도 버거운 양의 물건을 사 온다. 그래. 이렇게 많은 물건이 있으니 꼭 사야 할 물건도 샀겠지 안심한다. 하지만 결국 배달로 한 끼를 때워야 하는 때가 많다. 나는 주로 식용유나 간장, 소금 같은 걸 잊는다. 생활에 꼭 필요한 건 너무 당연해서 늘 그 자리에 잊다고 착각한다.





 예전에는 식용유나 간장, 소금 같은 기본적인 식재료는 늘 그냥 집에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살림을 하면서부터 늘 당연하게 있어야 할 그 물건들은 자주 집에 없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먼지하나 없는 깨끗한 집과 정돈되어 있는 베란다, 언제나 비워져 있는 쓰레기통까지 당연한 건 없었다. 세상에 가장 쉬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가정주부였던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모두 그런 건 아닐 거다. 지저분한 바닥과 넘쳐나는 쓰레기통이 있는 우리 집은 제외다. 제나 그렇듯 특별한 날에 근사한 요리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늘 한결 같이 깨끗한 집을 유지하는 일이다.





 나의 꿈은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한 작가가 되는 거였는데, 그것보다 더 어려운 건 팔리지도 않는 글이지만 꾸준히 쓰는 거라는 걸, 나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




2024 갑진년 쳥룡의 해



2024 새해 다짐.

과거에 살지 말고 미래를 살자.

특별한 일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꿈꾸자.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꿈은 버리자.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어느 날 갑자기 베스트셀러 작가님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보다 2024년 무탈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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