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건 첫 문장이다. 언젠가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기가 두려워 열심히 편지를 썼다. 그 편지를 쓰면서도 그걸 수줍게 건네는 상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와 다툼에서 진 후에 다음에는 똑 부러지게 말하기 위해 노트에 끄적였던 것처럼,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끄적인 거였다. 내가 적은 말 중에 어느 문장이 첫 문장으로 좋을지 오래 고민했다. 처음은 언제나 강렬하고 그걸 내내 기억하게 되니까. 말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는 경험을 여러 번 해봤던 터라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 건 연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선 늘 웅얼거리기 일쑤였다. 결국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내 짝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났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짝사랑 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이 생각처럼 움직이지는 않지만, 내 흑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포기할 만큼 중요한 문제였다.
신상을 좋아하는 특이한 고양이
처음 보는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공교롭게도 이전의 관계들에 대한 보상심리였다. 그 전의 누군가의 관계에서의 실수 같은 건 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실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흑역사를 글로 엮으면 얼마나 많은 페이지를 넘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만큼.
계속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어쩌면 새로운 관계를 계속 생성해 내기 때문이지 않을까. 같은 행동을 해도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일일 수도 있으니. 사람들의 생각은 그들이 가진 지문만큼 다양하다.
대부분 별로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 한 가지를 가진 것과 대부분 괜찮지만 정말 싫어하는 것 한 가지를 가진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지 싫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지 결정해야 한다. 때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정말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 집엔 내 알레르기 유발자인 귀여운 요미가 있다. 가는 곳마다 돌돌이 테이프가 있고, 이불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 해야 하지만, 귀여움을 이길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그러니 이제 용기를 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