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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Feb 26. 2024

수학의 쓸모




수학의 쓸모




 수학이 왜 중요한지 알고 있어? 실생활에 전혀 쓰이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학교에서는 살면서 알아 두면 좋을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치는 거야. 예를 들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 미적분을 쓰게 될 일이 거의 없겠지만, 세상에는 미적분을 아주 좋아하는 특이한 사람들이 있거든. 수학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겠지. 어떤 사람들은 역사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지질학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별자리를 좋아하는 식으로 말이야.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로 그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미적분을 푸는 방법은 잊어도 들어 본 적이 있으니 최소한의 관심을 보일 수 있을 테니까. 아예 들어 본 적도 없는 것보다는 호감을 살 수 있지 않겠어?



 나처럼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에게 수학의 쓸모란 그런 거다. 그랬다. 세상의 모든 이에게 사랑받고 싶어 했던 적도 있었다. 세상의 온갖 것들에 존재의 이유가 있음을 알고 싶었던. 그래서 나의 존재에 대해 무심해졌던 그런 날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제쳐두고 사랑하는 사람의 관심사를 탐구하던 그날들의 나는 행복했을까. 나는 자주 불했다. 세상엔 수학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얼마든지 많았다. 적어도 나에겐.








 계산은 계산기가 하면 된다고 말했더니 공과대학을 전공한 친구는 내게 공학용 계산기를 들이밀었다. 내가 아는 계산이라곤 그저 암산으로도 가능할 초보적인 계산에 한해서였다. 생전 처음 본 공학용 계산기로 어디까지 계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친구에게 아는 척을 하려면 그저 계산을 편리하게 해 줄 계산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또 배워야 하는 현실. 대학에서 왜 오픈북으로 시험을 보는지 궁금했던 잼민이라면, 아마 대학 전공 서적을 한번 보면 이해가 지 않을까.





 "나 그거 알아. 예전에 들어본 적 있어."


 


 때론 섣부른 공감은 독이 된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실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세상엔 나만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나만 모르고 있던 건 수도 없이 많다. 상의 많은 사람의 수만큼. 학의 쓸모는 그런 거다. 나는 모르지만 세상엔 그런 것도 있다는. 나와는 한참 떨어진, 어디선가 지구를 보고 있을 어린 왕자의 별이 꼭 존재할 거라는 믿음 같은. 그런 거다. 그래서 굳이 알 필요가 없다. 어린 왕자가 원했던 건 세상의 모든 별들 중 자신이 있는 별을 정확히 알아주는 게 아니었던 것처럼. 어느 별을 보든 그  별을 보며 행복해지기만 하면 된다. 느 별에나 어린 왕자는 있으니.







 예전에 한번 들어본, 나만의 세상을 탐험하러 가야겠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린 왕자의 별처럼 아주 작은 곳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소중한 <가시가 네게 있는> 나만의 장미꽃을 찾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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