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치와 생활 정치 : 나쁜 정치
가치관 :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
물타기 : 무언가에 물을 섞는 것.
기득권 :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
며칠을 굶은 사람이 음식을 도둑질하다 경찰에게 잡혔습니다. 이 사건을 보고 어떤 사람은 도둑의 배고픔을 불쌍하게 생각했고, 다른 어떤 사람은 도둑의 범죄를 한심하게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일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그것을 대하는 생각이 다릅니다. 정치 또한 비슷합니다. 사회 정치를 꾸준히 접하면서 배우다 보면 좋게 보이는 쪽이 있고 안 좋게 보이는 쪽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면서 점점 자기가 좋아하는 편과 자기가 싫어하는 편을 나누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어중간한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자기 마음입니다.
만약 어떤 정당의 정치인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의 도둑질은 적당히 봐준다’라는 법을 만들면 어떨까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런 정치 활동을 좋게 보겠지만, 이 법이 도둑질을 오히려 부추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런 정치 활동을 나쁘게 봅니다. 게다가 이런 법이 생기면 확실히 도둑이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도둑을 예방하고 잡는 일을 하는 회사는 큰 이득을 얻게 됩니다. 그 대신 가게나 가정은 많아진 도둑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와 생각이 비슷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점이 많으면 그 정치인이나 정당을 좋아하겠지만 그 반대라면 그 정치인과 정당을 미워하게 됩니다.
정치를 배우면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살다 보면 우리 팀과 너희 팀으로 나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당과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이 팀을 이루고, 자기 팀을 감싸고 지키면서 상대 팀을 감시하고 공격합니다. 때에 따라 같은 편이면 잘못이 있어도 감싸고 상대편이면 잘한 일이라도 깎아내리려고 합니다. 이런 일을 통해 국민 여론을 만들기도 하고 자기 팀을 더 크게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주로 정치인과 정당이 싸울만한 일을 만들고 지지자들이 그 싸움에 참여하는 식으로 대결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팀에 속한 지지자들이 서로 대결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득권의 논리’와 ‘물타기’입니다.
기득권의 논리란 ‘자기나 우리 편은 높은 사람이라 괜찮다’라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우리 팀은 원래 높은 사람들이라 큰 실수나 잘못을 해도 괜찮지만, 상대 팀은 그렇지 않으므로 작은 실수나 잘못도 용서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행동하게 만듭니다.
물타기란 말 그대로 어떤 것을 물에 섞는다는 뜻입니다. 설탕물과 더러운 물이 있습니다. 양쪽에 많은 물을 더 넣으면 양쪽 모두 맹물 맛으로 바뀝니다. 맨 처음에는 서로 다른 물이었지만 물타기를 하면 할수록 어느새 서로 비슷한 물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맛있는 설탕물은 손해를 보고 더러운 물은 이득을 얻습니다. 이처럼 물타기는 크게 잘못한 쪽이 자기 잘못을 작게 보이려고 쓰는 방법입니다. 기득권의 논리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기득권의 논리는 상대방을 하찮게 여기는 무례한 일입니다. 이런 생각은 자기 편의 잘못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게 만들기에 문제 해결 능력을 점점 떨어뜨립니다. 아무리 자기편을 드는 일이 중요하더라도 이런 생각은 자기편에 도움이 되기보단 손해가 되기 쉽습니다.
물타기를 자꾸 쓰면 작은 잘못과 큰 잘못의 경계가 점점 사라져 잘못의 크기 비교가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되면 너나 나나 모두 나쁜 사람이므로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많이 잘못한 쪽이 이득을 보게 됩니다.
사회 정치에 기득권의 논리와 물타기가 널리 퍼지면 국민의 정치 혐오와 실망이 커집니다. 정치인과 국민 모두 정치 부패를 당연하게 여기게 되며 사회 정치가 병듭니다. 정치가 병들어 나랏일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는 결국 자신과 자기 가족에게 오게 됩니다. 정치인과 지지자 모두 기득권의 논리와 물타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88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