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치와 생활 정치 : 생활 정치
가정에서 아빠 엄마 중에 누가 더 좋은지 확인하는 것, 학교에서 같은 반 동기 중에 더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직장에서 직장 동료 중에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사람 등등 생활하면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편을 만들고 삽니다. 이렇게 자기가 생활하는 곳에서 자기도 모르게 혹은 일부러 자기편을 만드는 것을 생활 정치라고 합니다.
자기 주변에는 생각이나 말이 서로 잘 통하는 사람,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 존경하고 싶은 사람 등등 자기편으로 두고 싶은 사람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주변 사람을 모두 자기편으로 만들기는 불가능합니다. 자기편을 조금씩 직접 만들거나 마음에 드는 편에 자신이 들어가야 합니다. 자기 마음에 든 사람은 점점 ‘우리 편’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점점 ‘너희 편’으로 두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정치를 하게 됩니다. 자기가 좋아하거나, 자기를 좋아하거나, 자기와 생각이 비슷하거나,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상대방을 우리 편으로 만들려면 먼저 자기가 같은 편이 될 만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무언가를 주는 사람은 같은 편이 될 만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쉽습니다. 상대방에게 자기 진심을 보이거나, 멋진 모습을 보여 주거나, 정성을 들여 감동을 주거나, 쓸만한 것을 주면 그것을 받은 상대방은 점점 우리 편이 됩니다. 그런데 폭력이나 협박 같은 무서움을 주어도 우리 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우리 편을 좋아하진 않지만 자신이 손해 보는 것을 피하려는 마음으로 같은 편이 되는 것입니다. 대신 이런 관계는 우리 편이 약해지거나 상대방이 강해지면 더 이상 같은 편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악당끼리 모인 팀은 오래가기 어렵고 쉽게 흩어집니다. 생활 정치를 잘하려면 나쁜 것이 아닌 좋은 것을 상대방에게 주는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매력・재능・돈・힘・기술 등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상대방에게 보여 주거나 나눠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이런 것은 자기 또한 받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생활 정치를 잘하기가 꽤나 어렵습니다.
어떤 가게에 주인과 능력 좋은 직원이 있었습니다. 주인은 자기 돈을 더 벌기 위해 그 직원에게 주는 돈을 점점 줄였습니다. 그 직원은 결국 가게를 떠났고 가게는 점점 망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런 이야기는 사실 생활 정치 이야기입니다. 가게 주인이 직원에게 주는 돈을 줄이면 확실히 자기 돈은 늘어납니다. 대신 그 직원은 점점 자기편에게서 멀어집니다. 좋은 직원이 떠나고 가게가 망하면 둘 다 돈을 벌지 못합니다. 그러나 가게 주인이 그 직원에게 돈을 더 주고 자기편으로 만들었다면 당장은 주인이 버는 돈이 줄어들지라도 가게는 계속 성장했을 것입니다. 가게가 성장하면 주인이 버는 돈은 다시 점점 늘어납니다. 무엇보다 가게가 망하지 않으면 직원과 주인은 가게를 계속 운영하며 돈을 꾸준히 벌 수 있고, 둘 다 버는 돈이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양쪽 모두에게 이득입니다.
자기가 일을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상대방이 있는 것은 아예 다른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일을 잘하는 것은 자기 노력으로 어느 정도 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자기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생활 정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생활 정치는 가정입니다. 가족은 기본적으로 자기편이라서 가족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딱히 신경 쓰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족이 기본적으로 내 편이라고 해도 가족 구성원이 자신의 무례한 행동까지 모두 받아주면서 무조건 같은 편으로 있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라도 견디지 못할 일이 자꾸 생기면 우리 편에서 남의 편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 편을 들어주고, 아내가 남편의 뜻을 따라주고, 부모가 자녀 일에 관심을 두고 응원하고, 자녀가 부모 말을 지켜주는 일, 즉 가족이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주는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족이 자기 뜻을 따라주는 것을 항상 특별하고 고맙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생활 정치의 기본이자 시작입니다. 그래야 친구 사이나 동료 사이에서도 자기편을 늘려가며 생활할 수 있습니다.
가게 주인과 직원 이야기에서 주인은 실력 좋은 직원의 임금을 깎으면서도 그 직원이 가게를 떠나는 것은 바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인은 자기가 직원을 함부로 대해도 그 직원이 자기편으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생활 정치를 너무 못한 것입니다. 생활 정치를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너무 못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사회 정치는 나랏일을 하는 일이고 생활 정치는 자기편을 만드는 일이라서 둘이 서로 다른 것처럼 생각될 것입니다. 하지만 나랏일을 하는 정치인이 되려면 선거에서 국민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사회 정치 또한 자기편을 만드는 일로 봐도 괜찮습니다. 결국 정치는 내 편을 만드는 일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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