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절친에서 연인으로 2

고백

by 크느네


은우와 지수는 벚꽃이 풍성하게 핀 수목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 시간 10분 전쯤, 은우는 늘 입던 후드티 대신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나타났습니다. 낯설지만 단정한 은우의 모습에 지수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은우, 너 오늘 무슨 면접이라도 봤어?

무슨 면접이야. 너랑 벚꽃 보러 온 건데.

근데 왜 트레이닝복이 아니야? 너무 힘 준 거 같은데.

오늘 벚꽃 배경으로 사진 좀 멋있게 찍으려고 신경 좀 썼지. 나도 맨날 운동복만 입는 건 아니라고. 나도 생각보다 옷 다양하게 입을 줄 알아.

차려입으니까 꽤 멋있군.

나도 거울 보고 좀 놀라긴 했어. 흠흠…

내가 또 괜한 말을 했구나. 근데 어제 내 친구 영희가 요즘 친한 오빠랑 썸 타고 있다면서 상담을 요청했지 뭐야.

언제부터 연애 상담사가 됐어? 썸 탄다는 건 또 무슨 말인데?

‘썸’ 몰라? 보통 서로 사귀고 싶지만 아직 애매한 상태로 지내는 걸 ‘썸 탄다’고 하잖아. 이 말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야. 얘기 들어보니까, 영희가 좋아하는 티를 많이 냈는데, 그 오빠도 영희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대.

친구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 딱 그 중간쯤이네. 걔네 둘이 서로 좋아하는 분위기면 그냥 사귀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근데 친구는 같이 어울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냥 되는 거지만, 애인은 그렇지가 않아. 고백이라는 관문을 보통 한 번 거쳐야 해. 고백 없이 애매하게만 지내면, 결국 사귀지 못하고 썸만 타다 끝나는 경우가 꽤 있어.

‘사귀자’라는 말 없이도 그냥 사귈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런 말 하는 것도, 듣는 것도 너무 오글거리는 느낌이 들어.

고백하지 않는 건, 마치 마트에서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고 그대로 둔 채로 밖으로 나가는 꼴이야. 남이 대신 돈 내고 그 물건 가져가도 할 말 없어. 비슷하게 고백 안 한 사람은 상대에게 다른 사람이 다가와 사귀어도 뭐라고 하긴 어렵지.

하긴, 썸은 썸일 뿐 엄연히 따지면 솔로잖아. 언제 누가 채가도 할 말이 없겠네. 썸 좀 탄다고 다 잡은 물고기처럼 생각하면 큰일 나겠다.

내가 찜했다고 해서 무조건 내 거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지.

썸 타는 사이라면 딱히 속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 좋아하는 걸 꽤 느끼잖아. 굳이 말 안 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

누군가의 연인이 된다는 건 꽤 큰일이잖아. 혼자 하는 일도 아니고 둘이 하는 일이고. 당연히 내 맘대로 정할 게 아니라 상대방도 좋다고 하는지 확실히 확인하고 같이 시작해야지. 그냥 자기 느낌만 믿고 있다가 나중에 헛다리 짚으면 진짜 당황스러울걸?

근데 남들은 보통 어떻게 고백해? 뭐 정해진 방법 같은 게 있나?

일단 절대 해선 안 되는 고백 방법을 알아야 해. 카톡 같은 메신저로 툭 고백하거나, 술김에 갑자기 고백하거나, 거절 못하게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일들은 매너가 많이 부족한 태도야. 그리고 정상적인 고백 방법은 보통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좋아합니다, 사귀어 주세요” 같은 말을 해. 여기서 “좋아합니다”는 내 속마음을 말하는 거고, “사귀어 주세요”는 우리 사귀자는 부탁이야. 두 가지 말을 같이 하는 게 정석이지.

그냥 “사귀자”라고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속마음을 말하지 않고 사귀자는 말만 하면, 상대는 이유도 모른 채 부탁만 받는 꼴이잖아. 황당하지 않겠어? 물론 썸 타는 사이니까 짐작이야 하겠지만, 그래도 ‘널 많이 좋아한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다’ 같은 진심을 입 밖으로 꺼내서 확인시켜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상대가 장난인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간 보는 건지 어찌 알겠어. 내 친구 중에도 정말 황당한 고백을 받은 적이 있대.

도대체 어떤 고백이길래…

크리스마스 때 혼자 있기 싫어서, 아니면 둘 다 솔로니까 적당히 사귀자는 사람도 있다더라.

그런 사람들도 있구나. 어휴, 그걸 특이하다고 해야 할지, 철이 없다고 해야 할지. 듣기만 해도 싫다. 그렇게 고백을 쉽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고백을 어려워하지 않아? 단순히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거절당하고 지금 사이가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클 거 같은데.

그런 고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거 같더라고. 고백은 정답을 모르면서 운에 맡기고 대충 찍어 보는 ‘질문’이 아니야. 이미 정답인 걸 확신하고, 눈앞에서 ‘확인’하는 일 같은 거야. 불안한 마음이 크다면 아직 고백할 때가 아닌 걸로 봐야겠지.

그런데 고백할 때 사귀어 달라고 부탁하잖아. 조금은 심사위원 앞에서 면접 보는 느낌이 들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 면접 느낌이 안 나려면 둘이 동시에 고백하고 동시에 받아 주는 상황이 돼야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잖아. 내 마음을 받아줄지 말지가 상대방 손에 달려 있으니까, 그 점 때문에 고백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야.

아무래도 먼저 고백한 사람은 아쉬운 사람, 반대로 고백받는 사람이 유리한 사람 같은데.

네 말처럼 겉으로 보면 고백이 한쪽은 부탁하고, 한쪽은 승낙하는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사실은 둘 다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마음을 허락하는 동등한 과정이야. 먼저 고백한 사람은 단지 자기 마음을 먼저 내보이고 상대를 먼저 허락한 용기 있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해. 남자가 먼저 여자가 먼저, 이런 것도 굳이 정해 둘 필요가 없는 거고.

그래서 말인데, 나 사실 은우 너 많이 좋아해. 우리 사귀는 거 어때?

뭐야 이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게다가 보통 이런 건 남자가 먼저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확신과 용기가 있으면 아무나 먼저 말하면 된다고 했잖아. 내가 널 기다리다가 지쳐서 말이야.

아… 나 오늘 먼저 고백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잔뜩 하고 왔는데!

그럼 네가 준비했던 그 마음을 들어 볼까나?

크흠! 지수야, 나도 널 많이 좋아해. 이제 친구 그만하고, 우리 연인이 되자.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네 입으로 직접 듣니까 새롭고 기분이 좋네. 나도 너랑 이렇게 된 게 참 좋다. 근데 지난번에 산에 놀러 갈 때 구두는 왜 신고 왔니?

그때 고백하려다 망설이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 버렸어.

후훗, 우리 기념으로 여기서 사진 찍자. 지금 이 순간이 딱 기억에 남게. 내 남친과의 첫 사진.

나 떨려…



은우는 지나가던 사람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습니다. 흩날리는 벚꽃 아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활짝 웃었습니다. 나중에 둘 사이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과 이 사진만큼은 영원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고백에는 다른 사람과 사귀지 않겠다는 중요한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는 여러 명일 수 있어도, 한때 사귀는 애인은 한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이 약속이 덕분에 연인은 특별한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백을 거절당한 이유가 외모나 재산, 학벌, 직업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부자나 명문대 출신만 연애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내가 아무리 상대를 깊이 좋아해도 인연이 닿지 않을 때는, 그 아쉬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억지로 연인이 되려고 하면, 오히려 상대가 나를 더 싫어하게 될 수 있습니다.

고백을 주고받으면 연인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연인이 되는 일에 ‘소개팅’이라는 특별한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이제 소개팅을 계기로 연인이 되려면 무슨 말을 주고받아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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