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취하는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격증 시험을 예로 들어보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이 있고,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서 스스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있다. 또, 지인을 통해서 배우는 사람도 있고, 스터디그룹을 결성해서 서로 도우며 함께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다.
돈을 투자하여 학원에 다니면서 전문가에게 팁을 얻고 공부하는 것이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있으면 산만해서 공부가 잘 안 된다. 책은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한 두 권 골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서 하는 편이다. 그래서 크게 성공한 적은 없는 듯하다만...
어떠한 책이든 읽고 어떠한 분야든 관심이 가면 공부하기를 즐기지만, 아쉽게도 결과적으로는 딱히 성공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러한 지적 호기심은 나를 완벽하지는 않지만 두루두루 넓게 무언가를 알고 있는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설계사무실에서 퇴사하고 건강을 조금 챙긴 후, 어학원에 등록을 했을 때는 봄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놀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완전 야행성인 나는 눈을 떴을 때 해가 지고 있는 사태를 막기 위해, 늦은 아침 수업으로 등록했다. 이른 아침의 수업이면 학원을 안 갈 확률이 높다는 스스로에 대한 정확한 인지.
조금 편안하게 공부하고 싶어서 적당한 난이도의 회화 수업을 선택했다. 원어민 선생님 수업은 왠지 열심히 공부해야 될 것 같아서 교포 출신 한인 선생님의 수업으로 등록했다. 사실 그보다는 원어민 선생님 수업은 수강료도 비쌌을뿐더러 스피킹 레벨 테스트 또한 봐야 해서 두려운 마음이 앞서 선택을 보류한 것이다. 일단 영어로 말을 좀 해보고 나서 다음에 수업을 변경해도 늦지 않을 거라는 판단.
영어를 공부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원어민과 직접 대화를 해야지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직접 매일 많은 시간 동안 대화하고 영어에 노출이 되면 자연스럽게 습득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을 원한다면 아무리 1:1이어도 매일 한 시간씩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직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특히 그렇다. 다르게 생각하는 선생님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의 영어를 직접 10년 넘게 가르치고 있는 내 생각은 그렇다.
두근두근 첫 수업. 지인들은 나에 대해서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린다.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나면 그다음 날 몸살이 날 정도로 몸에서 먼저 반응한다. 하지만 활기찬 선생님의 목소리로 진행되었던 영어반 한글반의 반반 수업은 꽤 재미있었다. 교재의 영어 대화문들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던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다만 내 입 밖으로 소리를 내는 게 쉽게 되지 않았을 뿐이다. 선생님은 옆 사람과 대화하는 연습을 시켰는데, 어찌나 어색하던지 입이 더 떨어지지 않았다. 주로 앞쪽에 혼자 앉아 있으니까, 몇 번은 선생님과 짝을 이루어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게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1주일이 지나고, 2주 차부터 수업 후 스터디가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신청하라고 했다. 조교 신청도 받는데 조교는 다음 달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조교를 해야지! 대학 때도 과 조교를 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신청했고 혼자 있던 내가 안쓰러우셨던지 선생님은 나를 조교로 뽑아주셨다. 그때부터 스터디그룹을 이끄는 조교가 되었다. 출석 확인 - 그날 배운 거 복습 – 여러 번 서로 대화 나누어 보기 - 파일 틀어주며 리스닝 연습시키기 - 리스닝 스크립트 보면서 따라 하기 등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사실 조교의 역할은 큰 게 없었고 선생님도 바라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서 부담을 느낄만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고 있었고, 계속 입 밖으로 쉬운 영어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쉬운 대화문이기는 했지만, 막상 영어라는 언어의 소리가 되어서 내 입 밖으로 나오니 조금씩 재미있었다. 난이도의 단계가 낮은 반이었기에 대학 때 영문과 수업을 듣고 토플 공부를 해보았던 내가 그나마 나은 학생이었던 것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높여주었다. 또, 매번 열심히 참여하던 멤버들과 친하게 되어 그 좋았던 봄날에 자주 어울리곤 했다. 스터디가 끝나면 밥을 같이 먹고 산책하고 이런저런 나눔을 하며 서로의 삶과 고충을 알아가게 되었다.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로 인해 마음을 모을 수 있었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스터디그룹 조교를 6개월 정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작게나마 생겼던 자신감은 조금씩 커져서 내가 먼저 영어로 말을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함께 공부하는 모두의 실력을 조금이나마 더 항상 시킬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하게 되었다. 나의 교수법 연구는 이때부터 시작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하는가?
우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행하도록 노력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그 계획이 나에게 맞는지 확인을 반드시 해 볼 필요가 있다. 나에 대해서 잘 알아야 천천히 가도 꾸준히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하며, 중간중간에 수정도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쉽고 작은 것부터 이루어 나가면서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자신감이 조금이나마 생기면 조금 더 어려운 것에도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할 수는 있는 말이고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누구나 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은 욕심이 있기에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이루기를 바란다. 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보내면서 내면화를 시키면 시간을 보낸 만큼 탄탄한 내 것이 된다. 그리고 행하는 것이 힘들 때면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함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곳에서 자신감을 얻는다면 더 나은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의지도 함께 생기게 될 것이다.
원래의 나의 방식대로 혼자 집에서 공부를 시작했다면 아마도 얼마 안 가서 싫증이 나고 실력 향상도 더디게 되었을 것 같다. 편하게 보이는 공부 방법을 선택했고 아주 쉬운 공부로 시작했기에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그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여태껏 해 온 공부를 생각하며 어려운 방법을 선택하지 말고, 한 단계 낮추어서 오늘부터 다시, 쉽고 재미있게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