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길 찾기

백수의 항해일지

by 윤음

이전 직장에서 충족되지 못했던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곳에 이력서를 넣고, 기본 자격증이나 어학 점수를 보완하며 취업을 준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 실천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답은 이전의 궤도에서 약간 떨어져 나왔을 뿐, 용기 내어 선택한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일까. 어떤 일을 해야 지속가능한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 보람과 성취를 느꼈던, 마음이 충만해졌던 일들을 적었다. 사람의 기억이란 한계가 있어서 아마 최근의 감각과 기억이 크게 느껴질 테지만, 그 안의 욕구는 인정과 소통이었다.


그렇게 내게 필요한 말들을 책과 영상에서 찾고자 했다.


[모든 것이 되는 법] - 에밀리 와프닉
다양한 것에 흥미를 갖는 이를 다능인이라고 말한다. 우선 이와 비슷한 나의 성향도 일반적이다는 것에 위안을 얻었다. 다능인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간략하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그룹 허그 접근법 : 몇 가지 직업 영역을 오가며 다면적 일이나 사업을 하는 것을 뜻한다. 나는 대표적으로 스티브잡스를 떠올렸다. 복합적인 역량을 활용해 사업이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슬래시 접근법 : 정기적으로 오갈 수 있는 두 개 이상의 파트타임 일이나 사업을 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요즘 말하는 N잡러가 이에 해당하겠다.

아인슈타인 접근법 : 생계를 완전히 지원하는 풀타임 일이나 사업을 하되, 부업으로 다른 열정을 추구하는 에너지와 시간을 남기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서 부업으로 해당하는 일은 꼭 돈을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만족과 자아실현에 해당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피닉스 접근법 : 단일 분야에서 몇 달 혹은 몇 년간 일한 후, 방향을 바꿔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책 말미에는 유형마다 어떻게 일과 연결시키는지에 대해 접근법을 소개한다. 아래는 부록에 있는 접근 방법을 내가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취합해 본 것이다.


1. 지금까지 해왔거나 관심 있던 모든 활동들을 나열한다.
(좋아했던 일, 관심 가졌던 일, 해당 활동을 해서 칭찬을 들었거나 돈을 벌었던 일, 이런 것도 써도 되나? 싶은 모든 활동들!)
2. 그중에 예전에는 관심 있고 좋아했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은 활동은 소거한다.
3. 그중에 돈을 벌게 한 활동에 밑줄 긋는다.
4. 그중에 앞으로 계속하고 싶고 발전시키고 싶은 활동들에 동그라미나 별표를 친다.


이제 대략적으로 눈에 들어오기 쉬운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자, 이제 그 활동들을 직업과 연관시켜 보는 것이다. 물론 해당 내용을 갖추고 있는 직업이라도 현실적으로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나의 만족과 보람을 향해 한발 뻗어갈 수 있는 것이다. 직업적으로 원하는 모든 형태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그와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은 독서모임이었다. 내가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삶을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같은 책이나 영화를 봐도 모두가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경험하고 소통하니 너무나 멋진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를 직업적으로 풀어내기란 또 다른 문제였다.



[한국형 커리어코칭을 말한다] - 하영목 외 13인

천직은 없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 사람이 있다. (중략) 쉽게 정리하자면, 자신의 관심사와 강점 그리고 가치관이 맞닿는 그곳에 천직이라 여겨지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곳을 찾기 위해서는 무수한 시도와 실패 경험을 해봐야 한다.


이 책은 단지 '직업'을 찾는 것뿐 아니라 직업에 대해 어떤 관점과 질문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성찰질문들이 있는데, 때때로 나는 그 질문 앞에 명화를 감상하듯 한참을 서있다.


1. 내 인생의 기쁨과 다른 이들의 기쁨이 맞닿는 지점에는 어떤 일이 있는가?
2.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3.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4. 당신에게 직업은 어떤 의미인가?

5.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다음 단계의 계획은 무엇인가?


크고 작은 질문들 사이로 건물의 골격이 세워지는 듯했다. 직업적인 질문과 함께 나는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당장의 이직이나 전직의 개념을 넘어 더 나아가 생애를 어떻게 그리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나의 나침반은 점차 범위를 좁혀갔다.


마음가짐에 있어서는 김경일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이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나 직업이 나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적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영상에 많은 안정을 얻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천직이라는 것은 없다. 그건 옛날 신분과 계급에 따라 직업이 나뉘던 시절, 직업에 대한 제한이 많았을 때 해당된다. 또한 지금은 수명이 배로 늘어나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비롯된 질문과 고민이라는 것이다.'라는 혜안을 들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의문을 갖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과 화자 자신도 그러하다며 허허허 웃으시는데 어깨의 돌하나를 내려놓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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