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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경 Sep 11. 2024

ENFP 남편과 ISFJ 아내

 become husband and wife!

사람들은 외부의 위협이 있을 때는 하나로 뭉치지만, 그 위협이 사라지고 평안해지면 내부 갈등으로 분열되기 쉽다.


남편은 ENFP, 나는 ISFJ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당시에는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시각의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시기에는 그런 차이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조금 여유가 생기면 각자의 필요와 관심이 커지고, 서로에 대한 기대도 자라지만,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져 대화가 끊어지고 점점 멀어지게 된다.

가족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부정적인 패턴을 이해한다면, 더 나은 소통과 이해를 통해 환상적인 가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해 본다.



하나님은 정말 놀라운 중매쟁이시다. 특히 내 삶에서는 그 사실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성격이 서로 다른 사람이 결혼했지만, 떨어져 지내야 했던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깊이 느끼거나 갈등을 겪을 여유조차 없었다.

오직 가족이 함께 모여 살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숙제였기 때문이었다.


싱가포르에서의 훈련 시간은 그런 소망을 품은 우리 가족에게 큰 위로와 쉼을 주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의 필요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나도 그동안 혼자서 겪었던 고생에 대한 보상을 남편에게 기대했는지, 점점 그의 행동에 쉽게 섭섭함을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앞집, 뒷집, 옆집에 사는 미국 선교사님들의 가정을 보며, 남편의 자상한 말과 부부로서의 다정한 행동, 그리고 자녀들과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어느 날 오후, 남편과 나는 사소한 의견 차이로 서로 마음이 상했다.

우리는 화가 난 채 침대 양쪽에 떨어져 앉아 각자 화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잠에서 깬 세 살 딸이 갑자기 걸어오더니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라”
라고 말했다.

너무 놀라서 딸을 불렀지만, 딸은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자기 침대로 돌아가 잠들었다.

나와 남편은 충격을 받았다.

마치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 것 같았다.

이처럼 작은 일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어느 날 기도모임에서 만난 선교사님의 조언을 통해, 남편의 강한 감정표현이 심리적으로 깊은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이를 이해하고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 건물의 옥상 주차장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저녁 식사 때마다 각 가족이 그곳에 앉아 함께 식사를 했다. 그 시간에는 부부가 서로 존중하며 부드럽게 대화하고, 아이들이 예의 바르게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녁이 되면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물풍선을 던지며 함께 즐기는 순간들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나도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떻게 아빠에게...'라고 생각했지만, 곧 나도 그 즐거운 분위기에 푹 빠지게 되었다.


우리 가족도 매일 저녁 주차장 옆 테이블에서 밥을 먹으며 이웃들과 인사하고, 음식도 나누며 공동체 생활을 배워갔다.


그리고 매일 저녁, 아이들을 재운 후 남편과 깊은 대화를 2시간 이상씩 나누며 서로의 어린 시절과 신앙에 대해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더욱 깊이 성장시킬 수 있었다.




선교사로서의 사명 외에도, 부부로서 서로를 사랑하고 격려하며 관계를 세워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서로를 먼저 사랑하고 희생하는 것이 관계의 본질임을 이해하며, 우리 부부도 시간이 지나 제법 자연스럽게 'Honey'라 부르며 서로 허그를 하고 격려하며 작은 애정 표현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성숙한 모델들과 함께 살았던 경험은 우리 가족에게 큰 축복이었고,
이러한 만남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들이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며 떨어지고, 억새풀은 바람에 흔들리며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라고 속삭인다. 우리의 삶에 있었던 아픔과 생채기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풍성한 열매와 아름다움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과거의 아픔들은 결국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 준 선물이었음을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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