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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경 Sep 04. 2024

5분 만남의 초대장

Miracles of a Five-Minute Meeting

우리는 세상에 살면서 매일 누군가를 만나며 살아간다.

한 사람의 존재와 의미가 다른 한 사람의 삶의 방향에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인격이기에 그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어느 주말에 나는 '하나님 정말 당신이십니까?'라는 책을 읽고 열심히 독후감을 쓰고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도 너무 힘들었는데 과제읽어야 하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 부담감은 매주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번주도 겨우 독후감을 다 쓰고 난 후 책의 뒷면에 있는 작가이신 로렌커닝햄의 사진을 쳐다보며 중얼거리며 기도를 했다.


" 하나님이 정말 이 분은 이렇게 직접 경험하고 살아낸 것을 쓰신 걸까요?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요?

제가 이분과 한번 만이라도 만나게 해 주신다면 이 단체에서 평생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이분이 경험하며 살아낸 멋지고 다이나믹한 선교를 하며 살고 싶습니다."


조용히 책을 덮고 한참이나  사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10분도 지나지 않아 남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내 손을 잡고 뭐라고 하며 나가자고 했다.

너무 급히 말을 해서 알아듣지 못했지만 강력하게 끄는 힘에 따라 나갔다.


나의 작은 방을 나와 책상이 즐비한 거실 반대쪽에 있는 아파트 문 앞에 네 명의 외국분들이 서 계셨다.


두 분은 우리 단체 싱가포르 대표 부부 이셨고,

그 옆에 서 계신 미국 분 같은 분들은 어디서 본 적 있는 분 같았다.


                                               세상에!                                                    
내가 방금 만나보고 싶다고 했던 바로 
그 로렌커닝햄과 달린 커닝햄이셨다.


남편은 분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인사를 해야 하는데 잠시 멍하게 그 두 분을 쳐다보았다.

로렌 커넹햄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귀에 들리지 않았다.


땡큐만 열심히 하고 악수를 하였다. 아내인 달린 커닝햄은 내게 허그를 해주면서 내게 잠시 이야기하였지만 지금도 한 마디만 기억난다.

"I heard your story, You did great job!"

그 소리만이 내 가슴에 쿵쿵 새겨졌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도 잠시 갑자기 며칠 전 한인교회 집사님이 주신 큰 한국 배 두 개가 생각났다.

"Just moment" 라고 말하고는 급히 부엌으로 달려갔다.

 열심히 냉장고에 있는 배를 봉투에 담아 왔더니 아무도 안 계시고 남편만 혼자 서 있었다.


"아니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어디를 가? 그분들이 우리 부부를 만난다고 잠시 오셨기에 인사를 시키려고 열심히 당신을 데리고 왔는데... 아고 참.. 그분들 가셨어"

" 아니 며칠 전에 받은 맛있는 한국 배를 선물하려고 그랬는데 아직 멀리 안 가셨겠지? "

" 됐어 그냥 둬!  그분들 비행기 타러 가셨는데 무슨 배를 줘, 짐 되게"

" 아!... "


아! 정말 괴로웠다. 난 가끔 이렇게 주책을 부린다.

왜 그 시간에 갑자기 한국 배가 떠올랐을까?

맛있는 한국 배를 주고 싶은 내 마음이 오히려 얼마나 촌스럽고, 상황을 다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너무너무 속이 상하고 후회스러웠다.


세계 선교를 위해 큰 선교 단체를 개척하신 대단한 리더 이시고 가실 곳도 많아서 자주 오시는 분도 아니신데, 그리고 나 같이 작은 사람이 쉽게 만날 수 있는 분도 아니신데... 상황을 모르는 나의 무지함이 이렇게 귀한 시간을 놓쳐 버린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날 오후 내내 행복했다.

그분이 경험했던 기적 같은 순간들을 경험하며 다이내믹하게 살고 싶다고 했던 나의 기도가 10분 이 지난 후 응답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분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그 바쁜 일정에 어린 초년생 선교사가 훈련 받고 있는 강의실까지 찾아오셨다는 황송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안아주시고 '놀라운 일을 했다'라고 격려해 주시는 그 한마디는 하나님의 마음을 그 두 분을 시켜서 전해 주시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난 3년의 파키스탄의 모든 시간의 불안과 두려움의 자국들이 깔끔하게 씻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바로 내 머리 위에서 나의 모든 상황을 하나님이 보고 계신 것을 느꼈다.


그 짧은 만남은 내 삶에 깊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나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하시고, 로렌과 달린 커닝햄을 통해 그분의 마음을 전해주셨다는 사실은 나의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들의 격려는 단순한 말이 아닌, 나의 마음과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계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였다.

멀리 떨어져 있던 그분들을 이곳으로 보내시고, 내가 그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모든 상황을 예비하신 하나님을 생각하며, 그분의 계획과 섭리에 다시 한번 경외심을 느낀다.


그 만남 이후로 나의 삶은 새로운 빛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도전을 향해 살아갈 때 고통과 아픔조차도 내 인생의 소중한 퍼즐 조각임을 깨달았고, 삶의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선교의 한 세대를 이끄신 선교의 거장 로렌과 달린 커닝햄 부부를 이렇게 우리 부부는 만났다.


기적 같은 5분의 만남은 거대한 물결에 참여하라는 하나님의 초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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