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내 그리고 엄마!

The Blessing of Being a woman!

by 천혜경

싱가포르에는 5개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이고 여러 민족이 어울려 형성된 나라이기에 선교사들도 너무 다양했고 문화도 다양했다.


선교단체 와 각교회들이 연합해서 참 많은 일들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관용과 넓은 품은 참 많은 외국인들이 살아내기에 편한 나라로 만들었다.


어디를 가도 영어로 소통을 하면 다 다닐 수 있고, 모든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 외국인들이 살기가 편했다.

그 당시에 2층 버스도 있었다.

그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오면 싱가포르 시내를 다 드라이브하는 것과 같았다.




특히 우리가 참여한 훈련은 영어로 진행되었고, 영어가 한참 모자란 나에게는 정말 너무 무리한 과정이었고 영어를 들으며 머리가 아파서 매일 타이레놀을 먹으며 강의를 들어야만 했다.

아무리 애써도 반도 채 이해가 안 되는 강의이지만 정말 많은 감동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다.


이미 통과한 나의 광야의 특별한 훈련은 오히려 내게 담대함을 주었고, 이후로는 어떤 상황도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할 만큼 내적인 힘이 넘쳤다.

특히 남편과 아이가 있어서 이제 가족이 안전하다고 느껴지니 내 정서는 한결 안정이 되고 단단해져 갔다.


어느 날 강의를 마치고 다 말린 빨래를 들고 와서 옷을 하나하나 정리하려고 앉았는데, 갑자기 내 가슴 깊이에서 벅차왔다.

“저도 여성이고 아내이고 엄마입니다.
이 역할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지!”


우리 는 강의실 구석에 자리한 작은 방을 배정받았다.

결혼한 이후로 이제야 나는 딸과 함께 이 작은 아파트에서 가족을 위해 밥도 차분히 제대로 준비해서 같이 먹었다.

마침내 딸아이의 얼굴도 자세히 눈에 들어와 찬찬히 보기도 하고 얼굴을 씻어주기도 하고 이쁘게 머리도 묶어주었다.


그동안 선교사로 산다고 목표를 향해 달리던 내가 드디어 엄마가 된 것 같았고, 아내가 된 것 같았다.


이것이 여자들 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감 이 아닐까!


훈련 기간 내내 남편은 딸을 데리고 내가 강의를 듣는 시간 잘 놀아주었고, 어린 딸을 데리고 본인에게 주어진 일도 하고 딸을 데리고 놀이터도 가고, 하나하나 일상이 내게는 천국과 같았다.


보통 엄마들이 당연히 가족을 위해 하는 모든 평범한 섬김들이지만 내게 는 새롭고 제일 행복한 일이었다. 이 모든 시간이 소중하고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거의 매일 나는 집중해서 듣지 못하면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 혼자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이리저리 당황해서 다니는 모습에 나도 너무 실망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너무 부끄러웠지만 그냥 모르는 척 어울려 프로그램을 따라갔다.

그렇지만 영어 한마디라도 귀에 들어오면 너무 감격해서 하루종일 울곤 했다.

그렇게 울며 강의를 들은 날이면 나는 또 타이레놀을 먹어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담당하시는 리더 선교사님이 내게 30분 동안 상담을 하자고 하셔서 난 두 개의 사전을 들고 그분을 만나러 갔다.


한영사전과 영한사전!


그날 우리는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우리 둘은 그냥 미소를 지으며 쳐다본다.

잘 이해를 못 하는 내게 그분은 정말 천천히 조심스레 질문을 하면 난 열심히 사전을 찾아가며 떠듬거리고 천천히 3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정말 부끄러웠지만 열심히 매일매일 울기도 하고 또 웃기도 하며 그분과 대화를 했다.


긴 시간 더위 아래 앉아 끝까지 들어주는 그 리더의 사랑과 인내심은
나의 아픔들을 다 표하지 못하였지만 그분의 미소와 함께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분이 내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셨을까? 아마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의 질문들은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 리더와의 만남은 내가 사역자로서 억눌러 왔던 여성으로서의 본능을 다시 일깨워,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여자로서의 역할을 살려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분은 사람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감정과 본능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주었다.


이 모든 이해가 말이 아닌 뭔가의 소통으로 이해가 되었다는 것이 아직도 내게는 놀라운 사실이다.


누군가 내가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 있게 경청해 주는 그 자체가 이미 놀라운 치유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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