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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수술

by 천혜경

엄마!!! 큰일 났어요 누나가 내 칙시를 밟았어요 엉엉 내 칙시가 죽어가요....
아들이 펑펑 울면서 달려온다.

얼마 전 부활절을 맞이해서 이집트의 슈퍼마켓에서 작은 병아리를 나눠 주었는데 두 아이가 한 마리씩 갖고 와서 집에 작은 베란다에 두고 기르기 시작했었다.

유일한 소일거리로 한참이나 더운 여름날이 시작되는 4월에 베란다를 오가며 병아리들의 이름을 짓고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재미있게 지냈었다.


그날도 손님들이 집에 오셔서 거실에 계시기에 두 남매는 작은 방에서 기타를 치며 놀면서 작은 두 마리 병아리들을 방에 풀어놓은 것이다.

작은 병아리들을 잘 데리고 놀다가 일어나 나가려는 누나를 따르려고 달려들던 아들의 병아리 작은 착시를 누나가 살짝 밟아 버린 것이다.


남동생이 놀라 울며 소리를 지르니 누나 또한 놀라서 죽어가는 병아리를 안고 밖으로 나가 계단에서 죽은 것처럼 힘을 빼고 축느러진 착시를 가만히 미안하고 아픈 마음에 깃털을 살살 쓰다듬으며 깨웠다.

나도 놀라서 달려가보니 병아리도 병아리지만 놀란 딸의 사색한 얼굴을 보니 진짜 심각한 상황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병아리를 데리고 오라고 하고는 살펴보니 목부분에서 가슴까지 찢어졌고 조금 깊이 발간 살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갈라진 두 피부막을 연결해 주면 살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검은색 실로 소독한 바늘에 넣어 속의 얇은 막들을 연결해서 한 땀 한 땀 꿔 매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고 힘을 빼고 누워 있는 칙시가 너무 가여웠다.


"칙시야 잘 참아야 해 내가 너를 살려 달라고 기도할게"


두 아이가 옆에서 격려를 받고 칙시는 조용히 잘 참았다. 약 2겹의 막을 붙이고 마지막 털이 있는 피부막 부분을 잘 연결해서 붙이고 약을 바르고 살아나길 기도하며 기다렸다.

매일매일 따스한 전구를 쐬게 하고 약을 먹이고 소독을 해주고 매일 눈을 떼지 않고 치료를 하는데 몇 주 가 지나서 드디어 건강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참 신기하게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칙시는 잘 참았고 약도 잘 먹었고 다 낫고 일어나서는 돌아다니며 서서히 힘을 얻고 움직이고 뛰기도 했다. 여전히 물도 고개를 들고 잘 마셨다. 생명은 진짜 강했다.



칙시가 치료를 받는 동안에 그 일로 너무 놀란 누나도 죄책감에서 이겨내게 되었고, 동생 또한 지극정성으로 칙시를 돌보며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나 또한 정말 그 순간 무서웠고 칙시가 살아날지 잘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서 두 아이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난생 처음으로 수술이라는 것을 했는데 이렇게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어느 가족이든 항상 있을 수 있는 사건들과 아픔들이 오히려 그 가족을 하나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가족 안에 같이 이겨낸 영원히 남은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칙시의 사고는 우리 가족이 아픔으로 남겨질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함께 기도하며 이겨냈고,

매일 45도를 넘는 더위 속에서 지루하게 홈스쿨 하는 두 아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 이 글은 '그날 사랑을 만나다' 글 모음에 있는 글인데 시간적 흐름의 이유로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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