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수단 난민 학교와 장애 아동 고아원에서 봉사하며 매일 진행한 홈스쿨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소중한 시간은 우리 가족만의 삶의 가치를 나누고, 눈앞에 놓인 벽을 어떻게 넘어설지 함께 고민하며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태어나 처음 만난 아빠, 엄마가 왜 이런 삶을 선택했는지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매일 함께 살고 일하며, 힘들 때마다 함께 기도하고 이겨내는 과정 속에 그 이유는 자연스레 전해졌다.
우리는 수학과 과학뿐 아니라 언어, 음악, 운동, 봉사까지 삶의 전 영역을 배움의 자리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일은, 특별한 부모를 만난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기회였다.
두 아이는 아랍 문화 속에서 자라며 아랍어, 프랑스어,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혀 갔다.
물론, 한국어는 언제나 최우선의 언어였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배우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은 언어도 현지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서, 시장과 거리에서, 친구들과의 놀이 속에서 언어를 살아 있는 도구로 체득해 나갔다.
그들이 문장을 외우기보다 마음을 열어 언어를 받아들일 때, 언어는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잠시 서울에서 방문했던 대학생 팀이 플루트와 바이올린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간 것이다.
너무 감사했지만, 어떻게 배워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그 대학생 언니들이 기본기를 잘 가르쳐 주었고, 우리는 한동안 그 기본만 열심히 연습했다.
이후 우리는 한국에 부탁해 플루트와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는 책을 받았다.
오직 책을 활용해 스스로 익히고, 서로에게 가르쳐 주며 함께 자라났다.
처음에는 음이 자꾸 틀리고 손가락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 속상해했지만,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곡을 익힐 때마다 자신감을 얻었고,
조용한 밤, 가족이 함께 나누는 음악은 하루의 피로를 감싸 안으며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스포츠 활동도 빠질 수 없었다.
타는 듯한 태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뛰는 시간은 협동과 도전, 인내를 배우는 귀한 수업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에 대한 태도였다.
두 아이는 언제나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를 먼저 물었다.
언어를 몰라도 용기 있게 다가섰고, 악기를 배운 적 없어도 책을 보며 열심히 연습했다.
그들의 용기와 태도는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돌이켜보면, 학교에 보낼 재정이 없어서 시작한 홈스쿨이었지만,
이 모든 시간은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삶의 수업이었고,
도전과 배움을 일상으로 삼은 특별한 시간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즐겁게 배우며 사용할 수 있는 삶의 도구들을 우리는 얻었다.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참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간을 ‘선교사 가족만의 특권’이라고 믿는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이 특별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들은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배우고자 마음만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배울 수 있다는 사실도 깊이 알게 되었다.
특히 무엇이 없어서 못한다고 생각했던, 내 어린 시절의 모든 고정관념이 하나씩 부서진 시간이기도 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하나씩 보석처럼 발견되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도전’이라는 단어 덕분이었다고 믿는다.
하나님이 소망을 주시고,
그 소망을 품고 한 걸음 내디뎠을 때 기쁨으로 수확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야 말로 하나님이 주신, 진짜 행복을 누리는 삶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