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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241213금 러닝

by 우보

한강 작가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몇 년 전에 읽고, 노벨상 수상 직전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를 만났어요.


한강 작가의 작품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일도 있고, 금지 도서로 지정하라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서사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보았어요. 서사에 집중되었다는 것은 스토리로 문학작품을 받아들인다는 것 같아요. 아마 작가가 의식적인 불편함을 안기려고 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999권을 읽어가는 독서활동을 9년 정도하고 있습니다. 읽어가며 경험한 점은 책은 읽을수록 말은 줄어들게 되더군요. 예를 들어보면 직장에서 누구 지인의 불륜 이야기를 합니다. 듣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둘이 나쁘다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우리는 문학 작품에서 얼마나 많은 불륜을 만납니까? 불륜을 정당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힘은 단순한 서사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강 작가가 주목받은 이유는 고통받은 이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다룬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소년이 온다>의 다음 문장이 그렇습니다. 죽어가는 자신을 표현했어요.

'풀벌레들이 소리 내어 날개를 떨고 있었어. 보이지 않는 새들이 높은 음조로 울기 시작했어. 검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눈부시게 잎 스치는 소리를 냈어. 창백한 해가 떠오르는가 싶더니, 맹렬하게 하늘의 중앙을 향해 전진해 올라갔어. 덤불숲 뒤에 쌓인 우리들의 몸은 이제 햇빛을 받아 썩기 시작했어.'

드라마, 유튜브에 매몰된 저 역시 서사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인 스토리, 화면에 너무 몰입된 거죠. 그래서 다음 말에 더욱더 공감이 가게 됩니다. 문학의 언어를 계속 알아가야겠다는 다짐입니다.

"정치 언어는 더 심하고. 시의 언어를 알면 우리 언어나 감성을 더 정교하게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시인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말이라는 게 얼마나 무력한가를 아는 사람 같아요."



-이광호 문학 평론가 <톱클래스 12월 호>



달리기의 좋은 점은 온갖 감정이 모두 든다는 점일 거예요. 특히 길게 뛰다 보면 나쁜 감정, 좋은 감정이 돌고 돌아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 구간에 들어섭니다. 그것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뛰어보면 알게 됩니다.


그렇게 감정들을 겪고 나면 어떤 서사에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들었던 일이 내 상상으로 만들어가는 서사를 점차 멀리하게 되는 것처럼요. 그런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나의 사건에 두 개의 상상이 겹쳐져서 소문이 되는 일이.

<소년이 온다>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달은 밤의 눈동자다.'

그 표현이 무엇을 말하는지 누구를 보고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꾸 생각나는 문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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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